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혜엄마!
유럽으로 여행가서 한달 동안 어디어디를 다녔는지 주욱 적어달라구 했죠?
웬 귀찮고 이상한 숙제를 내주느냐구 웃어버렸는데,
얼핏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게 그냥 웃고 잊어버릴 일이 아니네요.
작년 여름방학때 갔다왔으니 벌써 일년이 다 돼가고
적은 돈 들여 다닌 여행도 아닌데
잊어버리기 전에 어디를 갔었는지 느낌이 어땠는지 적어 놓는다면.....
이제 유럽여행을 떠나려는 인혜엄마에게도 도움이 되고
나도 다시 한번 즐거운시간을 돼 새기며 오늘의 심란스런 마음을 잠재울 수 있어
이건 인혜 엄마가 내준 숙제가 아니더라도
마땅히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여행갔다온 얘기를 이곳을 통해서 들려 주기로 했네요...
* * *
2003.7.23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우리가족, 엄마 아빠, 중학생 둘에 초등 2학년짜리 다섯식구가 베낭 지고 카메라들고
비행기를 탔어요.
제주에서 출발, 서울, 동경, 코펜하겐을 거쳐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지요.
동경에서 코펜하겐까지 비행기는 북반구 몽골 러시아 지역위로 날아가는데...
날씨가 맑아서 지루하고 심심하면
창에 코를 박고 우리가 사는 지구... 대륙을 내려다 보곤 했어요...
기억하시죠?
옛날에 학교때 배운 "우랄 산맥".
아! 그 우랄 산맥을 내가 내 눈으로 내려다 봤단 말입니다.
러시아의의 넓디 넓은 평원위를 북에서 남으로 가르는
웅장한 "우랄 산맥". 우랄 산맥 위의 푸른 호수.....
"어머나!"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어요...
비행기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는 해를 따라 날고 있으니
환한 낮이 계속되었지요.
하루 밤을 홀랑 떼어먹힌 셈이더라구요.
때 되면 주는대로 밥먹고 심심하면 영화보고
졸리우면 잠자고 답답하면 창밖 보고....
그렇게 긴 비행시간을 마치고
런던공항에 내려서 입국 수속을 하려고 줄을 섰는데.....
아!!! 그 다양한 인종에 또한번 놀랐네요.
울긋 불긋 원색사리를 걸친 뚱뚱한 인도 여자들... 동양인들.... 검은피부 아프리카 사람들..
히드로 공항은 천정이 낮고
사람들은 북적북적 많아서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그도 그럴것이
착륙을 기다리는 비행기들이 줄을 지어 하늘에 차례로 떠 있더라니까요.
그렇게 세계 각지의 많은 사람들이
이 런던 히드로 공항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오는가봐요.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서
지하철을 타러 갔지요..
지하철 노선도를 살펴보며 표를 끊고 미리 예약해 놓은 숙소로 가기로 했어요.
지하철을 타고 자리를 잡고 앉으니....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할것없이
모두다 끄덕 끄덕 졸음을 못참고 고개가 저절로 앞으로 떨어지더군요.
저녁해가 남아 있는 시간이지만
우리나라 시간으로 치면 새벽이니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낼 재간이 있어야지 말입니다.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렸어요.
여행 안내 책자에서 봤는데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노선에는 시차때문에 꾸벅꾸벅 조는 동양사람들이
소매치기들 작업대상이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날 그날 쓸 돈만 꺼내서 남편이 갖고 다니고
한달동안 쓸 현금과 기차표, 돌아오는 비행기표가 다섯개씩은
전대에 넣어 내가 배에 차고 다니니...
임신 5개월 스타일로 숱하게 걸어다녔네요.
큰베낭 두개는 남편과 아들이 메고
라면이나 과자등 먹을거리는 끌낭에 넣어 딸애가 끌고
여권, 여행책자, 마실 물 중요한 물건이 든 가방은 내가 메고
막내는 카메라 가방을 들기로 했답니다.
언제든
"출발"하면 자기 가방은 자기가 책임지고 챙겨서 일어나기로 했지요.
지하철에서 내려 또 버스를 갈아 타고
숙소를 찾아가는데.... 한여름 날씨가 왜 그리 추운지...
덜덜 떨면서 숙소로 들어가
세수도 하는둥 마는둥 모두 잠에 골아 떨어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