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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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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탓인가 봅니다


BY 동해바다 2004-08-29


    
    "나갈까?"

    두말 하면 잔소리, 간단하게 갈아 입을수 있는 원피스를 꺼내 두발만 쏘옥 
    집어 넣으면 끝입니다.
    그리고는 디카를 꺼내 가방에 집어 넣습니다.

    늘상 다니는 바닷가로, 그리고 가까운 곳에 위치한 시부모님의 묘를 향하기 
    위해 차에 오릅니다.
    그만 좀 붙어다니라는 동네 사람들의 말이 부러움 시샘 야유섞여 있다는 걸 
    잘 압니다.

    참 이상도 하지요..
    
    일없는 남편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고픈 마음이 강했던 지난 날...
    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탈출하고픈 욕구가 내게서 용솟음치며
    그의 쌍심지에 더욱 불을 지폈던 내가 참 많이도 변했지요..

    힘들었던 날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이제는 혼자 움직이는 것이 허전할 정도로 변해 버리고 마니 정말 세월이
    약이라는 말을 누가 만들어 내었는지 정답이 따로 없더군요..
    
    부부간에 있을 서로의 이해와 배려가 당연한 부부생활로 여겨져야 하건만
    '내가 너에게 해 준다'라는 식의 내 희생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고정관념이 어딜 가겠습니까만....
    아직도 남편은 내게 비위를 맞추고 서비스를 해 준다는 마음으로 나를
    요리합니다. 많이 나아진 것이지요 그런 것에도 감사합니다...

    반평생을 살았습니다.
    아직 살아나갈 날들이 많습니다.
    지금 좋아졌다고 황혼이 질때까지 좋아지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름다운 황혼을 위해 무던히 노력은 하지만 장담은 못하지요....

    '해 주는' 마음에서, 우러난 생활습관처럼 '하는' 마음으로 바뀌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더이상 바라지 말아야지요...

    한참 일할 나이의 남편은 이렇게 한살한살 나이를 더해 갑니다.
    요즘같으면 사회구성원에서 짤려야 할 나이긴 하지만...
    아직도 오륙도라 칭하는 친구들이 몇몇 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서 남편은 그야말로 부러움의 대상인 화백입니다.
    화려한 백수라는 말이지요...

    대도시의 직장인들은 어쩔수 없는 가장명찰을 두르고 삶의 전쟁터에서
    피터지게 젊은 사람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여유자금 벌어 공기맑은 전원도시나 시골에서 살고 싶어하지요..

    이곳 작은 도시에서도 남편은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저 놈은 부모 재산 물려받아 평생 놀고 먹어도 되니 얼마나 좋아.' 라고들 
    말합니다.

    평생을 먹고 논다....
    사람은 일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나의 지론에 찬물 끼얹는 소리들을 들으며
    나는 살아 갑니다.

    임대업이라고 하지만 일반 월급쟁이와 비슷한 소득으로 우리는 살아갑니다.
    작은 건물 하나 있다는 것 하나로 평생을 먹고 놀아도 된다고 말들 합니다.
    이것 팔아도 대도시 아파트하나 장만 못하는 가격입니다.

    마음에 들지않는 말 말 말...
    좁은도시에서의 말들이 가끔은 나를 아프게 합니다.

    골프나 치면서 둘이 여기저기 여행다니며 살라고들 합니다.
    경기악화로 섣불리 덤볐다가 낭패볼까 두려워 그냥저냥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한달에 십만원하는 골프연습장에서 서너시간 보내면서 그나마 지내고 
    있습니다. 그외의 시간은 집과 가끔 있는 모임 그리고 나와 함께 같이 합니다.

    부자집 사모님도 골프하시지 왜 안하냐고 묻습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월급쟁이만 아니다 뿐이지 우리도 돈을 벌어야 할 상황인데도 사람들은
    픽 비웃기만 합니다. '있는 사람들이 더해...'하면서

    작은 부동산 하나에서 화수분처럼 퐁퐁 솟아나오는 황금이 있는줄 아나 봅니다.

    아이들 대학도 보내야 하고 출가도 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고정적인 수입원은 가게 세개에서 나오는 세...그거 하나뿐입니다.
    시골이라 세....무지 쌉니다...

    뭐 그러든 말든....신경쓰지 않고 사람들 말에 웃고 맙니다만 가끔은 정말
    가끔은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대도시보다는 여유롭고 느긋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영업하면서 부부가 차 한대씩 끌며 둘이 동반하여 연습장으로 필드로
    바삐 돌아다닙니다.
    그사람들이 나를 이해 못하듯...
    나도 그들을 이해 못합니다.

    지금 남편은 연습장에 가고 없습니다.
    그곳에서는 아마 남편에게 이럴 것입니다.
    사모님 언제 데리고 나올거냐고....

    남들이 생각하는 '여유'와 내가 생각하는 '여유'가 달라 답답합니다.

    파란 하늘과 한낮의 뜨거운 햇살로 가을은 풍성한 계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여유 속에 풍덩빠져 가을 속으로 유영하고 있는 지금이
    내겐 최고의 시간입니다 ^^

    주저리주저리
    가을 탓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