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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포로학대, 나는 자신있는가?


BY 봄봄 2004-05-07

벌거벗채 온갖 모욕을 당하는 포로들의 사진이 뉴스 시간 마다 맨 첫머리에 떠오른지 벌써 며칠인가? 오늘 아침도 새로운 사진 몇 장이 공포스럽고 수치스럽게 뉴스의 맨머리를 장식했다. 분주한 아침식탁의 식욕을 잃게 할 뿐 아니라, 충격적이다. 그런 일을 행한 미군은 반드시 처벌을 받게 하겠다며 사과랍시고 무어라 지껄이는 부시의 얼굴에다가 침을 뱉어주고 싶다. 비록 화면이지만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식욕을 잃어버린 요즈음인데 오늘은 그나마 밥을 남기고 출근해야했다. 도무지 밥이 넘어가지 않아서였다. 내가 대단히 높은 도덕성의 소유자라서? 그것은 아니다. 나의 모습이 자꾸만 온몸이 벌거벗겨진 병사의 머리에다 두건을 씌우고 강아지처럼 끌고가는 포즈로 찍힌 병사의 모습과, 알몸으로 여러명의 이라크인이 포개어진 위로 총을 들고 서있던 병사들의 모습과 바꾸어 보여서였다. 나는 나를 안다. 그다지 도덕성이 높지도 못하고, 다같이 어느 곳을 향하여 달려가는데, 뒤에서 총알이라도 날아온다면, 그 방향이 모두가 죽는 낭떠러지를 향한 달리기라 할지라도 멈추어 서지도 못하고 뒤돌아서지도 못하고 함께 달려가 함께 그 낭떠러지에 몸을 날리며 비명을 지르고말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니 두렵고 떨리고, 그 사진 속의 가해자, 미군과 나의 모습이 겹쳐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차대전이 끝나고 한 학자가 대단히 궁금함이 생겼다. 히틀러야 미쳐서 600만명을 가스실에 보내서 살해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수행한 수많은 독일인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들은 다 히틀러처럼 약간씩은 미친사람들인가? 아니면 모든 인간들이 다 그런 것인가? 이런 것이 몹시 궁금해진 한 심리학자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꽤나 유면한 대학의 교수였던 그는, 그 도시의 사람들에게 광고를 냈다. 대학 연구소에서 실험을 하는데 실험에 참가할 사람은 어디로 모이라고, 참여하는 사람에게는 100 달러나 되는 많은 돈을 주겠다고.
 
전쟁이 끝나고 경제 상태가 별로 좋지 않기도 했지만, 유명한 대학 교수가 실험을 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그 학자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뽑아서 둘씩 짝을 지었다. 그리고 그자리에서  한가지 이야길 들려준다. 이 실험에 끝까지 참석하는 사람만 약속된 돈을 받게 된다고. 둘이 나란히 서서 실험실로 들어가서 각각 다른곳으로 들어가게 한다. 한쪽에 들어간 사람은 실험실에 들어가서 다음과 같은 안내문을 읽게 된다. 이 종이에 써 있는 문제를 읽으시요. 상대가 맞추면 통과하고 틀리면 벨을 누르시요. 처음에 틀리면 1초 2번째 틀리면 몇초, 3번째 틀리면 몇초 동안 누르시요. 이 벨을 누르면 대답하지 못한 사람은 전기쇼크가 가해지게 됩니다.  몇초 동안 지속적으로 전기가 통하게 되면 생명이 위험하게 됩니다.

