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앞집에서 아줌마들과 놀다가 헤어져 집문을 여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여보세요?" "형님 어머님이 돌아가셨어요"
순간 아득해졌습니다
어머니와 가까이 살던 동서가 전날저녁에 편찮으시다던 어머니 말씀에 아침에 들러보니 어머님이 쓰러져 계셨다는 겁니다
혼자 사셨던 어머님은 그렇게 돌아가셨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앞집에서 웃고 떠들며 놀고있는 동안
그렇게 어머님은 돌아가셨고 동서는 혼자서 뒷수습에 애를 썼습니다
저에게 전화할 틈조차 없었다는군요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어머니에게 동서에게
미안 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했습니다.
정말 식구들 보기도 민망했고 친척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더군요
이게 십년전 일입니다
친정어머니도 동생따라 미국으로 멀리 가 버리시고
마지막 내곁에 계셨던 시어머니마저 이렇게 돌아가셨습니다
오늘이 어버이날이네요
다들 편해서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닙니다 홀가분 하기보다는 섭섭한 마음이 더 큽니다
나도 모르는 이중적인 마음 일수도 있습니다
가식적인 나의 위로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나는 오늘 부러운 것이 참 많습니다.
친구들이 이번에는 무얼 사드려야 하냐고 걱정아닌 걱정을 할때도 나는 부럽습니다
귀찮다고 툴툴대는 말도 나에게는 부러움으로 다가옵니다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들고가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친정으로 시댁으로 분주하게 다녀야한다는 친구들의 말도 부럽습니다
마트에 지천으로 쌓여있는 어버이날 선물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고르는 손길들이 부럽습니다
아마도 나에게도 부모님이 계셨다면
귀찮아하고 부담스러워하며 마지못해서 하는 일이었을겁니다
계실때에 제가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일들을 하지못함이 아쉽고 할수있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이것이 이중적인 마음이기도 하고 없는 사람이 있는 것에 대한 부러움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 안계신 시아버지, 시어머니, 친정아버지가 그립습니다
때늦은 후회이고 해봐야 소용없지만
마음을 다해 잘해드리지 못해 아쉽고 죄송합니다
맛난 음식도 더 드시게 해드리고
하나라도 더 선물을 해 드릴걸하고 후회합니다
좋은 구경도 많이 시켜드릴걸하고 후회합니다
전화한통이라도 더 드리고
자주찾아뵙지 못했음을 후회합니다
오늘 밤에는 친정어머니에게 전화라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