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의 초여름 비가 부슬부슬... 어쩐지 오기 싫은걸 억지로 오는 춘향 걸음 같다. 지난해 비가 지겹도록 내려 올 봄 아카시아 꿀 농사 망쳤다고 농부들 원망이 하늘을 찌르더라. 헌데 올해는 비가 너무 내리지 않아 가뭄 든다고 한탄 한탄... 하느님직업도 쉬운 것은 아니구먼. 아침나절부터 주방에서 호들갑이 났다. 뭔 일인가 시퍼 기웃하였지. 대뜸 나를 본 주방장 이모야 '사장 언니 시집 가이소' '시집 가라고? 그래 듣던 중 가장 듣고 싶고 가슴에 닿는 소리이네. 헌데 왜?' 이유인 즉... 아들 현이가 거래처 주문을 받아 새벽 어판장에서 마리당 10kg 넘는 산 문어 두 마리를 구입해서 랑 다른 생선활어 통에 같이 넣었더니 그만 끽해 버렸단다. 어쩔 수없이 지금 삶고 있는데 너무 맛이 좋은 돌 문어기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그래서 대(大)문어 본 김에 사장언니 시집보내자고 주방에서 쑥덕공론.. '시집 보내 주면 나야 좋고 말고... 자식들한테 한번도 못 들은 소리인데...아이고 너희들 밖에 없다. 안 그래도 요즘 백조팔자라 노후대책도 마련 못해 앞날이 캄캄했는데 고맙구먼..' '언니요, 그라면 배필만 구해 오이소' '야들이 무슨 소리 하고 있니? 상대만 있었다면 내가 이라고 있겠어? 벌써 알콩달콩 깨소금 냄세 진동하지.. 시집 보내려고 작정한 너희들이 책임지고 구해 와' '조건은 요?' '조건 없다. 바지 입은 남자라면 곰보째보라도 좋다. 하지만 황금만은 꼭 보유해야 한다. 그라고 일찍 죽으면 더더욱 좋고...' 주방 이모야 들 왈! '한 이틀만 휴가 주이소. 전국방방곡곡 구인(求人) 깃발 앞세우고 다녀서 꼭 구해 올게요' '정말? 그 말 믿어도 되지. 그래 좋다. 오늘부터 이틀 가게 문 걸어 잠그라.모두 휴가다!' '헌데 우리 모두 나서서 한참에 너무 많이 데리고 오면 어떡하지요?' '걱정 말거라. 그 중 황금 젤 많고 빨리 세상 하직 할 후보자 뽑을 거야. 그도 아니면 다 거느리고 살든지.. 그라고 너희들에게도 충분한 보너스 줄 꺼야..' 그런데 막상 휴가 허락을 하니 아무도 안 간단다. 조건이 쉽고도 어려워서 뭐 자신이 없다나.. '그럼 그렇지. 내 팔자에 시집은 무슨..요 모양 이 꼴로 살 운명인데..' '우 하하하.....' 주방이 떠날 갈듯 모두들 신나게 웃어 제친다. 현경제가 바닥으로 침체되어 장사하는 사람 너 나 할 것 없이 힘들어 주인주객끼리 눈치만 보고 있는 요즘. 날씨마저 분위기 까라 앉게 하는 날 아침에 우리 집 단상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