문제가 진행이되고, 처음에 잘 마추던 상대편은 문제가 어려워지자 틀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짧게 벨을 누르고  점점 그 틀림의 숫자가 높아지면서 벨을 누르는 시간은 길어지고, 건너편에서 들리는 비명소리는 점점 더 높아진다. 얼마의 시간동안 누르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경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런 비명소리가 들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귀를 틀어막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 실험을 끝내고야 만다. 함께 서 있다가 대답하는 사람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사실은 갈라져서 다른 쪽으로 난 문을 그냥 나가버리게 되어있었고, 문제를 내는 사람은 녹음된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이 실험을 끝내고, 그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인간의 생명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대부분이 실험을 끝내었으면 불과 1 %의 사람만, 나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이런 실험을 계속할 수가 없다고 실험실을 박차고 나갔다는 사실. 그러므로 독일인이 특별히 나쁜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은 어떤 룰이 정해지면 그 룰이 인간성에 반한다는  판단을 할 수 있어도 결코 그 잘못된 룰을 깨트리고 튀어 나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결론을  발표한 것이다.

아마 그 학자는, 적어도 1% 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그 실험실을 박차고 이것은, 악한 일이니 중지해야 한다고 비난 받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실험은 불행히도 완성되었고, 인간의 악함과 생각없음이 그리고 지극히 부당한 룰에도 복종하는 어리석음은 여지없이 증명되고 만 것이다. 20대 중반 이 실험에 대해서 교과서에서 배우면서 내가 받았던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인간의 사악함에 대하여, 그리고 나도 그자리에 있었음 가스실에 버튼을 누르는 일을 노래부르면서 할 수 있기에 충분한 존재라는 인식 때문에, 전기를 통하게 하는 벨을 땀을 뻘뻘 흘리며 누르고야 말 사람이라는 사실에 전률했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심리학이란 동네를 떠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 보는 일을 한다는 것이 자신이 없어서. 자기 자신에 대하여 연민도 조그마한 변명할 여지도 없이 악함을 끝없이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보다 지옥이 있을까?
 
그 후로, 나는 그 어떤 일에도 장담하는 일을 포기했다. 어쩌면 그 무렵 나는 철이란 것이 들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악한 본성을 지닌 인간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두려워 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세상에, 어쩌면 사람이....!' 이런 말도 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을 했더라고 이내, 그것이 사람인것을... 이렇게 자조 섞인 말을 하면서 사람들에 대하여 기대하는 것을 대략 포기하기 시작하기도 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상상해보자. 이라크 포로를 학대하던 그 병사들. 어느날 영문도 모르고 조국과 인류평화를 위해서 하는 전쟁이라고 등이 떠밀려서 이라크에 파병되었는데, 옆에서 걷던 동료가 이라크 군이 쏜 총에 맞아서 죽었다면? 날은 무지 덥고 불편해 죽겠는데 여기저기서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이라크 인들은 기회만 있으면 자살공격을 퍼부어서 두렵기도 하고, 공식적으로 아내가 4명까지 허용되는 이슬람 문화에 대하여 미개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어떻게든 이라크 인에게서 정보를 빨리 빼내는 것이 미군동료의 희생을 줄이고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는 길이라고 믿고 있었다면?...

포로학대에 가담한 병사들이 고교때 성적이 우수한 모범생이었고, 어떤 회사에서는 모범사원으로 그 명패가 붙어있기도 했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들 나이 이제 갓 20이 넘었을 나이가 아닐까? 미국인 이외의 국적사람에게  경멸을 서슴치 않는 오만함을 지니도록 끝없이  세뇌되었을 나이가 아닐까? 세계의 경찰국가 미국이라니까. 미국은 언제나 옳다는 신념을 갖도록 배웠을 테니까. 자신이 속한 편이 옳은 편이니까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그것은 이라크의 평화와 자유와 민주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여기지 않았을까?

