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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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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당에 온 산토끼


BY 라메르 2004-06-04

 

철없던 시절 종소리에 이끌려 새벽 예배를 다닌
적이 있다.

아마 그때가 초등학교 일학년 때 인 것 같다.

새벽 4시면 어김없이 뎅그렁 교회 종이 울리는데
승부욕이 강한 어린 꼬마는 가장 먼저 가야 직성
이 풀렸다.

옷을 머리맡에 베고 자다가 종이 뎅~하고 첫음을
내면 난 기계처럼 일어나 옷을 주워 입고 새벽을
힘차게 가른다.

가끔 종소리에 즉각적인 반응이 없을땐 울 엄니
"야 니네 하나님 널 간절히 부르느만 동작봐라"
하시며 발로 툭 건들어 사인을 주시곤 했다.

잽싸게 달려간 그곳.
종지기는 어딜 갔는지...
항상 아무도 와 있질 않았다.

그 시절의 난 하나님을 만나는 일보다 일등으로 달려가
설교를 하던 강대상 바로 밑 방석에 앉는 일에 목숨을
걸었던 것 같다.

그날도 난 목숨건 질주를 하였것만 아뿔사 강대상
바로 밑 그 방석에 누가 앉아 있는 거였다.

기운이 쭈욱 빠지는 것도 잠시 "아니 저게 뭐야?"
눈을 크게 떠보니 그건 사람이 아니고 토끼였다.

토끼는 내 방석에 앉아 강대상에 이마가 닿도록
고개를 끄덕 거리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토끼가 고개를 끄덕일때마다 긴귀가 나풀거리며
바닥에 닿았다 천장을 향했다 하는데 갑자기
무서워져 오줌이 나올 것 같았다.

언젠가 한밤에 앞집 복순이 언니와 두엄더미에서
함께 오줌을 눴는데 여우가 캥 지나간 적이 있었다.
무섭다고 우니까 언니는 더 무서운 건 산토끼라고
말해 주었다. 산토끼의 눈이 빨간 건 여우를 잡아
먹다 그 피가 눈에 튀었다는 것이다.

그때 왜 하필 그 얘기가 생각났는지.

발은 벌써 교회안에 들어왔으니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칠수도 없는 일

교회안이라 봤자 그리 넓지 않지만 난 될 수 있는 한
토끼와 먼 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날 모처럼 기도의 제목을 바꿨다.
"하나님 울 엄마와 아빠 예배당 나오게 해주세요." 대신
"하나님 저 무서운 토끼를 물리쳐 주세요." 라고 엎드려 기도 했다.

그런데 토끼가 갑자기 나를 공격했다. 목표는 내 목이었다.
갑자기 내 목에서는 빨간 피가 흘렀다. 토끼의 눈을
빨갛게 물들일 피가 목에서 뚝뚝 떨어지는데 난
몸을 전혀 움직일 수가 없다.
몸은 쇠가죽을 두른 것 같이 무거워 꼼짝을 할수가 없다.

"야 아가야 아프니? 이 땀 좀 봐.기도하다 잠들었구나.
얼른 집에 가거라." 걱정스레 땀을 닦아주는 손은 정길언니
엄마인 김 권사님의 것이다.

교회안을 주욱 둘러 보았지만 어디에도 토끼는 없었다.
권사님은 추우니까  이옷과 모자는 그대로 쓰고 가거라 하면서
흘러 내리는 큰 옷을 여며 주셨다.
교회 출입문을 나오려는데 거울이 하나 걸려 있다. 거울 속에는
어린 토끼 한마리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어린 토끼가 쓴 모자는 정길언니의 털실로 짠
속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