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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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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이야기...두번째.


BY 새봄 2004-07-31

신발만한 핸드폰과 함께 많은 걸 경험했지.
불꽃처럼 급하고 뜨거운 사랑을 했고,
목이 갈라질듯한 아픔도
가슴이 너덜거리던 슬픔도 죽음처럼 다가온 이별도 알게 되었지.
직업도 바뀌었지. 주부였다가 화장품 외판을 하다가 한복에 그림 그리는 일을 했었지.
한복 그림을 그리던 한복집 맞은편에 화장품 가게가 있었어.
화장품을 사면 핸드폰을 공짜로 준다는거야.
그리고 핸드폰을 걸 때마다 화장품 광고를 몇초동안 들어야하는 의무가 있는데,
그까 것 들어주지 뭐 하면서 공짜가 좋아서 신발만한 핸드폰을 바꾸게 되었어.
약간은 천스러운...천박하고 촌스러운 빨간색 핸드폰이었지만 새 거라 엄청나게 좋더구만...
빨간색 핸드폰으로 씨벌건 욕을 얼마나 했댔는지 넌 잘 모를거야.
이제와 뒤돌아보니 핸드폰에게 괜히 창피하고 미안해진다.
첫사랑 그 인간에게 전화를 걸어 욕이란 욕은 다 써먹어.
"인간 쓰레기야~~선생자격도 없는 놈아~~ 늑대의 탈을 쓴 바람둥이야~~"
첫사랑은 기가막혀서 죽고 싶다고 하길래 "그래, 너 같은 건 죽어버려~~"
평생 할까 말까 한 잔인함이 뒤엉킨 증오를 퍼서 머리끝부터 발바닥까지 뒤집어 씌었지.
진저릴 치드라고, 나를 사랑할때의 목소리는 봄에 피는 꽃잎처럼 여릿여릿했지만
나를 버릴때의 그 인간 목소리는 칼날처럼 섬짓하고 싸늘했어.
너도 알지 내가 얼마나 이 사람을 십몇년 세월동안  그리워 했는지
내가 얼마나 이 사람을 단 한번만이라도 우연히 만나고 싶어 했는지 너도 알거야.
첫사랑을 다시 만났을 때 넌 내게 이런말을 했어.
"처음본다 너의 행복한 모습..네가 행복하다면 그 사람 다시는 놓치지 마라."
그러나 사랑은 영원하지 않았어. 세상 것은 영원이란 없다더니 그래 그 말이 맞더구나.
그 인간 맨처음 핸드폰을 사 줄 땐 하루에도 열 번씩 전화를 해서는
떠도는 사랑이란 사랑 표현은 다 써먹고 평생할까 말까한 약속이란 약속은 다 하더니
빨간색 핸드폰으로 바꿀 때쯤엔 하루에 한번 전화하는 것도 보복이 두려워 하는 듯 하더니
점점 횟수가 줄어 나중엔 내가 전화를 안하면 목소리 조차 들을 수가 없었지.
참 더럽고 무지 허무하데... 눈 돌아가게 비참하더라.
온 몸의 세포란 세포는 다 비틀어져서 병신이 될 것 같더라.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배신감으로 그 인간을 산채로 흙구덩이게 파 묻고 싶더라고...
빨간색 핸드폰은 이별만하다가 죽은 귀신이 붙어 있었나봐.
결국은 첫사랑과 헤어지고, 애 둘 낳고 산 남편하고도 헤어지고...
그래두 그 빨간 핸드폰하고 제일 오랜기간 나랑 같이 살긴했어.
3년이란 세월 동안 별 일을 다 겪었지.
근데 얼마전에 그 핸드폰이 망가진거야.
핸드폰 접는 부분이 낡아서 떨어지고 충전기 선이 오래되어서 완전 끊어지고 만거야.
그래서 한 달 동안 핸드폰이 없었어.
참 답답하데. 참 이상하게 답답하데...
있을 때 쳐박아 두고 전화도 안 받아서 가끔 연락하던 친구들이
"넌 전화도 안받니? 그럴거면 핸드폰 버려라~~" 너도 이랬지? 헤헤헤
그랬는데..없으니까 늦은 시간 버스 끊긴 것처럼 아쉽고 소중해 지는거야. 핸드폰이 말이야.

그래서 며칠전에 핸드폰을 내 돈 주고 처음으로 샀어.
그래 맞아. 카메라 달린 핸드폰이 부럽기는 했어.
하지만 내 형편을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에 낡은 핸드폰을 보상 판매 해 준다고 해서
때는 이따가 싶어 덜렁거리는 천스러운 빨간 핸드폰 얼른 던져 주고
차돌멩이처럼 하얗고 맨질거리고 맑은 창이 뚫어져 있는 핸드폰을
십만원에서 천원 모자른 구만구천원을 주고 산거야.

큰 딸이 새 핸드폰을 보자마자 일번으로 지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벨소리를 이것저것 들려 주길래
강물 소리가 쪼로롱 촐촐 나는 "숭어"라는 가곡을 선택한거야.
기억하니? 고등학교 2학년 때 반대항 합창대회가 있었잖아.
우리반 합창곡으로 숭어가 선택이 되었고, 그때 이 노래를 배웠었잖아, 기억나지?
"거울 같은 강물에 숭어가 뛰노네...'
여고시절 추억이 살살 뛰노는 게 정말 맘에 들데...
'초로로롱 촐촐촐 쪼로롱 찰알찰알찰...'

새로산 핸드폰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 지더라.
수천개의 사연으로 돋아난 나뭇잎 첫사랑도 현실 끝에 힘없이 떨어지고
마지막으로 내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이혼이라던 능력없는 아이들 아빠도
냇물이 되어 떠내려 가고,
혼자선 서 있을 힘도 없던 바짝 마른 나뭇가지는
싸늘한 회초리가 되어 나를 때려 일으켰단다.
빨간색 핸드폰을 공짜로 받던 그 해엔 핸드폰을 꺼 둔적이 많았어.
인생을 끄고 싶었거든. 목숨을 끊고 싶었거든.

새로 산 컬러 핸드폰을 열어 보고 있어. 동영상이 움직이는 걸 볼 수 있거든.
심장이 생명을 담고 꿈틀거리듯이 움직이는 동영상...
담고 싶은대로 담을 수 없지만, 새로 구입한 핸드폰에 담고 싶은 게 있어.
더 이상은 비참해 지지 않기,미워하는 사람 더 만들기 없기.
더 나쁜일은 없기, 지금보다 가난해 지지 않기,
밑바닥보다 낮은 구덩이로 들어가지 않기...
그리고 아이들과 더 많이 웃기,
그리고...좋은 글이든 나쁜글이든 글 더 잘 쓰기,
또 하나만 더...숲해설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주어졌음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