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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기준 연령을 75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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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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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중 한


BY 27kaksi 2004-04-26


주일예배 후에 이것 저것 계획이 많은 날이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꼭 수업을 빠지고 몰래 땡땡이를 치는 학생처럼

둘이서 눈을 맞추고, 의미있는 미소를 지었다.

" 그래, 탈출을 하자!"

성가대 연습을 재끼고, 어딘가로 떠나기로 두마음이 동시에 맞아버렸다

그는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나는 딸아이 혼사와,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기 위해 우린 간편한 옷차림으로 바꿔입고 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얼마만인가?

주말이면 무작정 떠나던 여행을 못한지가.....

올봄은 그가 회사일이 바빠지고 난 딸아이의 혼사로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느낄 틈도 없이 가고 있다.

봄에 피는 꽃중에서 늦게 피는 꽃들만 간간히 보이고, 이젠 연두빛의

나무들도 초록색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초록은 눈을 좋게 한다고 했지..... 그래서 칠판은 녹색이라고.....

"초록이 너무 좋다 그치?"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회사에서 계속 전화가 오고, 나는 오늘 딸아이집에 냉장고가

배달이 되는 날이다.... 그런 것은 잊기로 했다. 우리가 없어도 잘

되게 되어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휴일이라서 그런일쯤 해결할 수 있으니까....

한동안 못만났던 연인들 처럼 우린 둘이 있다는게 좋아서,콧노래를

부르며, 서울을 빠져나가기 시작 했다.

예전에 우리가 결혼을 준비하던시절, 그어느날도, 이렇게 둘이서

똑같은 기분으로 놀러갔던 일이 있었다. 우리가 살 집을 구하기위해

학교 근처로 집을 돌아보라는 시댁어른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종암동 학교 근처에 내리자마자 동시에 우리는 "놀러가자"는데

의견에 일치를보고, 자연농원- 지금은 에버랜드- 에 갔었다.

종일을 그곳에서 놀다가 집에 가서는 아무리 다녀도 집이 없다고

부모님을 감쪽같이 속인 나쁜 연인이다 우린....

결국 어머님이 집은 구해주셨었다

그와난, 똑같이 전형적인 막내기질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다는....

때때로 부작용도 없는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즐겁고 좋은일이

더 많다. 그많은 여행에 대한 추억과 사연들....

그것은 우리의 지친 일상을, 위로해주고, 두사람의 애정을 다져주는

역활을 한다. 우리 나이를 잊게 해주기도 하고,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어서 우리가 젊어 보인다고 하고 사실 젊기도 하다.

하여, 그가 좋아하는 강화도 에 갔다.

이름이 알려진 사찰이나 명소에는 사람이 넘쳐나고,....

한적하게 조용한 곳을 찾다보니, 그가 낚시를 간적이 있다는

길상 저수지에 갔었다. 간간히 가족단위의 낚시꾼들이 있었지만

아주 조용하고 물도 맑아서 마음에 들었다. 주위에 '쉴만한 물가'라는

펜션도 있었고....

-주인이 낭만적이네! 이름도 그럴듯하고... 값이 비싸다는군....-

박경리 '토지'에 나오는 서희가 사랑했던남자 길상이의 이름과 같은

길상 저수지에 그는 낚시대를 담그고, 난 천천히 산책도 하고,

뒷쪽의 산에서 쑥도 뜯었다.

아직은 바람은 좀 차게 느껴 졌지만,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은 이미

여름을 준비 하고 있었다.

지천으로 널린 쑥을 뜯으며, 나에서 벗어나 아무생각도 않고 그냥

쑥 뜯는 아낙이 되었다.

하루중에 아무생각도 않고 그냥있는시간을 갖는게 건강에 좋다던데,

머리를 비우고 선을 한다는거겠지...

햇빛으로 따뜻해진 차안에서 나른하게 낮잠도 즐기고....

아!~ 편하다.

일상으로의 탈출은 참으로 나에게 편안한 시간을 허락 했다.

초지 포구에 가서쭈꾸미도 먹고, 회도먹고, 궂이 새사위 몫의 쭈꾸미를

사가지고 가자는 그의말에 따라 포장해서 차에 싣고, 돌아오는 길은

어둠이 스멀스멀 내려 앉고 있었다.

피곤 했던지 그는 조수석에서 자고, 난 그의 적당히 코고는 소리를

백뮤직 삼아 ccm을 들으며 운전을 했다.

한강을 끼고 달리는 길은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게 낭만

적이다. 음악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옆에 있고, 난 오래 그렇게

행복한 기분에 젖어 들었다.

조명이 화려한 한강의 다리를 하나 하나 지나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