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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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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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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도 가끔은 사람처럼 살고 싶어..


BY 아침이슬 2004-07-05

 

 

 새벽다섯시면 시끄럽게 울어대는 꼬끼오 소리가 참으로 고달프다....

더듬더듬...휴대폰 뚜껑을 열었다 닫아버리면 고요가 방안을 채우긴 하다만 꾸벅꾸벅 조는 잠속에서 시계째깍이는 소린 왜 이렇게 야속할꼬....

 

그렇지...난 아줌마지..

잠속에서 허덕이는 아이들 엉덩이 두들겨 깨워 책가방 짊어지고 학교로 보내야하고. 남편은 뙤약빛 쨍쨍내리쬐는 일터로 등떠밀어 보내야하니...아자자자 일어나자 일어나자...주문이라도 걸어야 겠네..

 

달콤한 잠을 쫓아 버리면..쉴새없이 뚝뚝 떨어지는 일속에서 잠시 물끄러미 달력을 바라보고.

아....가느다란 외마디로 칠월이란것을 일깨워보네....아주 가느다랗게..외치면서.

 

어두컴컴하게 불꺼진 방 화장대 위에 얹혀 있는 길다란 거울이 칠월어느날 속에 있는 아줌마를 커다랗게 보여주고 있네...

나이살이 울퉁불퉁하니 왜 이렇게 낯설은 여자의 허허로운 허상일까나...

그렇지...난 영락없는 아줌마이지..

 

내가 한것이 무엇이었나...

그래 그렇지...

어쩌다 보니 사랑한다고 만나 결혼을 하였네...

살다보니 듬직하니 말없는 아들에...재잘재잘 인정이 철철넘치게 애교스런

딸하나가 내 옆에 잠들고 깨어나고,....가끔씩은 열이 펄펄 끓을정도로 속도 썩여주는 남편이  옆에서 심심할새 없게 살아 있는 느낌을팍팍 안겨주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아이들 손잡고 산에도 올라보고.

더러는 고기집에 들러 삼겹살 파티에 배도 불러보고,

어떨땐...텐트치고 댐에 앉아 네식구 낚싯대드리워서 뱀장어도 낚아보고,

맘 내키면 뜨끈뜨끈한 찜질방에 앉아 삶은계란 까먹으며 줄줄 땀도 흘려보고,

일년에 한번쯤은 새벽시장에서 꼬꼬댁 닭도 골라 닭장속에서 키워보고,

.......................................................

 

손꼽아 꼽아보니 한것도 무지 많다네..

손가락이 모자라서 다 셀수가 없어이..

근데 왠일인지 ...

머리로 가슴으로 세어도 줄줄이 어딘가로 빠져 버리고 하나도

잡히는게 없네...

 

머리로 생각해도 ,

가슴으로 느껴봐도,

손으로 만져 봐도,

내 눈속에 보이는건 아무것도 없다네..

보이는것도 만져지는것도 하나도 없고보니

하고픈게 어찌이리 많은고야...

 

통일호 기차속 창가에 턱괴고 앉아 홱홱지나가는 산과들을 눈속에 담고

작은 간이역에 내 발자욱 디뎌보고 싶다네...

일상에 주어진 내 이박삼일을 잠시 빌려와서 어릴적 소꿉놀이 친구와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다 잊어버리고 노는것만 하고 싶다네..

 

손등위에 모래를 다독여 두꺼비 집도 지어보고,

둘만 앉을수 있는 작은바위에서 어깨동무하고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보고,

사기조각 주워주워 내 남자 같이 보이니 아빠하고,넌 천상여자같으니 엄마하여서 밥지어 소반차려 소꿉놀이 하여보고싶다네.

 

아줌마는 늘 가족들만 하나하나 살펴야하고

아줌마는 늘 씩식해야하고,

아줌마는 늘 아파도 아니되고,

아줌마는 늘 뭐든지 잘해야하고,

아줌마는 늘 앞만보고 달려야하고,

 

그리하여도 늘 그리운게 있고,

그리하여도 늘 보고픈게 있고,

그리하여도 늘 하고픈게 넘 많다네...

때로는 감성에 나를 맡기어 살아있는 냄새를 맡고 싶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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