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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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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을 축하합니다


BY 土心 2004-04-27

 

찾아가는 산사길 오르막 흐드러진 복사꽃 겹꽃에 그만 맘은 연분홍되어 그 맘 꽃 가지에 걸어 두고 몸만 갑니다.
쪼잘대는 새소리에도 금새 맘은 깃털에 실려 창공을 날고 속 빠진 빈 몸만 달랑 달랑 전각을 오릅니다.
한 점 구름이 시야에 담기면 맘은 덩달아 운수 납자 되고 몸만 어쩌지 못해 바닥에 내려 앉습니다.
초록을 보면 나도 초록이 되고, 빨강을 보면 나도 빨강이 되고, 노랑을 보면 나도 어느새 노랑이 되어 세상 빛에 넋 놓고 단청만 합니다.
가볍게 이는 바람에도 맘은 뿌리째 흔들리고, 미세한 눈물샘 자극에도 가슴은 폭포수를 이룹니다.
좌복에 앉았으나 들이 쉬는 숨은 배꼽 밑으로 못 내려 가고, 내 쉬는 숨이 코 밑을 못 벗어 납니다.
오감이 깨살을 떨어 풍경만 바라 볼 뿐 맘이 안으로 지어지질 않습니다.

나이를 어디로 먹었기에 세월은 몸에만 쌓이고 맘은 비껴 덜 익은 사춘기 때 짓을 지금도 여전히 하는가 스스로 묻기도 하면서 웃기도 합니다.
간혹 스물 두 해를 산 내 딸아이와 인생을 논하다 보면 오히려 그 아이 세상 사는 맘이 한 수 위인걸 느낍니다.
웬만한 일에도 끄덕 않기로 말하면 어린 내 딸이고, 웬만한 자극에도 수양버들 휘듯 휘는 이로 말하자면 50을 바라 보는 이 중년입니다.
얼마나 유혹을 받기 쉬운 나이면 불혹이라 역설 하여 공자는 인생 발목을 잡았을까 내 친구에게도 궤변을 했습니다만 참으로 40대가 간단치 않구나 살아 보고 나니 그리 생각 됩니다.
이만큼 왔으면 예가 어디인지는 분명 알아야 마땅하고 가서 이를 곳이 어디인지도 확연히 알아야 당연함에도 아직 온 곳도 있는 곳도 갈 곳도 모르니 여전히 미궁 속에서 못 벗어 났다 하겠습니다.
내일로 마흔 여덟 해를 살았습니다.
산 세월이 무색 하다 할 뿐입니다.
여태도 답 하나 찾지 못한 세월이었는데 그나마 남은 날 얼마 안 되는 그 동안에 답을 찾을 수 있을지...깨달음의 길은 요원하고 갈 길만 바쁠 뿐입니다.
그래도 새상은 살아야 할 명분이 있어 살 만하고 해내야 할 몫이 있어 살 가치가 있다고 믿고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 가려고 합니다.

참으로 요즘 날씨 변덕 맞습니다.
사철 옷이 장롱 속에서 갈무리가 안 되고, 날씨 장단 맞추기에 몸살이 납니다.
한 살 더 먹어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갈피 못 잡는 내 맘과도 흡사 닮은꼴입니다.
허나 이 밤 이 비 그치고 나면 낼은 넘쳐 나는 초록 물로 세상 얼마나 상큼하게 싱그러워 질지 기대가 됩니다.
오늘은 그래서 이렇게 마무리 하렵니다.
맘이 안으로 향하든 맘이 밖으로 향하든 그 맘 둘 아닌데 풀어 둔들 이제와 무슨 염려겠느냐고...
세월의 훈장을 또 하나 가슴에 달고 나는 내일 한 껏 큰 소리치며 뽐 낼 거라고 말입니다.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라고 누군가 말해 준다면 더 이상의 축복도 없을 테지 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