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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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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에서 스쳐간 유부남들.


BY 개망초꽃 2004-05-11

처음 컴을 시작한 건 아줌마닷컴에서였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아줌마닷컴에 가입시켜주고 메일 주소 만들어 주고...
갑자기 아이디를 뭐로 하고 싶냐고 묻길래
내가 몇 년전부터 시골로 내려가 들꽃을 마당 가득 키우고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나무로 된 폿말을 세우고 "들꽃편지"라고 써 넣으려 했었다.
그래서 쉽게 들꽃편지로 가입을 했다.

그때가 첫사랑과 헤어질쯤이어서 난 이미 세상을 포기하려는 거뭇거뭇한 기미가 보였었다.
하루종일 청승맞게 창밖만 쳐다보고 어느날은 침대에 병자처럼 누워 있던 때이기도 하다.

친구 덕분에 에세이방에 정신나간듯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앞뒤도 안맞고 뜻도 모를 나 혼자만의 이기적인 글이었다.

암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컴을 시작한 동기를 얘기하자는 건데...

그렇게 글만 쓰다가 아파트친구가 먼저 가입한 동갑내기 카페가 있다고 해서
처음으로 낯선남자들이 득시글거리는 다음에 있는 카페에 가입을 했다.
글만 올렸다.열심히...그랬더니 나를 보고싶어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소리를 여러번 들었다.
그래서 정모에 나갔더니 들꽃편지인 나를 기억하고선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첫번째 남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어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난 아무 느낌도 없는 컴친구로 대화방에서 대화를 나눴고
가끔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았을뿐,남자가 남자로 보이지 않았었다.
첫사랑에 대한 배신감만 숨이 막히도록 가슴 그득히  덮혀 있어서
다른 곳에 정신을 둘 힘이 전혀 없었다.
이런 정신을 분산시키기 위해 정모나 번개가 있을 때 내키지 않는 외출을 했고
그곳에서 여럿이 함께 그 친구를 보았고
그러길 육개월이 지나 나뭇잎이 한꺼번에 지던 늦가을날에
그 친구는 나를 친구이상을 떠나 여자이길 바랬다.
그 친구는 이쁘게 생긴 마누라와 어린 자식이 둘씩이나 있었는데...
나와 친구를 떠나 애인이고 싶다고 넌지시 메일을 보낸 것이 아닌가...
난 한마디로 그랬다.
"이쁜 마누라 간수나 잘해."


두번째로 스쳐간 남자는 첫번째 남자가 있던 같은띠방 친구인데...
자기가 운영자로 있는 방이 있는데 내 글이 좋다고 글 좀 올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글을 올렸다.
지금도 내 마음속엔 아까운 구석이 남아있는 사람이긴 하다.
왜냐하면 안정된 직업이 있었고 감자뿌리같이 돈을 모아서 집도 두 채나 가지고 있는
아주 성실한 사람이었다.
남주기는 아깝지만 내가 차지 하기엔 이미 늦은 유부남이기도 했기에 미련 따위는 없다.
이 사람말로는 집사람과 별거중이라고 했지만 그거야 부부속은 부부만이 알 수 있는거고
서류상 이혼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나쁜 의도로 그 사람과 얘기를 나눈적도 없고 내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욕망도 없었다.
이 사람은 내게 외롭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혼자라고 말했다.
친구같은 애인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래서 능력껏 찾아보라고 했다.
내게 그런 친구같은 애인이 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랬다. 유부남은 싫다고 이혼할 자신이 있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못했다.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끝이다.


글만 본격적으로 썼다.
글만 쓰는 문학방에 가입을 해서 며칠마다 한번씩 긴 글을 썼다.
다른 회원들이 쓴 글을 열심히 읽고 열심히 답글도 남겼다.

글 쓰는 회원들중에 아주 열심히 글을 올리는 사람이 있었다.
시시한 잡글이었다.
마누라 자랑이나 자식자랑이나 자신을 은근슬쩍 올려 놓는 잘난척하는 글이 많았지만
가정적인 가장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로 하고 정성을 들여서 답글을 잘 달아 주었었다.
이 곳은 정모도 없었고 순수하게 글창작만하는 방이었는데
내가 가입한지 몇 개월만에 처음으로 정식 모임의 자리를 마련했고
그 자리에서 답글만 열심히 달아주던 이 남자를 처음 만났다.
짧은 만남이어서 인사만 했고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그 뒤 만나지는 않고 컴창에서 인사만 했고 또 인사만 하고 글만 쓰고 있었는데...
정말 난 아무짓도 안했다.
그 남자에게 웃어주지도 않았고 눈도 마주 치지도 않았고 먼저 아는척 그 남자 가슴을 두둘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컴창 쪽지에서 내가 애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수작을 부리는 게 아닌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정모 이유 내 얼굴이 자꾸 어리어리 보이고 매일 내 글을 찾느라고 여기저기 클릭을 한다나...
그래서 마누라 자랑을 그리 많이 하더니 그럼 마누라는 뭐시기였냐고 했더니
마누라는 마누라고 내가 좋다고 한다.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붙어서 쪽지에다 더러운 욕을 빽빽하게 써서 보내려다가 꾹 참고
"댁은 유부남이니까 유부녀를 만나십시오.
난 이혼했으니까 이혼남을 만날테니깐."

하늘아래 세상이 어찌 이리 뒤죽박죽인지 모르겠다.
결혼을 하고 마누라 잘 두고 있는 남자가 왜 다른 여자른 넘보고 있는지...

정말 모를일이다.
물론 극히 일부분이라고 믿는다.

비가 며칠째 내린다.
참으로 견딜 수 없이 쓸쓸하다.
꽃이 피면 저 이쁜꽃을 감상할 분위기 있는 사람 하나 내 옆에 있었으면...
비가 오면 하나의 우산아래 길거리 자판 커피 마실 여유로운 사랑이 있었으면...
기대어 쉴 수 있는 다정하고 편안한 남자는 과연 내겐 있는것일까?....

 

내게 수작을 부렸던 글 쓰는 방에 유부남은 강퇴를 당했다.

그 유부남은 내가 운영자에게 일러서 그리 된줄 알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강퇴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시원하고 통쾌한지...

"우헤헤헤~~푸히히힛~~ 음하하핫~~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자식 낳아준 마누라에게 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