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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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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함.


BY 도영 2004-07-09

절절한 감성들이  지문 처럼 묻어 날것 같은 

비오는 날에

은은히 비치는 얇은 속 커텐만 치고

비오는 세상을 바라다 보면

비오는 날의 창밖에 거리 풍경은

맑은날의 발랄한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똑같은 도로에 달리는 차들도

그옆에 푸른빛 가로수 들도

햇볕쨍한 날씨에는 무덤덤하게 지나치다
비가 오는 날에는...

맑은날  메말라 푸석 대던 감성이..

상처난 따대기 떼어내고 드러난 속살 처럼 ...

 감성들이 돋아나

그동안 잊고 살았던 지나간 인연들을 회상 하고는 한다.

 

맨홀속으로 빨려 들어 가는 빗물처럼

나도 지난 세월속으로 빨려 들어 흡수 되고 싶어

마음속 책장의 꼿힌 알록달록한 책한권을 빼어들게 만든다.

비오는 날에는...

소설책  넘기듯 한장한장 들추다가

더이상 페이지를 넘길수 없는 빛바랜 한장의 페이지에

나의 회상이 고정 되어 있었다.

 

어떤 친구의 말실수로인해

나는 대단하게 화를 낸적이 있었는데

그리고는 그친구와는 한동안 인연을 끊은적이 있었다.

사십이 넘은 나이에 그당시 일을 돌이켜 보니

그날의 서운함이 다 내탓 같기도 하고

팩팩 거리며 날뛴 그날의  표독 떨던 내 모습 또한

젊었기에  가능했던 감정을 절제못하는 오만함이란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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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전 말의 야성을 건들여 오지게 낙마를 했다.

모래 한사발을 입에물고 말 밑에 깔린 나는

무릎 인대가 늘어나는 사고를 당했다.

 

처음으로 두아들들을 승마장으로 데리고가

나의 말타는 솜씨?를 보여주려 했다가.

말등에 타고 일분여만에 두 아들들 보는앞에서

야물딱지게   떨어졌지만

아프다는 말을 체면상 차마 못하고 다시 말을 타고 승마장을 누볐다.

 

그런 나의 무모함의 일침을 가하듯.

그날부터 다리가 부어 올라 절룩대며 다닐수가 없어

열흘넘게 집에 들어 앉다 보니

순간의 무모함이 긴 시간을 집안에서 갇힌 신세가 되었다.

 

나는 아직도 쓸데 없는 무모함과 아집이 있다.

가령..

감기가 걸려도 병원에를 가지를 않는다.

감기가 걸려 치유가 되기까지는 보름정도 걸리는데

약을 먹으면 그것이 일주일로 단축 된다는것을 알면서도

대신 그후에 감기약 먹은 휴유증으로 멍한 상태가 싫어서.

'"차라리 일주일 더 아프고 말제..""하고는 아파 끙끙 대면서도

자연치유니 뭐니 하면서 병원에 가본 기억이 별루 없다.

 

주위에선 이런 나를 아집스럽다들 하는데

그 아집이 다시 발동해

인대가 늘어나 다리가 통통 부었는데도

병원가서 사진 도 안찍고 자연치유만을 고집 하고 있다.

그 이유도..

"뼈와 인대는 시간만 흐르면 저절로 낫는다""는

나의 고집에 남편도 애들도 두손 두발 다 들고

아예 나를 포기한 눈치인데.

그렇다고 내가 고집스런 여자는 절대 아니다.

모 그렇다고 야들야들한 여인네도 아니지만.

한번씩 무모한 아집이 발동 되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성향이 있다.

근거 없이 무모한 아집을 부리는 것이 아니기에..

그 증거로.

퉁퉁 부어 밤잠을 설쳐가며 아프던 다리가.

이틀전부터 조금 조금 나아지기 시작 한거다.

덜 찔뚝 대고

살짝 구부려보니 통증도 덜하고.

부어 올랐던 무릎도

한달전 담은 매실 엑기스의 발효된 유리병속 매실알 처럼 쪼글쪼글 해졌고.

그런것을 보니

나의 무모함이 결코 근거 없고 쓸데 없는 것만이 아니것 같기도하고.

 

세월이 흘러 지금 내가 오만했던 젊은 시절을 인정 하듯

또 세월이 흘러 지금의 내 무모함을 ...

자랑 삼아 떠벌리지 않는 십년후쯤에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십년후에 나의 자화상을 얇은망사 커텐 쳐진.. 비오는날 ..

여름 비가 맨홀뚜껑속으로 빨려들어가듯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다들다 보니

비는 어느새 그치고 연한 햇볕이 무모한 나를 비웃듯이

베란다 를 점령 하고 있었다.

 

 

 

무모한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