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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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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본고장 뮌헨


BY Dream 2004-06-08


뮌헨,
이라고 말하면
뮌헨의 노란 민들레,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가 떠오르고
겨울바람을 맞으면 쓸쓸히 걷는 슈바빙의 전혜린이 떠 오릅니다.

 

짤즈흐강가에 앉아 모짜르트를 생각하던 우리 가족은 저녁무렵 기차를 타고
뮌헨, 뮌첸역에 내렸습니다.
지도를 펴들고 지하철을 타고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아이들과 남편이 샤워를 하고 옷가지를 세탁하는 동안
저는 저녁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일반 호텔에서 밥을 지어 먹는것은 금지 되어있지만
이숙소는 싱크대며 레인지가 갖춰져 있어서
무엇이든 조리해 먹는게 가능했습니다.
밥을 짓고 쏘세지를 삶고
즉석 미역국을 끓여 가져간 김과 깻잎 통조림을 열어
멸치볶음과 먹으니....
힘이 불끈 솟았습니다.

 

저녁을 먹은후,
생각 같아서는 술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시내 호프브로이광장에 나가 뮌헨의 맥주를 여러사람들과
어울려 마시고 놀다 돌아왔으면 싶었지만....
하루종일 걷다보니
몸이 파 김치가 되어 어서 눕고 싶은 마음만 들었답니다.

 

인혜엄마는 나보다 훨씬 젊으니
체력도 좋을터이고 꼭 남편과 나가서
맥주의 본고장, 뮌헨의 음주문화를
체험하도록 해보세요.

 

이튿날 아침...
피곤에 퉁퉁 부은 얼굴과 손발을 찬물에 담가 씻고
뮌헨역 코인락커에 짐을 보관한 다음
님펜부뤀 궁전으로 갔습니다.
궁전...
높은 천정에 화려한 그림
우아한 가구며 침대...
넓고 넓은 정원...
궁전구경을 마치고 시내로 돌아와 점심으로
생선구이와 볶음밥을 먹고
마리엔 광장, 과학박물관, 슈바빙거리를 돌아다녔답니다.

참,
인혜네 아이들은 수학 과학을 좋아한다지요?
그러면 독일의 과학박물관, 꼭 잊지 말고 들르도록 하세요.

우리는 걷고 걷고 걸으며
거리의 악사들 구경도 하고
오래된 건물들 구경도 하고
몰려다니는 사람들 구경도 하다가
쉬원한 그늘에 앉아서 쉬는데
무슨 파티가 있었는지 아줌마 아저씨들이
어떤 극장같은 홀에서 떼로 몰려 나오는데요.
그 복장이 어찌나... 촌 시러운지...^*^..
사실은 예의를 갖춰 입은 성장이었는데
연두색 긴치마에 등짝이 다 나온 부라우스며
몇년만에 꺼내 입은듯 낡은 보라 원피스...
사시사철 청바지 하나로 버티고 사는 내눈에
촌스럽기보다 어색한 복장으로 보였지만
사실,
그것은 그들이 모인 장소에 맞는 차림이었던것입니다.
남편과 제눈에 이상하게 보였던것은
공식행사가 다 끝난 모양인데
그사람들은 계단에 몇사람씩 웅기중기 모여서서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는것입니다.

 

우리는 그렇찮습니까?
모였다 막바로 헤어지기가 좀 아쉬운듯 하면

 

"우리집에 가서 차한잔 하구 가요.."
하고 맘 맞는 사람끼리 몰려가고

 

"내가 한잔 살테니. 가자구. 들.."
이리저리 삼삼오오 뭉쳐서 사라지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날 본 이사람들은 우리가
궁둥이를 털고 일어날 때까지
그렇게 어정쩡하니 계단에 몰려들  있더라구요...

 

그러거나 말거나

저희가족은 시장을 돌아보며
밤새 푸라하로 가는 기차에서 먹을 과일이며 쏘세지,빵 음료수를 준비하고
뮌헨역앞에서부터 시장으로  통하는 광장에서
맥주를 마셨습니다. 애들은 핫도그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사람들은 의자도 없는 높은 탁자앞에 서서
1000cc쯤 되는 생맥주를 조금씩 조금씩 마시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면 씨익 웃더군요.
시끌벅적한 맥주거리
그곳에 서서 시원한 맥주 한컵을 마신 남편은
행복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