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에 시골에 산 사람은 부자 거나, 가난 하거나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수제비 를 많이 먹지 않았을까 싶다. 나역시 질리도록 수제비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열세살 되던 어느 늦 여름날, 세상에서 둘도 없이 부지런하신 우리엄마 바닷가에 바지락이며, 해산물을 캐어 집에 도착 하셨을때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우리를 위해 저녁준비를 하고 계셨다. 아침,점심은 엄마가 보리쌀 푹 삶아서 소쿠리에 담아, 그늘진 높은 곳에 매달아 놓았다가, 밥솥에 보리밥 한가득 넣고, 그위에 작은 공기에 쌀 한공기 씻어서 조심스럽게 한쪽으로 살짝 올려서 밥을 지어서, 아버지는 흰 쌀밥 주시고, 우리는 어른 밥 퍼고 남은 흰밥 조금이랑,보리밥이랑 섞어서 밥공기에 한가득 담아주고 ...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흰쌀은 몇개만 보이던 허기진 시절... 저녁은 늘 수제비를 때웠던것 같다. 그날 도 어김없이 엄마가 수제비를 끓이고 계셨다. 수제비를 끓이면서 쌀도 조금 넣고,팥도 조금 넣고.... 동생들은 외갓집에 내려가고 마루에 차려진 밥상에서 아버님 어머님과 나만 식사를 하게 되었다. 상 차려지기 전 까지 "밥 먹자 배고프다"고 하시던 아버지가 밥상 앞에서 짜증스러운 얼굴로 앉아 계셨다. 엄마는 내게 숫가락을 손에 쥐어 주시면서 "먹어라 ...많이 먹어라 "하셨는데, 먼저 먹을수가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을까.. 엄마가 아버지께 빨리 드시라고 제촉하는 순간.... 아버지는 역정을 내시며, 밥상을 발로 밀어 버리셨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 이었다. 수제비 세 그릇과 들어 먹게 둔 한그릇까지... 밥상이 내쪽으로 기울면서 나는 미쳐 피할 사이도 없이 수제비를 온몸에 뒤집어 쓰고 말았다. 악~비명을 지르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어디까지 한참 달려갔을까... 정신을 차렸을때는 엄마가 옆에서 우시며 상반신을 화상을입고 아파서 어쩔줄 몰라하는 나에게 소주인가 뭔가를 내몸에 붓고 ...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밥상이 내쪽으로 넘어 간다는 생각을 안한 아버지의 놀란 눈을 뒤로 하고 어디선가 ,무료 진료를 하러 온 의사가 기거 한다는 섬에서 한군데 밖에 없는 여인숙을 찾아 다행이 치료를 할수 있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그분들이 없었다면 내몸은 아마 큰 흉터로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내 몸엔 별다른 흉터는 없다. 목 주변이랑 뒷쪽에 약간의 흉터가 있지만 남이 보면 별로 흔적도 안나는 정도이다. 그런데도 늘 목에 신경이 쓰인다. 여기가 수제비가 붙었던 자리일까...쌀이 붙었던 자리일까.. 팥이 붙었던 자리일까...목을 볼때 마다 늘 생각한다. 너무나도 슬펐던 그때 그 시절, 크면, 다시는 수제비를 안먹어야지, 다짐 했지만 지금도 수제비를 엄청 좋아한다. 어려운 그 시절에 먹던 수제비, 아버지가 질려서 밀쳐버리고 싶었던 수제비... 지금도 삶이 힘들고 生을 버거워 하지만 그 시절에 못먹던 하얀쌀밥을 먹는다. 옛 시절의 어려움은 자꾸만 잊어버리고... 오늘 저녁은 수제비를 끓일까.... 엄마를 생각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