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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왜 하는 걸까?


BY 아리 2004-05-07

공부는 왜 하는 걸까
   
 
..

도데체 이 많은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는 공부는 왜 하는걸까
사실 나도 이 의구심에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다
아이를 기르는 엄마로서 당연히 내 아이가 공부 잘하기를 원하는 건 인지 상정이다

<공부는 왜 하는 것일까 ?>
우리 가족은 이 주제를 가지고 오랜 (?) 토의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선 토의 부터 해 봅시다!!
그래 공부는 왜 하는 걸까? 그 이유를 알아야한다
공부는 맹목적으로 시작할 수도 없고
따라갈 수도 없고 실은 늘 하기 싫은 게 공부이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의 올바른 삶을 개척 하기 위하여
그리고 사회와 국가와 민족의 풍성한 문화를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인류 문화와 세계평화에 기여 하기 위해
-인류 공영에 이바지 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공부는 단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출세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공부를 해야 할 이유가 이렇게 많고 넓으니
공부에서 해방 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공부 공부 ....

우리 큰아이 초등학교 입학식날

내 고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그 운동장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이 동창은 이 동네 아니 우리 나라에서 알아주는 부자였다

당연히 육성회장을 맡았고 남다른 대우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동창생의 아이와 내 아이는 한학교 한학년이 되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부자에 대한 인식이 남다르게 나타날 수 밖에 없었는데
신랑 친구가 8년이나 미국 생활을 하다가 들어와서 그의 아내가 우리동네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되자 친구의 아이와 내 아이가 같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늘 그 돈이 많은 아이의 여유를 보기 시작하면서

여태껏 존경하던? 엄마 아빠의 모습이 작아져 보이기 시작한 어느날

큰 아이는 갑자기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왜 공부에 연연하셔요 ? 공부 잘 한다고 잘 사는 거 아니잖아요

@@이 보셔요 걔네 엄마 아빠가 공부 잘 해서 그렇게도 부자인가요? 어차피 부자는 부자로 살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게 살게 되어 있잖아요..\"



헉 @@@



물론 나도 우리 신랑도 공부를 아주 아주 썩 잘 한사람들은 아니다

그렇다고 못한 건 더욱 아니고

그저 학교에서 하는 공부 잘 따라가고

숙제 잘하는 모범생의 룰을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라고 해야하나

아이에게서 그 말을 들은 나는 맥이 빠졌다

어떻게 답을 해주어야하는가 ?

아이와 나는 말이 되던 아니되던 그날 심하게 말다툼을 해야했다



(인생의 목표도 설정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이세상을 살아간다면 이룩할 그 무엇은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이미 설정된 부자나 가난에 대해서 손을 놓고 말아버리면 도데체 가질 것은 무엇이겠냐고 ....우리는 단지 부자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은 분명 아니라고

그리고 그 공부가 의미 조차 없다고 생각된다면 정말로 공부를 하지 않고 놀기만 해도 좋다고 선언해 버렸다-- 물론 속으로 겁은 났지만 본인이 깨달아야 하는 일이므로 )



큰아이는

날 때 부터 친정 큰언니가 키워주웠다

아이를 언니에게 맡기고 하는 직장생활을 말 그대로 늘 바늘 방석이었다

낮동안의 빈 시간에는 온종일 같이 있어주지 못한다는 안타깝고 애닯은 마음으로 그애에게 읽어 줄 책들을 머릿 속에서 골라내었고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엄마를 기다렸다

엄마의 왕왕 대는 목소리로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고 또 듣기 위해

때로는 테이프에 책을 읽어서 녹음을 하고 나오기까지 했는데

아이는 그때마다 \'가짜 엄마가 여기 있노라고 ..\" 말하기도 했다
아이를 언니집에 맡기고 직장을 다니는 이 어려운 시점에
작은 아이까지 일찍 가진 나로서는 모든 것이 벅차고
힘이 들어 결국에 작은 아이를 조산하고 말았다
8개월 만에 2.1키로



부모님이 안계신 나는
해산관을 해 줄 사람도 없었고
아이 둘 모두를 큰언니에게
맡길 수는더더욱 안되었다

결국 나는 일을 접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신랑은 얼마나 바쁜지 휴일에도 얼굴을 볼 수 없고 ...



나는 조산한 작은 아이가 잘못될가 두려워 늘 노심초사하였고
개구리 같은 작은 아이에 치여서 큰아이는 아예 보이질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측은 하기 그지 없을 지경으로 큰아이를 방관하고
귀찮아까지 했다



늘 저녁이면 책을 읽어주고
사랑을 독차지하던 큰아이는 언제나 혼자 놀아야했다
간신히 작은 아이를 재우면
나머지 시간에는 집안 일을 해치워야 했고
밖에 데리고 나가서 산보를 즐길 여유조차 없었으며
나는 꼬챙이처럼 말라서 도데체 왜 결혼을 해서 이토록 힘든 생활을 해야 하는 회의에 가득차서 자유를 부르짖으며 나가버리고 싶을 지경이었으니 ....


