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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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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 랑 싸가지


BY 박실이 2004-05-12

며칠 냉전이다

단둘이 사는, 집에서의 냉전은 며칠을 더 두고봐야 할지, 아님 그싸가지를 고쳐야 할지.

친구나 후배의 부부싸움의 아지트인 우리집에 불만 없음을 확인하고 미안해 하는 내게 언제부터인가 딸아인 무관심 내지는 엄마가 힘들까봐라는 단서로 묵인 하였다.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이틀을 머물다 갔다.

그 슬픔과 분노가 가슴을 휘저어 며칠을 힘들게 보내는게, 딸아이를 힘들게 하였나보다.

어젠 잠깐 올라와 안집에서 쉰다는게 상추가 문제였다. 아니 술이 문제였다 .

친구땜에 딴정신이였던 내눈앞에 야들야들하게 올라온 상추가 마당에 보이는게 아닌가

밥을 먹는둥 마는둥 했던게 식욕인지 스트레스 식욕 인지가 왕성하게 자리매김을 하며 올라 서는게 아닌가 !

 마당에 앉아 한소쿠리나 되는 상추와 삼겹살을 구어 반근이나 되는 고기를 다먹어 치웠다

거기에 마음 놓고 소주를 한병 맥주를 한병이나 마셔가며...ㅎ

빨랬줄에 널어놓았던 요와 이불을 마루에 펴고 세상 모르게 잔 것이다

일어나니 밤 열시가 넘어있었다.

퇴근한 딸아인 입이부어 내다 보지도않고 옆에 사는 친구가 그냥 말없이 앉아 있었다.

유난히도 깔끔을 떠는 딸아이의 성격을 아는지라 조심하고 살았는데.. 그래도 그렇지라는 서운한 생각에 화가 나는걸 참았다.

TV 에서 여자가 술마시며 넋두리 하는걸 참 못마땅해 하며 체널을 돌리던 아이인지라

이해 하기로 했다.

내 슬픔은 지 슬픔이 아니고 내 마음은 지마음이 아니니 그럴수도 있다고 넘어 가기로 했다

 

근데 이싸가지 아침에 다녀 온다는 말 한마디 없이 출근을 한다.

비가 많이 내린다는 말에 포도나무 받침을 매만지는 날 힐끔 돌아 보더니 대문을 꽝 닫곤 나간다

하루종일 화가나 반가운 사람도 오랫만에 들린 사람도 대충.. 이걸, 매를 들어 싶은데 난감하다

이십대 중반인 아이를, 세워놓고 때리나 아님 너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니 하며 등짝 이라도 후려치나..ㅎㅎ

혼자 때려줘야 겠다고 생각하는 내가 참 어이 없어 웃었다

 

자라면서 다섯손가락 수만큼 맞고 자란 아이다

공부하라 말하지 않아도 책을 들고 살던아이

날 닮은건지 아무책이나 잡히는대로 읽어 그게 걱정됐던 아이였는데 중학교때 두번 고등학교때 세번 모질게 때렸다.

 

사춘기라 그럴수 있는데 그래도 집고 넘어가야 한다는 내 이기가 그애를 모질게 대했다.

오랫만에 그아이를 때릴수도 있다는 생각과 겹쳐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본의 아니게, 소소하게, 아님 크게,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슬픔을 들어 주는 역활을 많이도

해왔다 

집안의 일이나 친구들 문제, 아니면 선후배 문제까지 많을걸 들어주고 같이 하다보니 내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절실하게 들어주고 같이하다보니 피해 의식이 생긴것이다

문제를 들어주는 입장이다보니 똑같은 피해의식이 나도 모르게 자란 것아다.

 

나도 몰랐다

근데 내가 올린글을 읽다가 그걸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한 글을 내려야만 했다

에세이방에 올린글을..

참 서글픈 생각에 하루를 우울하게 보내야만 했다

없어도 우리 마음만은 부자로 살자고 잠든 아이에게 들려주던 옛말이 다시 돌아온 느낌은 싸늘하게 내 가슴에 부딪혀 왔다.

어쩌다 이렇게 삭막해 졌는지. 어쩌다 ...

좀더 너그럽게 살고 싶다는, 좀더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 하리라 싶었는데 난 아닌게 아닌가 싶은게 ...

아이로 인해 짧은 생각 많은생각이 두서 없이 흔들린다.

 

글을 올리는 와중에 웃지못할 에피소드 

전화가 왔다 아이에게서...

렌즈를 안끼워 날 못봤댄다 늣은 바람에(엄마땜시 속상해 늦게 자는 바람에) 렌즈 끼는걸 잊어버려 마당에 있는날 못봤댄다

(화가 조금 풀리네..)

그래 마음 풀리면 내사랑 이구 마음 엉기면 그래도 내사랑 싸가지다

오늘은 알아서 기렴

내마음에도 비가 내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