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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의 여름휴가


BY 리시안샤스 2004-08-05

그렇게 가고 싶던 여행이었다.

밥공기 2 숟가락 2개로 시작했던 우리의 살림은 비빌 언덕이 없어 날마다 초라한 모습이었지.

여름이 오면 해마다 근처 계곡이나 강과 바다로 떠나는 사람들의 생활을 바라보며, 부러운 느낌을 차곡 차곡 가슴에 쌓다가 , 어느 순간부터는 포기란 이름으로 덮어버리곤 했다.

겨울엔 한가하다는 이유로 몇 번 다른 가족과 함께 섬에 다녀온 일을 제외하곤 휴가는 먼나라 이야기였다.

그러던 얼마 전 그 사람이 말하길.

우리 동남아나 며칠 다녀올까?

내게 장소를 선정하라는 말에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8일간의 유럽여행 상품이 눈에 띄었다.

(2004/7/11출발~2004/7/18 도착)

어차피 한 번 나가는 길인데,,,

막연히 꿈처럼 여기던 프랑스와 스위스의 여행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현재의 시점에서 한번 쯤 다녀오는 것은 여러모로 시기 적절한 처사란 생각이 들었다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게 인생이니까.

회사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휴가를 보내야 하기에 우리가 먼저 다녀오기로 하며,

학교에는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우여곡절 끝에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말로만 듣던 지루한 비행기 탑승시간은, 정말 다시는 유럽으로 가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만큼 불편하고 힘들었다.

상해경유 후 카타르의 도하에 도착했는데, 그야말로 무서운 찜통 같은(낮 최고 기온 섭씨 47도. 그들은 오전 7시 출근 12시 30분 퇴근, 상인들은 오후 3시반에 다시 상점을 연다고 함) 더위에 관광 버스에서 잠시 내려 낙타와 사진 두 컷을 담고, 재빠르게 차안으로 도망해야 했다.

가이드의 안내와 약간 다른 (오는길에 카타르 한국 대사관 사모님을 만나 모두 알게 된 사실과 비교) 도하를 몇 군데 방문하고 다음 장소 프랑스로 향했다.

말로만 들었던 파리라는 도시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에펠탑에서 내려다 본 파리의 전경, 세느 강 유람선을 따라 1시간을 펼쳐지는 예술적인 건축물, 게다가 어마어마한 베르사이유 궁전의 크기와 벽화, 그리고 인공으로 가꾸어진 방대한  궁전 밖 정원은 누구라도 다시한 번 그 곳을 방문하고 싶게 만들 만큼  예술의 혼이 깃든 도시였다.

 

그런데, 몽마르뜨르 언덕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큼 낭만적인 곳은 아니였고, 가난한 빈민의 도시라고 가이드는 말했다.

이틀 후 프랑스 국경을 지나 스위스로 향했다.

높은 산악지방인 스위스는 온통 산을 깎아 초원으로 바꾸어 놓은 국민의 근면성이 한눈에 보이는 나라였다. 알프스의 하이디산에 올라가는 동안에 누군가가 말했다.

"이런 곳에서는 죽어도 괜찮아"

절벽위에 설치된 대단한 캐이블카로 한 봉우리에 내려, 리프트로 정상에 오
르면 저 멀리 눈덮인 산(아마도 융프라우가 아닐까? 상상했음)이 보이고, 발 아래는 목에 커다란 방울 단 소들의 방울소리가 초원을 울리며, 또 한 쪽 산 아래는 다설지역의 지붕답게 급경사로 지어진 통나무집들이 운치있게 펼쳐진다. 정말 인상깊은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루체른의 커다란 호수가 강인 줄 알고 가이드에게 질문했다가 호수라는 설명에 놀라기도 했고, 튠 호숫가의 풍경을 바라보며 셔터를 눌러대었지.

스위스의 국경을 지나 다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했다.

하이델베르크 성의 3미터나 되는 벽두께에 놀라고, 6년동안 만들었다는 나무로된 술통때문에 놀라고, 그 술통에 저장했다는 와인맛에 놀랐다.

