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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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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BY jeongann 2004-08-20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열고 손을 뻗어서
비 내리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 일과의 시작이었습니다.
며칠동안 바가지로 물을 퍼붓듯이 내리던 모진비는
추녀아래에서 수없이 동그라미를 그려댔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잠시 뒷걸음질을 칩니다.
열려진 사무실 창문 사이로 선선한 가을 바람이
가슴속을 파고 듭니다.

여름의 꼬리를 자르면서 가을이 달려 옵니다.
우리 모두의 땀을 식히려는지?
아니면 힘들었던 지난 여름을 지우려는 걸까요?

오늘도 흐린 하늘에서는 구름을 타고
조금씩 조금씩 가을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들녘에서는 벼가 뾰쪽히 고개를 내밀었구요,
올콩 잎과 웃자란 풀들이 수런수런 들녘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고추 잠자리들이 공중에서 비행을 하고
매미가 가는 여름을 안타까워 하면서 목청를 한껏 높입니다.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가까이 들려오고
저녁이면 한여름 듣지 못했던 귀뚜라미소리가
벽틈 어디에선가 들려 옵니다.

  백화점은 온통 가을 옷으로 매장을 채웠구요.
산에는 요며칠새 초가을 입김이 서서히 번지고 있습니다.
숲자락을 스치는 산들바람이 그렇구요,
지쳐 버린 매미의 애절한 울음소리와
제철을 만난 풀벌레들이 가을을 연주합니다.

눅눅하게 남아 있는 여름의 찌꺼기들을 말끔히 씻어냈으면
좋겠습니다.
앞뒤 창문을 활짝 열구요,
산위에서 전해지는 가을냄새에 취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