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생때였던가...
어느날...
점심때쯤 시장보러 가신 엄마가 해가 늬엿늬엿 넘어가는
저녁시간이 다 돼서야 헬쑥한 얼굴로 비실비실 걸어
집안으로 들어오셨다.
빈손으로...
"어디갔다 인제 오는데?"
묻는 말엔 대답도 없이
엄마는 자리를 펴 달라셨다.
나는 자리에 누운 엄마를 흔들며 마구 다구쳤다.
"어디 아픈데?
왜 그러는데?
김치거리는 왜 안사왔는데?"
엄마는 기진한 목소리로 겨우 대답하셨다.
"에이구.. 수술 했어."
"옴마야... 뭔 수술을?
시장가다말구.."
"아이, 글쎄. 시장 가는데 보건소 여자들이 죽 둘러서서
애가 몇이냐구 묻더라.
그래서 여섯이라구 그랬더니
단산 수술을 하래더라.
엉겁결에 잡혀갖구... 에이구....
아이구 야야. 근데.. 아주 죽는줄 알았다.
마취두 않구 하는 줄 알았으믄
어째든지 내가 안한다고 도망쳤을건데....에이구.."
70년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