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창업박람회 65세 이상 관람객 단독 입장 제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33

어찌 하오리까...


BY 이쁜꽃향 2004-07-12


장마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이 이어지자 기분까지도 가라앉는 나날...
어느날부터인가 갑자기 핑~하는 현기증이 일더니 속은 메슥거리고 어지럽기 시작하더니
열흘 가까이 그 증세가 재발되곤 했다.
올봄 건강검진에서 '빈혈'이라고 표기되어 치료를 요한다 하였길래 
부랴부랴 철분제를 사서 복용해 왔었다.

첫 애 임신 했을 적에 한밤중에 화장실 다녀오다 쓰러진 기억 후로 
이십대 후반에 또 한 번 쓰러져 깜짝 놀란 남편이 영양제며 비타민제를 구입해 와
그 때 부터 건강 관리에 신경을 써 왔던 거 같다.
누가 봐도 내 먹성이며 체격으로 보자면 
그런 증세를 가진 환자라고 믿어주지도 않을 상태라서 내 몸 내가 알아서 관라하자는 생각에
수시로 보약도 챙겨 먹고 운동도 하며 살아 왔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다지도 간사한 건지 
지레 짐작으로 빈혈기가 있나 보다 할 적엔 별 거 아니더니
건강검진에 '빈혈'이라고 찍혀 나오니 괜시리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어떻게 조처를 취해야지하던 차에 어지러움이 시작되자 
곧바로 철분제와 비타민 C를 구입하여 나름대로 빈혈 치료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증세가 너무 심하여 도저히 그냥 견딜수가 없었다.
잘 아는 의사에게 가서 혈액 검사를 하니 이젠 정상 수치로 돌아왔단다.
그럼 빈혈은 아닌데...
내친 김에 심전도 검사도 해 보자더니 그것도 정상...

문득 봄에 조카가 갑자기 어지러움과 구토로 
응급실을 거쳐 세브란스에 입원했었다는 기억이 나서 
이비인후과에 가서 전정기관 검사를 의뢰했다.
역시...
검사 결과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겨 
몸의 평형 감각을 제대로 잡지 못해 일어나는 증상이란다.
수술을 하게 되면 청력 손실이 오게 되니 약물치료를 하자고 한다.

일단 약을 먹고 좀 안정이 되니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났다.
베개를 부둥켜 안으시고 눈도 못 뜨신 채 몸부림하시던 엄마...
얼마나 고통이 심하셨을까...
팔, 다리 아픈 거 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란 것을 
이렇게 내가 직접 어지러움증을 겪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 눈만 뜨면 어지럽고 속은 토할 것처럼 답답하고 귀는 멍하고...
머리는 아프지 이 보다 더 한 고통이 어디 또 있을까 싶었는데...

딸들은 엄마 닮는다더니 막내 여동생도 가끔 겪는 증세란다.
그래도 그렇지...이 나이에 벌써...
날씨마저 매일 비가 오다 흐리다 하니 마음마저 영 밝아지지가 않는다.
가라앉은 기분으로 컴 앞에 앉아 글만 써 댔다.
이렇게 늙어가는 건가...
늙는다는 증거인가...

기분전환 할려고 미용실 가서 그냥 자연스런 웨이브 해 달랬더니
완전히 빠글이 아줌마로 바꿔 버렸네...
이게 뭐야...
정말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네...
드라이기로 싹 펴서 아예 퍼머기 없는 머리 만들어 버리고 싶은데
언제쯤 자연스럽게 펴 질런지...

울적한 기분 달래려고 '파리의 연인'이나 봐야지 하고 텔레비젼을 막 켜는데
'엄마!! 현수가 익사 했다고 뉴스에 떴다네...'
컴퓨터 게임하던 아들녀석이 놀란 목소리로 말을 하며 나를 바라 본다.
그게 무슨 소리야...익사라니...언제...어디서...?

초등 6년, 중등 3년, 도합 9년째 함께 학교를 다닌 녀석이라 눈에 선한데 익사라니...
소스라치게 놀라 소릴 지르며 일어나 앉았다.
'엄마...아직 확실치않으니 절대 아무에게도 말씀하시지 마세요!!!'
입 싼 엄마가 친구네 엄마들에게 오보일지도 모를 소식을 미리 전할까 봐 일침을 놓더니
여기저기 알아보고 중얼거린다.
'119까지 불렀는데 가는 도중에 죽었다네...'

같은 에미의 입장에서 너무나 가슴이 아파 내가 잘 아는 그 母子의 모습이 눈에 선해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날이 밝자, 성당에 앉아 있는데 부재중전화가 세 통이나 와 있다.
아들녀석이 친구들과 화장터에 가고 있다는 말을 하려는 전화였다고 한다.
아직 채 피지도 못한 채 가 버린 그 녀석의 명복을 빌며 ...
우울하기만 했던 한 주간이 지나고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오늘
이젠 제발 가슴 아픈 일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하는 바램으로 글을 올린다.
이 방 님들께도 좋은 일들만 가득한 나날 되시길 빌며...

제발...
아이들끼리 물놀이 보내지 말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