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부가 같이 산게 27년이다. 연애 기간까지 합치면 30년이 넘었다. 막말로 우린 앞으로 몇년을 더 같이 살 수 있을까? 그생각을 하니 갑자기 가슴이 서늘해 진다. 54살의 친구 남편이 쓰러졌다. 삼성병원의 중환자실엘 뛰어갔다. 모든 기능이 마비되고 심장만 뛰고 있다고 했다. 사무적일 수 밖에 없는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말했단다.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는것....절망한 친구의 손을 잡으며 난 다리에 힘이 풀리는걸 느꼈다. '어떻할까? 친구는 앞으로 혼자 어떻게 그애의 삶을 견뎌야 할까? 돌아오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부부는 결코 긴 시간을 같이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것.... 그리고 산 동안 여한없이 사랑했노라고 말하기가 힘들다는것... 그어느 관계보다도 헤어지기가 사실은 쉽다는것-요즘은 세쌍중에 한쌍이 이혼한다는 믿기지 않는 말이 있을정도니까- 내친구 처럼 원하지 않는 이별도 어쩔수 없이 견뎌야 한다는것. 가장 가까운것 같지만 가장 멀 수도 있다는것... 친구도 사경을 헤메는 그 남편을 어느만큼 사랑했을까? 장대 같은 두아들을 낳아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에 보내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그리고는, 마음씨 고운 참한 며느리를 보았다. 유학을 보낼 아이들이라고 데리고 살더니, 비교적 고부간의 사이도 원만하고,잘 지냈다. 남편이 젊은 나이에 퇴직을 했지만 재테크를 잘해서 생활에 불편은 없어 보였다 노래교실에 취미를 붙이고 다니고 썩잘해서 노래 자랑에 나가 상도 받곤 했다. 늘 허허하는 성격이라서 4년전부터 남편이 암선고를 받았다는데, 주위에선 아무도 몰랐다. 그앤 걱정없이 행복해만 보였다. 혼자 마음 고생이 심했을거란 생각에 가슴이 저린다. 누구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랑이란것... 가늠 할 수도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 할 수도 없는것.. 누구나 자기 모양대로 자기 방식대로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고 느끼는 분량도 다른것.... 예전에 술주정이 심한 형부 때문에 언니가 너무 불쌍하다고 했더니 우리 큰애가 말했다.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모는 훨씬 불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왜냐면 다른 부부의 속내를 알 수가 없고, 그들만의 사랑이 있기 때문에, 그들 부부는 그렇게 살면서 자기들의 애정을 어떤 방법으로든 표현하며 살거라고, 그래서 우리가 걱정하는것 보다는 훨씬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사랑하며 살 거라는.... 나는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던 생각이 난다. 사람들은 정말 우주처럼 서로다른 많은 생각과 다른 사랑의 표현을 하며 살터이고, 작게 표현해도 행복해 하는 사람이 있고, 크게 표현해도 그렇게 못 느끼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이별을 앞둔 친구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우리부부를 포함해 주위에 내가 아는 많은 부부들에게, '사랑하세요' 그것도 많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누구에게나 이별이 있을 것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