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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있는 집에서 엄마가 샤워하고 옷을 벗고 집안을 다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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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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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상관 없이 살아가기


BY 다정 2004-06-03

어제부터 부은 목구멍은 아침에도 열을 끓이고

등교하는 아이도

남편도 버려둔 채 이불을 뒤집어 쓰기에 이르렀다.

설핏 든 잠결에 윙윙거리는 소음들

웃음 소리, 음악 소리 등등 한무리의 웅성거림은 방안을 헤집는다.

열에 들뜬 몸으로 따라 나가 보니

베란다로 걸쳐진 길 건너의 학교의 차양막들이 보인다.

올해에도 예외가 아니게 학교는 체육 대회가 한창이었고

그에 따라 동네도 시끌벅적이다.아니 소음에 갇혔다란 말이 맞겠지.

아파트 아래에서는 꼬맹이들마저 경기나게 소리를 지르고 있고

일찍 찾아온 유월의 무더위는 바닥을 달구고

나만 홀로 귀가 열려진 사람처럼 창문을 닫고

베란다의 겹문을 닫고

쇼파에 앉아 열에 지친 땀을 닦고 있다.

잠을 못 자게 하는 고문의 방법도 있다 하던데

소음에 갇히게 하는 고문도 있을까나.

 

관대하다는 것과 그냥 봐 주기와 그러려니 하는 것은 어떤 차이일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민원실에 말을 건네어 보니

학교에서 하는 행사는 관여를 할 수가 없으니

나보고 밖에 나가 있으란다.

'학교'의 힘에 감히 할 말이 없어진다.

스피커의 볼륨은 최대한으로 켜 두고

마치 옆에서 말을 하듯 아이들은 각반 대항에 응원을 마지 않고 있으니

그 소리가 무섬증마저 들게 한다.

 

일전에 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하는 친구가 했던 이야기.

요즘의 아이들이 어떤 존재인가

몇 천원하는 옷도 버거워하며 내 아이는 고급을 따지고

나는 못 먹어도 그저 자식입에는 좋은 것 넣기 바쁘고

그러한 대접은 당연시 여기는 아이들

그날도 어린 아이들과 엄마들이 가게를 찾았다나.

휘황찬란하게 진열된 상품들을 마치 제것처럼 휘젓는 것은 고사하고

급기야는 한 아이가 입구에 소변을 보더란다.

놀란 친구가 소리를 지르니

그 아이의 엄아가 그러드라나.....아이 놀래면 어쩔거냐고...

 

신도시가 형성이 되고 자연적으로 그에 따라 학교가 들어서니

위장 전입도 마다하지 않고 아이들이 몰린다.

길 건너의 학교도 그 중의 하나이기에

병풍처럼 들어선 아파트 사이에 자리를 한 학교는 잘 빠진 세단처럼 폼새도 만만찮다.

일년의 단 하루인데 뭘 그러냐고 반문도 하겠지만

무엇을 보아 주고, 눈 감아 줘야 할지.

 

엘레베이터 안은 늘 지저분하다.

아침 부터 청소를 하는 아줌마는  윤이 나게 닦아 두지만

오후가 되면 과자 봉지에서 끈적한 바닥까지

아이들의 마음이 걱정이다.

제철마다 새로운 인테리어에 관심을 쏟으며

윤기가 나게 치장을 하지만

정작 집문을 나서면 나머지는  별상관이 없는 것들이 되고 만다.

 

남을 배려 하는 삶

남에게 피해 주지 않기.

남의 의견을 먼저 듣기

나 부터 고쳐 보기

........

얼마나 세상과 상관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