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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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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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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무섭지 않다


BY 동해바다 2004-09-01


    5시 20분

    어둠 속에서 나를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0.01초의 오차도 없이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소리에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 입는다

    5시 30분

    셔터문의 드르르륵 올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건물내부를 통하여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올라가는 마지막까지 잡고
    톡....손을 놓는다.

    철커덕 !!

    이 소리에 집안의 식구들 깨진 않겠지...
    아직 남아있는 어둠 속에 보름달이 보인다.
    새벽인지 초저녁인지 모를 정도의 미명이 동이 틀 준비를 하고 있다.
    차 한대 다니지 않는 차도에 내 맘대로 대각선으로 길을 건넌다.
    가장 먼저 발자국 남기듯......
    
    산을 오를까, 혹 무섭지 않을까, 그냥 운동장 돌고올까 결정내리지 못하고
    꼿꼿한 자세로 발걸음 힘차게 내딛으며 20분을 움직인다.
    벌써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5시 50분

    무서울 것 같은 생각에 결정내리지 못했던 나의 발이 산으로 향한다.
    3주 정도 비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하였다.
    무리가 갔는지 무릎이 조금씩 아파와 뛰는 것을 중지하고 도보로 대신해 왔었다.
    
    산을 올라가고 싶어도 혼자서는 도저히 무서워 가지 못할것 같구...
    항상 마음은 독하게 먹고 산에 오르자 하고 왔지만 결국 운동장으로 들어가
    몇바퀴 돌다오곤 했다.

    운동장 옆길로 빠지면 얕으막한 산이다.
    일찌감치 음수대 앞에는 물을 뜨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있다..
    집에서 걸어왔던 똑같은 걸음속도를 유지하며 얕은 산을 오른다.
    공동묘지와 봉수대 이 두 개의 안내표지가 키 큰 소나무 옆에 가는 방향을 
    가리키며 담 약한 사람들을 겁주고 있었다.

    무시하고 씩씩하게 올라가는 내 자신이 놀라웠다. 속으론 두근거렸지만...
    까짓 이쯤이야......
    공동묘지가 대수랴...
    귀신 나오라고 해...아줌마의 파워를 보여주마....당당하게 오르지만
    그래도 약한 여자인지라 조금은 오금이 저린다.
    
    10 여분 올라가니 앞에 한 남자 또 그 앞에 여자 한명이 보인다...
    다행이 여자 분이 아는 사람이여서 인사를 나누며 올랐다.
    걷는 속도가 빨라서인지 얼굴이 벌개지면서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너무 좋다...

    6시 05분

    쌓아놓은 돌탑이 전에는 얕으막하더니 제법 탑모양을 이루고 높이를 
    더하고 있었다.
    시내에 위치한 이 산의 정상이라고 봐야 하나...
    몇백 미터 밖에 되지 않는 산이긴 하지만 이곳을 중심으로 시내정경과 바다가 보인다.
    
    돌아와 아이들 학교갈 준비시간에 맞추려면 이곳에서 멈추어 다시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사람들은 앞길 다투어 다른 코스로 향하고 조용한 아침시간에
    소나무 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에 가슴 펴고 기를 받아 넣는다.
    동그랗고 선명한 주홍빛의 해가 솔가지 사이에서 그림처럼 걸려 있다.
    이 아름다움을 혼자 보긴 너무 아까운데....
    입을 크게 벌려 심호흡을 한다.
    아무도 없지만 무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흐르는 땀의 느낌이 너무나 좋다.

    6시10분

    빠른 걸음이 내리막길을 내려오다보니 뜀박질이 되고 만다.
    나 마흔여섯 맞아?
    갑자기 혈기왕성한 젊은이가 되어 두손 불끈쥐고 내려가는 내 모습이
    괜히 우쭐해 보인다.

    또 한명 한명 올라오는 사람들과 아침인사를 나눈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사람사는 세상 이런 맛이 아닌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서로 나누는 인사 속에 정겨움 그득하다.
    희고 노란 마타리꽃이 듬성듬성 보이고 작은 키의 나무들이 사열하듯
    혼자만이 다닐수 있는 폭의 길옆에 나란히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오장육부가 내 안에서 정리되고 있는것 같았다.
    갑자기 가스가 차 오르면서 낌새가 이상하다.
    확인사살이다...
    뒤에 보는 이 없겠지....
    확인 또 확인하며 내안의 가스를 내 보낸다.

    운동을 하다보면 느낄수 있는 시원함이 땀의 흐름뿐만이 아니다.
    가끔은 소화가 되면서 뭔가 막힌 것이 내려감을 느끼듯 트림도 나오고
    빵빵하게 불러왔던 헛배는 빠른 걸음걸이에 결국 지면서 푸욱 꺼지고 만다.
    분출된 가스가 빵빵한 배를 살려준다.
    
    뛰면서 걸으면서 내려오니 무덤 몇 개가 보인다.
    혼자서 올라갔다 왔다는 자신감에 무덤은 이제 동그란 젖무덤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파헤쳐진 무덤 하나가 꺼림칙하긴 하지만 이젠 무서워하지 않으리 ..


    6시 30분

    처음이 두려울 뿐
    한번 도전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침시간 여유만 있다면 조금더 갔다 와도 될텐데
    아이들때문에 더 이상 갈수가 없었다.

    이 산은 작지만 이곳 지방사람들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야 관심분야가 아니면 전혀 모르는게 당연지사....
    이리보면 바다가 보이고 저리보면 시내가 보이니
    어이 반하지 않으리..
    기분좋게 내려와 도시의 아침을 준비하는 그 속으로 들어간다.

    시종일관 같은 속도 유지하며 걷는 나의 발걸음이
    힘찬 하루를 준비한다.

    6시 50분

    엎드려 신문을 집으며 나의 일상이 시작된다.

    드뎌 이른새벽 혼자만의 산행(?)에 성공을 자축하면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