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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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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유괴당할 뻔 하다..


BY Dream 2004-06-22

달력 그림이나 연예인들의 화보집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하는
베네치아 리알토다리 근처, 상가가 이어진 골목으로는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물밀듯 이리저리 몰려 다니는지
잘못하단 막내아이를 잃어버릴까봐 손바닥에 땀이 나도록
아이 손을 꼭 잡고 다녔답니다.

 

몇년전
막내가 다섯살때
외국 여행이라고는 처음 나가본곳이
대만이었답니다.

따뜻한 남국 날씨며 푸른산,
향 연기가 자욱한 사찰, 독특한 고산족 생활모습과 음식이
이국적인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해주어
마음이 붕붕 뜬채로 돌아다녔는데.

 

장개석 기념관에 갔다가
아차! 하는 한순간에 막내아이를 잃어버릴뻔 했답니다.
기념관 꼭데기층에 장개석의 좌상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 양옆으로 살아있는 두명의 병사가 마치 동상처럼 서 있습디다.

그 두명의 병사는 얼마동안이나 부동자세로 서있었는지
빳빳한 장대 같아 보이더라구요.

 

주체를 못해
어떤때는 주책스럽기까지 한 이 아줌마의 호기심이
그 병사들이 눈꺼풀을 움직이지 안움직이는지
그 쓸데없는걸 확인해볼 요량으로
내눈을 병사의 눈에 고정시키고
한손으로는 아이손을 꼭잡고 서 있었거든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 병사가 눈을 깜빡이겠다 싶은 시점인데
아이는 자꾸만 엄마손을 뿌리치려는 것이었습니다.
겁이 많아서 엄마손을 함부로 놓지 않는 아인데...

순간
'아, 아빠와 즈이 누나와 형이 옆에 있으니... 아빠한테 가려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에 그냥 아이 손을 놓아주었지요.

그리고 아주 잠깐후
내눈이 시려 그 쓸데없는 짓거리를 포기한후
뒤돌아서니

어머! 큰아이 둘만 남편과 놀고 있을뿐
막내아들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진방이는?" (애칭)

 

"몰라. 자기가 데리고 있었잖아."

황망한 표정으로 남편이 대답하더군요.

가슴에서 쿵 소리가 났습니다.

 

"진 방 아-----"

엉겹결에 비명이 나오더군요.
그넓은 홀 사람들에게 다 들리록.

 

순간
엘리베이터 앞에서
얼굴을 획 돌리는 아이.
저희집 막내아들이었습니다.

흰바지에 검은색 티셔츠
겨자색 잠바를 입은 얼굴이 뽀얀 아이.
그애가 어떤 모르는 남자의 손을 잡고
엘레베이터를 타려는 찰라였습니다.

아이는 얼굴을 돌려 엄마와 마주치자마자
그대로 달려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세상에나!
일이초만 늦었어도
일이초만 늦었어도
우리막내는 그 나쁜 남자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탔을것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밖으로 나갔다면
...
그다음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지금도 그생각을 하면
잠이 오지 않는답니다.

아이는 누군가 와서 손을 내밀면
고개를 젖히고 어른의 얼굴을 확인하지 않은채
그사람이 당연히 엄마나 아빠라고 착각하고는
손을 잡고 따라간다는 것입니다.

저희 아이도 엉뚱한데 정신이 팔려 있는 엄마를 두고
남자어른이 손을 잡으니 당연히 아빠려니 생각해서
손잡고 따라간것입니다.

 

이렇게 어린아이를 유괴해다
노예로 팔아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듣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치를 떨었답니다.

 

해서
준비한것이
호루라기랍니다.

비행기를 타기전 아이를 데리고 문방구로 달려가서
호루라기를 두개 사서 하나는 엄마가 걸고
하나는 아이 목에 걸어주었습니다.

 

"진방이.. 어디든 혼자가면 안되는거 알지?
꼭 엄마  아빠가 보이는곳에서 있어야 돼.
혹시 엄마를 놓치면
절대로 그자리에서 다른곳으로 가면 안되고
이 호루라기를 불어.
불어봐봐.

 

그래. 그렇게 부는거야.
그러면 엄마도 호루라기를 불면서 니가 있는곳으로
찾아 올테니까.
알았지?"

 

이렇게 일러주다가 그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해는 넘어가서 어스름 어둠이 밀려오는데
낯선거리 낯선사람들 틈에 길 잃고 엄마 잃은
어린아이가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계속해서
호루라기를 부는 모습.

호루루루루루----
호루루루루루----
엉엉 호루루 엉엉
호루엉엉 호루 엉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울면서 호루라기를 부는 아이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질금거려졌답니다.


인혜엄마는 호루라기를 한개 더 사셔야 되겠어요.
셋째 넷째 둘다 아직 어리니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