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와 토마토
출근길 아침에 날마다 들리는 지하상가 찻집 ,
그냥 지나가면 서운해 하는 그녀를 위해
오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렸더니
그녀가 나를 반기는 환한 미소가
어젯밤 속상한 마음을 다 잊게 한다.
"헤즐넛으로 줘요"
너무 이른 아침이라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는 그녀 말에
"아무거나 줘요" 해놓고,잠시 한눈 파는사이에
내 앞에 놓여진 건 토마토 쥬스다
토마토 쥬스....
제일 싫어 하는 쥬스....
그런데도 가끔, 아니 자주 토마토 쥬스를 마신다.
쥬스를 마시면서 어느새 맘이 섬에 계신 아버지께로 달려간다.
섬에 살때 여름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마다 토마토 쥬스를 만들어 주시던 아버지...
어릴적, 엄마가 장날이면 배를 타고 육지에 나가셨다가 돌아오실때면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언제나 장 바구니엔 토마토가 있었다.
배가 너무 고픈 어느날인가 ...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상한것을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날 하루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린 이후부터는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은것이 토마토였다.
그날 이후 이십년도 넘게 토마토를 먹지 않았는데
친정에서 가게를 하면서 부터 또다시 토마토를
먹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유자 나무 사이에 온통 토마토를 심어놓으시고는
나무 줄기가 다 말라 비틀어질 때 까지
아침마다 쥬스를 만들어 주셨다.
설탕을 듬뿍 넣고..
설탕을 넣으면 영양이 파괴가 된다고 아무리 설명을해도
설탕을 안넣으면 맛이 없다는 이유로...
단음식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 나는 아버지가 만들어 주시는
달콤한 토마토 쥬스 먹는게 고역이었다.
아침에 가게 나오면,
오늘 아침도 쥬스를 마셔야 한다는 생각에 속이 이상하기도 하고..
아버지는 내가 토마토를 제일 싫어 하는것을 아시면서도
이상하게 자꾸만 먹일려고 하셨다
안먹고 싶다고 해도 , 안넘어간다고 해도 막무가네 셨다
토마토에 영양가가 많다고 하시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얼굴이 밝아 보이면,
"봐라~ 내가 날마다 쥬스 만들어 주니까
피부도 좋고 ,얼마나 좋노" 이러시면서
조금 남은것 몰래 버릴까 싶어서
다 마실때까지 옆에서 지키고 계셨다
그리고 꼭 잊지 않으시고 한말씀 하신다
" 아버지가 만들어 주는 쥬스가 젤 맛있제?
달고 맛도 없는데도 나는 "예~ 맛있어예"
그러면 다음날엔 쥬스양이 더 많아지고...
울 아버지....오늘 아침에도 토마토 쥬스를 만드셨을까?
엄마랑 둘이서 쥬스 드시면서, 못난 내 생각 하고 계실까?
아버지가 만들어 주시는 토마토 쥬스를 마시고 싶다
설탕 듬뿍 넣고 사랑 듬뿍 넣은
아버지표 토마토 쥬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