뢰머 광장 한쪽에 있는 카이저 돔은 800년이나 되었다는데, 그 높이와 웅장함 벽에 새겨진 조각 때문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군.

다시 걸어서 괴테의 생가를 방문했는데, 괴테의 생가 1층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걸어 나오다 4개월전 인천에서 왔다는 5살 아들을 둔 부부가 코너에서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무척 반가워서 들어가 컵라면과 사이다 환타를 마시고 왔다.

독일 지하철을 타고 독일의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유흥가로 가서 음료수로 즐긴다는

독일인의 House wine과 맥주를 한모금 마시고, 프랑크 푸르트 중앙역 앞의 숙소로 돌아와

식사 후 잠을 청하는데, 유일하게 마약이 허용 된다는 독일인들의 밤거리는 너무

시끄러워 잠을 설쳐야 했다.

 

여기서 유럽여행에서 처음 알게된 사실을 몇가지 알려드린다.

1.독일인들은 사우나가 모두 남녀 혼탕이란 사실. (교포들은 요일을 달리해 화, 목은 여자들

   이 월, 수는 남자들이 가는 날 등으로 정해 사우나를 이용 하거나, 분리 된 곳이 프랑크푸

   르트에 한 곳 있어 그곳을 이용하거나 하는데.. 그래도 가끔 만날 때가 있단다.

   몰랐던 일이기에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아이들 때문에 참았다.^^

2.프랑스의 해지는 시간은 밤 9시 40분이었는데, 독일은 거의 10시쯤 되어 해가 졌다. 그러니 사람들이 맥주 마시고 즐기는 시간이 더욱 늘겠죠?^^

 

3. 유럽쪽에 가시게 되면 주의해야 할 점은 화장실에 갈 때 노크를 하면 실례라는 점이다.

그곳은 좌변기와 문 사이의 거리 때문에,  모두 국내 열차처럼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 문밖에 점등이나 붉은색, 푸른색으로 표시를 해 둔다.

 

4. 유럽쪽의 호텔은 국내처럼 욕조에만 하수구가 있고, 세면기가 있는 욕실 바닥에는 하수구

    가 없기 때문에 욕실 바닥에 물을 버려 호텔내 카펫을 적실 경우에 카펫 세탁료를 지불해

    야 한단다.

 

5.스위스는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나라이기 때문에 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기거하기    힘들어 범죄도 그만큼 없다는 걸 알았다.

 

6.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의 국경이 우리나라의  톨게이트 통과보다 조금 어려울 만큼

   쉽게 오갈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7. 독일은 유럽의 많은 나라로 이동할 수 있는 공중 교통의 출구여서, 출국 절차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관세 절차도 까다롭기 때문에, 약간의 편법으로 다른 나라의 국경에서 관세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것, 등등.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앞좌석에 앉은 가족은 몰디브를 다녀오는 길인데, 숙박료가 무척 비싸다고 다음에 몰디브를 가려거든 Family hotel을 이용하라는 당부를 하면서, 참 맑고 깨끗한 섬이라고 했다.

 

또 한가지 인상 깊었던 일은, 카타르 공항에서 만난 차도르를 입은 예멘 여인의 눈빛이다.

맑고 깊은 눈의 미모에  어린 아이를 셋이나 데리고, 남편과 어딘가를 가는 길이었는데..

무척 부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우리 아이 아빠는 그들에게 무언가를 무척 베풀고 싶어했다.

이렇게 내게 있어 참으로 귀했던 유럽 8일 여행은 의미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아이들에게 세계가 모두 너희들이 살아갈 마당이라는 사실도 조금은 심어졌으리라 생각되며, 산골에서 자라 여행의 의미를 모르던 남편에게도,  더 넓은 세상을 꿈꾸어 오던 내게도

보이지 않는 소망의 나무들이 심어진 것 같다.


공항에 도착 후 첫느낌은 그래도 역시 내 나라가 최고야!

애국심의 의미를 말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머리를 스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