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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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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말자(末子)


BY 그린미 2004-08-09

만물에는 뭐든 이름이 있다.
생김새보고 지은 이름도 있을거고 아니면 속성이나 특성 또는 전통이나 유래에서 비롯된 이름, 그리고,집안의 돌림자나 팔자를 좋게 길들이기 위한 이름짓기 등  가지각색이다.

 이름의 종류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本命, 藝名, 筆名, 兒名 그리고 別名, 對名,假名.......등등

 특히 별명이라는건 작명 자체를 외모나 성격 , 처해 있는 형편에 따라서
또는 실명을 어슷하게 빗대어서 지어지게 된다

 우리 여고 동창 중에는 그 유명한 末子라는 친구가 있었다.
덩치도 만만찮아서 투포환 선수로도 선발이 되어 큰무대에서 놀기도 했다.
목소리만 듣고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갔다.

그런데 의외로 맘이 여린 구석이 있는데 덩치, 생김새와는 규격이 맞질 않았다

 이 친구는 본명보다도 이 별명으로 더 유명한데 왜 말자라는 별명이 붙었는지는 모른다.
그냥 뜻도 모른채 몇년을 그렇게 이름 대신 불러주었고 이 친구도 별 거부감없이 받아 들였다.
어쩌면 이 별명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고 농땡이의 代父' 로 그 명성이 인근 상주까지 뻗혔대나 우쟀대나.....

 어느날 - 아마 고3 때쯤 - 국어 시간에 느닷없이 이 말자가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수업시간에 질문 하기는 이때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아는게 없으니 질문을 못한다나.

 "샘요~~ 말자 뜻이 멉니껴?"
느닷없는 말자의 질문에 칠판에 무언가 필기를 하고 계시던 선생님은 뒤 돌아보시지도 않은채 대답을 하시는데....
"에~~ 말자란......인간 망나니란 뜻이다"
정답인지 아니면 무심코 내린 나름대로의 해답인지 그것도 아니면
평소의 말자의 행위에 대한 쐐기박음인지는 몰라도 파격적인 답이다

 순간 말자의 표정이 낙태한 고양이 상이었고 친구들은 책상을 두드리며 뒤집어지게 웃었다.
수업을 진행할수 없을 정도로 선생님의 대답은 말자에겐 치명적이었다.
어떤 대답을 기대 하고 물었는지는 몰라도  상상외의 답에 얼굴색깔이 커피색에 가까웠다.
선생님을 노려보는 말자의 시선에 우리는 또한번 까무라치게 웃었다.

 쉬는 시간......
" c....8.......어떤년이든 시방부터 말자라고 부르기만 해 봐라 아가리를 찢어버린다."
고래고래 고함지르면서 친구들의 입을 원천봉쇄 할려고 했지만
그뒤에도 그 친구는 여전히 말자로 불리워 져도 어느누구도 아가리 찢긴일은 없었다. 

시험기간 동안 말자가 시험공부하는걸 거의 본적이 없다--컨닝도 지능적으로 한다.
말자의 인생관은
'학교에서의 우등생은 사회에 나가면 열등생이다'
'공부 잘해봐야 민서기(공무원)나 선생질 밖에 더 하냐?

언젠가 수업시간에 나한테 시비 건 일이 있었다.
바로 내 뒤에 앉은 말자는 하복입은 내 등에다가 무언가를 자꾸 쓰는 시늉을 했다.
한자 한자 획을 따져서 해석을 해 보니.....
'연애도 못하는 등신...........'
참으로 심심했나보다...나를 안주 삼다니.......

수업시간이라서 같이 대꾸도 못하고 수업 끝나고 대들어 봐야 오리발 내밀거고....
어쩔수 없이 등신이 되고 말았다.

교련시간에 두발 검사를 했는데 학칙상 고3의 머리길이는 귀밑 3cm이다
이 길이를 벗어나면 가위질 당하게 되어 있었는데.....

 그런데 이 친구의 머리길이는 한눈에 봐도 가위질 감이다.
족히 5~6 센티는되어 보여서 까다로운 교련 선생님의 레이더망을 벗어나기는 어려울것 같았다.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봐도 긴머리가 짧게 모공속으로 기어 들어갈리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형평성을 보일려고 직접 30센티자를 가지고 일일이 귀밑에다가 자를 들이댔다.
용케도 머리 굴린 친구들은 아슬아슬하게 이 심사대를 통과 했는데 역시 말자가 걸려 들었다.

 평소에도 고운시선으로 봐 주시지 않은 교련 선생님이 가위를 들이대고 사정없이 귀 위를 뭉턱 잘라버렸다.
족히 한움큼은 되지 싶었다.
말자의 입이 실룩거리면서 나지막하게 "ㅆ~~ㅂ" 소리가 새어 나왔다.
들은척도 안하시던 선생님이 다음날 안 자르고 오면 근신처분 시킨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다음날,
학교가 한바탕 소동을 치루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위풍당당하게 말자가 등교를 하는데.........
완전히 숏카트 머리 - 거의 스포츠에 가까웠다 -를 한채 교복입고 들어오는 모양새를 보고 우리는 기겁을 했다.

 " 말자 .....이제 죽었다"
말자의 행위는 학교에 대한 엄연한 반항과 시위였다.
학교로 봐서는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돌출 행동이었기 때문에 다가올 일이 공포 스럽기도 했다.

숨을 죽이고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않고 곧바로 교무실로 갔다.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끝내 입을 열지 않았고 왠일인지 그 어떤 불미스러운 처분도 안받은 채 그 숏카트 머리를 가지고 졸업식때까지 버틴걸로 기억된다.

졸업을 하고 언젠가 여고 동창회에서 만났는데
노름으로 빌딩 한개를 말아 먹었노라고 마치 남의 얘기 하듯 했다

그 이후 홀로 되어야 하는 아픔을 겪은 걸로 알고 있다

 좌우간 대단한 말자다.
세눨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위풍당당 기세좋게 살고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