성적이 좋았다고 그 사람의 인성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보았다. 물론 그의 말이 맞다. 그러나 학습성적이 좋았다고 하는 것은 그 사회 가치 규범을 매우 유능하게 습득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모범사원이었고 모범생이었던 그들, 그의 형제와 자매와 부모들이 그 아이들이 그럴 아이들이 아닐 것이라고 부인하는 그들, 그들이 그런 일을 했다는 점에서 우린 더욱 절망스러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토록 다정하고 성실하고 모범생이던 그들이 왜 그토록 인류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는 자리에 서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우리가 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양심에 따라 정해진 룰, 법류이나 사회규범이나 관습들로 부터 자유로운 행동을 할 능력이 거의 없는 대다수, 99% 실험을 끝내버린 사람에 속할 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이기에 우리 사회의 틀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것이다. 미친듯이 어디론가 달려가기 전에 그 길이 안전한 길인지 확실히 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가장 나쁜 평화라도 가장 좋은 전쟁보다는 낫다는 격언을 신뢰하는 사람이다. 내 자식들이, 내 후배들이 이라크전에 들어가서 인간의 양심을 잘 지켜내리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을 감동시키기 위해서 속히 파병해야 한다고 거침없이 주장하는 사람이 비례대표 5번을 달고 17대 국회에 입성하도록 하는 차떼기 당이 두렵고 공포스러운 것이다. 그들은 군대에 가보지 않았으므로, 다수가 모이면 얼마나 더 잔혹해지고 악해질 수 있는지 결코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이 다시 살아나오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성전을 외치는 조폭찌라시의 선동이 살떨리게 무서운 것이다.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 아직 인생에 대해서 깊이있는 통찰을  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내몰아야 한다고 말하는 재벌들이 겁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정당화되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제정신을 온전하게 챙길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가? 그런 함정을 만들어 자국의 젊은이들을 몰아넣고 나서 문제가 생기자 자신은 무죄하고, 그런 행동을 한 병사들은 잘못한 것이니 그들에게  벌주겠다고 뻔뻔하게 말하는 부시의 주뎅이를 그래서 부셔 버리고 싶은 것이다. 물론 그런 행동을 한 병사들이 당연한 것이었다고 그들을 정당화 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범한 어리석음에 대하여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보면서 결코 내가 나의 손은 깨끗하다고, 무죄하다고 그런상황에서 나는 무죄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기에, 석유를 위해서 전쟁을 시작한 부시를 더욱더 비난하는 것이고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족
신나와 가스통으로 출입구를 막아놓고 검찰과 대치중인 한 국회의원이 자신은 죄가 없어서 자기 발로는 검찰에 가지 못하겠노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옆에서 들려오던 소리.' 2억5천이 정치판에서 돈이냐?' 그 말이야 말로 지난날, 아니 바로 어제의 우리 정치판 수준이 무엇이었는가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잘못을 했어도 야당 당수니까 검찰에 소환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검찰의 웃기는 정의, 거대 재벌 총수는 엄청난 돈을 정치 자금으로 불법으로 건네었어도 '나라경제가 어려우니까' 라는 말로 기소조차 하지않는 이중 잣대. 모두가 가야하는 군대에 대하여서, 그럼 그쯤되면 두 아들이 군대에 면제받은 것 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지. 대통령이 될 사람은 우리와 다르지. 이런 말을 태연하게 하던 사람들. 그들이 지금 오늘을 함께 사는 우리의 이웃이다.
 
그래도 우린, 이라크에서 구호활동을 하다 인질로 잡혔다 풀려난 자국민에 대하여 구출하는데 들어간 비용을 갚으라며 청구서를 들이 밀거나, 그 가족과 그들을 향하여 '니들은 나라 망신을 시키고 외교를 망칠뻔한 사람들'이라며 위협을 하는 수준은 벗어나있는 나라에 살고 있음을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대다수의 국민들이 파병을 반대하는 나라라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희와 제마부대를 보내고 가슴 졸이는 내 형제 내 자매 내 이웃을 두어야 하는 지금의 현실에 비참해 해야 하는 것일까?

월남을 군인으로 다녀온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전쟁의 야만스러움을. 세월이 아무리 바뀌었어도 전쟁은 야만스러움을 넘어설 수 없다. 살육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17대 국회야! 제발 16대의 어리석음을 뛰어넘어라. 미국을 감격시키기 위해서 즉시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료의원의 주딩이를 꼬매고서라도 자이툰 부대를 보내지 않을 수 있도록, 그리고 서희와 제마부대의 우리 청년들이 속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