아마도 추측컨대
큰아이는 24개월이 지나 말도 제대로 못할 때부터 서서히 글자를 깨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책꽂이에 수없이 꽂혀있는 책 사이로
도데체 이 글자가 무얼까 하는 의구심으로
그리고 작은 테이프가 들려주는 동화책으로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글자를 알게 된 것이다



그애는 이제 자유롭게 책을 읽고
정말로 갓난장이 자기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는 든든한 형아가 되었다
언젠가 이 아이는 글자 중독증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있을정도로
심지어 집에 들어오는 광고물까지 읽어버리는 아이로 커가고 있었다



동생이 자라는 동안 방치되어온 시간들을 그 글자를 읽어치우는 것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
큰애는 자연스럽게 공부와 친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 않아도 아는 지식이 너무 많이 저장되어있었으니지금도 별의 별 쓸데 없는 것을 다 안다고 할 정도로 아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한약을 먹으면 왜 졸리는가부터 시작해서 무어라도 의구심을 가지면 당장에 해답을 들고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이나 뭐 이런 것들은
항상 빈틈 없이 교과서를 읽어대고
시시껍질 한 것 까지 줄줄 외워야 했는데 아이를 믿는

나로서는 그시절 문제집을 산처럼 쌓아놓고 풀게하는 식의 공부는
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많은 문제 중 5개정도만 뽑아서
엄마가 동그라미 친것만 풀라고 권유했고
아이는 남는 시간에 책을 신나게 읽어 재켰다
과학이고 지리고 세계사고 심지어 김일성 평전에 카톨릭용 두꺼운 성경책까지
안 읽는 책이 없었다

초딩 3학년때 이문열 삼국지나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박종화의 세종대왕을 몇번씩이나 읽어댔으니 초딩 5학년때 김지하의 오적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필화문학에 대한 썰을 풀자 선생님이 혀를 내둘렀다

아이는 학년이 올라갈 수록 공부를 잘 했고

정말로 고등 학교 시절에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가끔은 수석을 차지했다

--내가 이 말을 하면 나를 잘 아는 친구들 조차도 \"그럼 네 아들이 천재니? \"하고 싫어하지만 사실이다 --



먼 곳까지가서 훌륭한 과외를 하는 친구들이 일없어 보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때 그때 작은 불안 같은 것이 있기도 했지만
경제적인 형편상 포기도 하고 아이 자체도 게을러서 원하지 않았다--다만 고딩 시절 일년반 정도 고등학교 과정의 학원수업을 했음 --
동네 영어 학원에서는 평생 무료의 슬로건을 내걸어 줄 정도의 간판 스타는 되었다
학교 성적은 잘 나오는 편이었으니
그동안 내가 이 아이에게 정성을 쏟은 것이라고 내세우라면 일기를 쓴 연후에
거의 언제나 답글을 적어 주었고
그저 밥을 따끈따끈 하게 해서 먹여준 정도라고 말해야 하나
아이가 어리면 어릴 수록 좋다

(책을 사랑하는 시간을 만들기)--사실 이 문제는 아이의 성향에 따라 상당히 다른데

나도 목이 아프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였다는 걸 무시할 수 없다--

한번 쯤 시도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생긴 포괄적인 구도와 구성과
전체에 대한 감각만이 공부를 유도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고
모든 것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열정이 책을 통해서 가능한 거라고
어학은 물론 기초적인 학문 수학까지도 어쩌면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의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더러는 중학교때는 그리도 수재였는데 하는 사람 중에 고등학교에 가서 학습의욕이 떨어진다는 사람이 많다 실은 그속에 나무만을 알고 숲은 보지 못하던 공부 방법에 미스가 난 것일 수가 있다....숲을 보되 나무를 보지 못하는 것도 문제 이지만 그 숲의 모양을 설정할 혼자만의 능력이 공부를 잘 하게 되는 원점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영어듣기는 아리랑 티브에서 캡션을 틀어놓고
퀴즈 참피온 맞추기를 즐겼다-더구나 맞추는 갯수에 몇분의 시간을 설정해서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하는 못된 엄마였음 -- 집에서도 많은 영어 듣기를 시도하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물론 엄마가 참기가 무척 힘이 들더군요 ㅎㅎ

나도 때로는 \'A lot of fun\' 이란 영어가 \'로펀 이라고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걸 경험하는 수준이니 영어의 오류는 엄청나지요



수능에서의 국어는 얼마나 어려운지 110점을 대드라인으로 보는데

오죽하면 이렇게 책을 많이 읽은 것같은 우리 아들도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은 책을 읽는 건데 ..\"

하고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하더라구요



먼 미래를 내다보며 보다 많은 책읽기를 권장하면

좋은 결과가 기다릴 것임을 확신합니다



지금은 대학을 가서 나름대로 자기와 정신적 수준이 맞는 공부를 아주 잘했다고 내세우는 좋은 친구들과 어깨를 겨루면서
자기 자신이 미흡하다는 걸 깨달으며 살고 있는 것 같다
가끔씩 이 엄마가 속으로 슬퍼하는 일이 있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특별한 충고도 잃지 않으면서
\"엄마 그때는 충분히 져 주셨어야지요 ...상황적으로 놓고 볼 때 엄마가 여유가 있는 편이어여 그런 걸 감안하시고 발을 뒤로 물리면서 충분한 양보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대해주셔요 ..\"
\"엄마는 가만히 계셔도 되는 시점을 놓치시면 안 되요 아셨지요\"



피에스 --잘난척 했다고 욕하시면 머리를 조아리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다만 저처럼 사교육비로 쏟아내는 엄청난 돈이 감당이 안 되실 분에게 조금이라도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쓴 것이니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이가 원하기도 전에 두꺼운 책들을 선정해서 사날라온 아이 아빠의 노고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
--예를 들면 그리스 로마 신화대신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로 승부를 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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