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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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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이 돈 벌러 가자~!


BY 雪里 2004-04-23

화실후배 들과 점심 약속을 한 시간이 좀 이르길래

짜투리 시간이 아까워서 호미를 챙겨들고 감자밭으로 내려 갔다.

 

뿌렸던 거름에 풀씨가 섞였던지 감자싹이 다 나오기도 전에

풀이 수북하여 어제부터 시간나면 풀만 뽑고 있다.

 

쪼그리고 앉기가 너무 힘들어 작은 의자를 놓고 앉아 풀을 뽑다가

흙에 털썩 앉아 쉬기도 하다가. 

결국은 공연히 심었다는 생각으로 가더니 내년엔 심지 말아야겠다는 혼자만의 다짐을 한다.

 

서툰 호미질에  연노란색의 싹이 튼 감자가 호미에 찍혀 나오고

풀을 뽑다가 먼저 나온 감자잎도  같이 뽑기가 일쑤다.

 

그래도 삼십여분 뭉개며 지나온 자리를 돌아보니

방금 이발소 다녀온 남편을 보는것 같이 개운하다.

 

시내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남편의 근황을 궁금해 한다.

온종일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왜 시내에는 안 나오는지?

여러 사람을 만나며 가게에서 생활하던 사람이 그렇게 시골에 갇혀(?)있으면 얼마나 답답할런지?

 

매번 같은 말로 묻는 사람에게 대답을 해주지만 모두들 도통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들이다.

 

외아들 이어서인지 늘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남편은

건강을 이유로 시골로 들어온 이후 온종일을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내가 화실을 다닌다거나 복지관을 다녀서

저녁때가 되서야 들어 올때가 많은데도 혼자 식사를 챙겨서 해결하고

넓은 텃밭의 여기저기를  파서 밭을 만들더니

요즘은 병아리장 만들기에 벌써 며칠째를 매달려 있다.

 

일손 빠른 남자들이 이틀이면 해 치우고도 남을 일을

힘들게 하고 있으면서도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재미있어 하고 있으니

내겐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르겠다.

 

"대장암"이란 결과 앞에 몇날 며칠을 잠못 이루며 고심하고

이병원 저병원 다니며 몸고생까지 했던 몇달전의 그이와 내가

이렇게라도 편안해 질수 있는게 감사하다.

 

경제적인 걱정을 하는 그이를 내가 달래며

건강이 이정도 인것도 돈을 벌고 있는거라고 큰소리 퉁퉁 쳐서

부자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남편은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뒷산으로 운동도 다녀오고

가끔씩 어미랑 놀고 있는 병아리들의 움직임에 넋을 잃기도 한다.

일에 선 남편에겐 온통 일거리이고 재미거리인것 같다. 

 

오늘도 저녁나절이 되어서야 차를 몰고 들어 서는 내게

남편이 웃으며 빨리 오란 손짓을  해 보인다.

가방을 던져두고 옷도 갈아 입지않은채 가보니 그물망 씌우는 일을 도와 달라 한다.

 

둘이서 붙잡고 당기며 앞면 철근 위에 망을  씌우고 있다보니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 해 지고 있었다.

 

제법 그럴싸한 닭장이 완성 되어 가고 있다.

남편의 첫 작품 치고는 대 성공작인 셈이다.

본인도 만족 하는지 멀리 떨어져서  보고  가까이서 보고 하며 매우 흡족해 하더니 웃으며 내게 하는말,

 

"우리 둘이 닭장 지으며 돈벌러 다닐래? 이렇게 돈 덜 들이고 예쁘게 지어주면 모두들 좋아 할거야, 그치?"

 

"요만한거 지으며 이렇게 오래 걸리는데 돈을 벌어요?밥 굶기 딱 맞죠.

아니예요,참~! 일꾼들 밥은 해 주니까 최소한 밥은 얻어 먹는거네요."

 

"하하하~~ 후후후~~!"

 

어스름한 초저녁의 어둠속에서 우리 부부의 웃음 소리가 너무 컸던지

뒷산에서 꿩두마리가 "꿔~껑~!" 하고 날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