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그 한 가운데 시기에 안착한 서울.
숨이 막히게 덥더니만
벌써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선선한 공기.
가을이 멀지 않았나 봅니다.
오랫만에 컴퓨터앞에 앉을 마음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융푸라우에 올라갔다 내려온 다음날부터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실은 요즘
저희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일년여 쉬다가 벌린 사업이
제가 보기에 고생스럽기만 하고 수입이 그리 좋은것 같지 않아
혼자 부글부글 화가 날때가 많이 있습니다.
'저게 도데체 뭐하는 거람.
꼭두새벽 다섯시반이면 집을 나서서
밤중에나 들어오고......
땀을 서너말씩이나 쏟고 돌아다니고
땀값이나 나오나...
내남편이 혹시 바보는 아닌가 하며 속을 우굴우굴 썩이다가
작년 여름 여행을 떠올리면...
마음이 가라 앉습니다.
'에휴 그래. 유럽여행씩이나 다녀온 난데...
고생이 닥쳐오면
고생하지. 뭐.'
해서
지금 잘나가시는 남편분들께서는
다음에, 다음에 미루시지 말고
지금 당장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 떠나실걸 추천합니다.
어떤모습으로 닥쳐올지 모르는 미래. 그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거든요.^*^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알프스산자락을 걸어내려온 다음날
저희가족은 루째른으로 갔습니다.
느릿느릿 달리는 빨간기차를 타고
굽이굽이 산 모퉁이를 끼고
푸른호숫가를 돌아 두어시간 달린후에 도착한 루째른.
깨끗하고 산뜻한 도시였습니다.
역앞에서 유람선을 타고 한시간쯤
그림같은 풍광속을 유유히 노닐다가
호숫가에 내렸습니다.
호수를 바라보며 나무그늘에 앉아
쉬원한 바람을 맞는데
아이들은 호수위의 오리 서너마리랑
어찌나 재미있게 노는지...
하루종일 그곳에서 놀아도 좋겠다는것이었습니다만,
아이들을 달래서 기차를 타고
다시 루째른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카펠교며 죽어가는 사자상등
시내 구경을 하며 형제들에게 줄 유명한 스위스칼도 샀습니다.
빨간 칼집에 이름까지 새겨넣었습니다.
남편은 본래 시계에 무슨 한맺힌 사람처럼
출장다닐때마다 갖가지 시계를 사 나르더니만
이번엔 커플시계를 사고 싶어 안달을 했습니다.
"커플시계?
우리 결혼할때 시계 주고받았잖아.
그 멀쩡한게 허구헌날 할일없이 장농속에 잠자고 있는데
뭐한다구 시계를 또 사나?"
이렇게 면박을 주고는
큰딸과 막내 시계만 하나씩 사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 전대속에 꼭꼭 숨어있던 스위스 프랑을 풀어
저희들의 유럽에서 유일한 쇼핑이 끝나고
점심겸 저녁을 먹은후
바젤로 가서
다시 물류즈로 간다음
밤새껏 달려 프랑스 남쪽 끝 니스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작년 여름 많은 노인들이 더위에 못이겨 세상을 떴다는
프랑스 사람들의 휴가지
니스였습니다.
아침을 먹고 짐을 맡기고 니스옆에 붙어있는
작지만 귀티가 줄줄 흐르는 아름다운 나라
그레이스 왕비와 잘생긴 왕자가 유명한 나라
모나코로 갔습니다.
시내버스를 타고 모나코를 한바퀴 휭 돌아보고
박물관에도 들리고
궁전앞에서 보초병 교대식도 보고
어느 골목 상가에서 시원한 슬러시도 사먹고
숙소로 들어가 수제비를 끓여먹고
푹 쉬었습니다.
다음날은
샤갈 미술관이며 마넨가 모네 미술관 관람 계획도
다 치워버리고
그냥 해변에서 놀기로 했습니다.
튜브도 하나 사고 감색 파라솔과 하얀 비치의자를 대여하는곳으로
갔습니다. 입구에 데스크가 세워져있었고
그 뒤로 눈썹 아이라인을 시퍼렇게 그린 살갗을 갈색으로 그을린
여자가 유니폼을 입고 서 있었습니다.
파라솔 대여가 되냐구 물으니
무작정 손을 내저으며
자기는 영어를 못한다는 겁니다.
비어있는 파라솔을 가르키며
다시 또박또박 얘기했지만
그여자는 무뚝뚝하게 굳은 얼굴로
여전히 양손을 내저으며
영어를 못한다는 말만 했습니다.
제가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이거, 말을 못알아 듣는게 아니라
우리한테 파라솔을 안빌려주고 싶은가봐.
혹시 인종 차별 아냐?
이거 따져야 돼.
왜 우리한테 안빌려 준다는거야?"
남편이 다른곳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여기는 요위에 호텔에서 운영하는덴가봐.
그냥 딴데가면 되지.
지네끼리 잘 놀라구 그래."
그래서 저희는 그 옆에 옆에
무쓰를 잔뜩 발라서 머리카락을 하늘로 바짝세운
피부가 까맣게 탄 청년이 빌려주는 파라솔 밑에서
아이들이 노는걸 지켜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우도에 가면 하얀 산호비치가 있는데
이곳은 자갈비치였습니다.
아이들은 바닷물에 들어가 놀고
남편은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한 시간도 넘어
나타나는데
마실것이며 먹을것이 가득든 비닐봉지가 양쪽손에
들려 있었습니다.
니스...
그런데 그곳에서는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수영복을 아래만 입고있었습니다.
쭈글쭈글 말라비틀어진 조롱박처럼 축 늘어진 가슴을 한 할머니도
둥근 조선무 두개를 퉁실퉁실 달고있는듯 풍만한 가슴을 가진 젊은여자도
죄다 작은 삼각펜티 수영복만 입고 썬텐을 하거나
해변을 거닐고 물놀이를 하고있었습니다.
니스(Nice)...
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