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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사랑


BY 27kaksi 2004-04-09

잘난척을 해서가 아니라 드라마를 보고,
오래도록 잊지 못한다거나, 그것을 본 후로 잠을 못잔다거나 그래본적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냥 재미 삼아본다거나 -발리 에서 생긴일 같은-
또는 많이들보고 그런대로 볼만해서 그저 본다거나- 대장금처럼-
그랬는데,
난, 요즘 열심히 보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그것은 작가' 노희경'이 쓴 "꽃보다 아름다워" 이다.
원래 작가를 좋아하는데다, 출연진도 좋아서 처음에는 그냥 봤었는데,
차츰더 그들의 잔잔한 얘기에 감동을 느끼고 빠져들었다.
새삼 사랑은 정말 아름답다는것, 그리고 사랑하며 사는일이 그냥 쉬운것
만은 아니라는것,
그리고 착하고 고운 사람들도 고난과 슬픔을 당하게 된다는것,그런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드라마였다.

어제는 드라마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우리네 주위에서 흔히 보는 그런 한가정의 이야기인데, ,
무르녹은 배우들의 연기가 맛물려서 아주 가슴저리는 얘기에 목이
메었다.
큰아들을 사고로 잃고 두자매와 막내 아들을 두고 사는 엄마는-고두심-
남편을 젊은 여자에게 뺏기고- 딴살림을 차리고 아들을 낳았다-
이혼한 큰딸의 딸아이를 돌보며 산다. 큰딸은 또순이라서 마트에서
생선을 팔며 집안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
둘째딸은-한고은- 유학을한 재원으로 혼자 독립해서 사는 요즘
현대 여성의 전형이고 가족의 꿈이며, 희망이다.
형이 죽은후로 밖으로 돌며, 백수로 지내는 막내 아들-김흥수-은
가족의 청량제 역활을 하는 막내다운 귀여운 아들이다.
너무 착하고 순수해서 모자란듯 보이는,
엄마를 안쓰러워 하고 너무 사랑하는 자식들의 잔잔한 이야기 가
전체적인 이야기다.
남편과 사는 여자에게 콩팥을 떼어주는 엄마에게, 자식들은 어이없어
하지만 그들이 엄마에게 보여주는 사랑은 너무 따뜻해서,보는이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또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올케를 사랑하며 사는 시누이-박성미-
부부가 있는데,
치매걸린 어머니에게 잘하는 시누남편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담에 혹시 내가 저할머니처럼되면 우리아이들은 저만큼잘 할 수
있을까? 할정도로.... .

물론 한고은이 오빠를 사고로 죽인 인철이와 사랑을 하게 되는 억지가
있긴 하지만, 배종옥과 결혼한 교수 박상면, 그리고 박성미와그남편,
또 돌아가신 치매 걸린 할머니, 딴살림을 차려사는 이혼한 아버지,와
아버지의 젊은 여자,등 모든 등장 인물들을 우리는 미워 할 수도 없고,
아니,오히려 연민이나 사랑의 감정을 갖게 만든다.
꺾다리 막내 아들과,
특히 엄마 역활의 고두심은 자연스런 연기가, 탄복할 만 하다.

엄마를 사랑하는 세남매나, 그자식들이 온통 삶의 의미이고 우주인 엄마
그리고 올케를 사랑하는 시누이와 남편의 사는 이야기는
불륜과 출생의 비밀과 얽히고 설킨 애정관계가 세상의 모든삶인양하는
현 우리나라의 드라마 속에서, 이 꽃보다...는,
아주 잔잔하게 가슴으로 파고 든다. 아마도 작가 노희경은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름다운 눈을 가졌나보다.

어제 엄마의 치매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 하는 큰딸-배종옥- 의 표정과
연인을 떠나보낸 감정과 섞여, 눈물을 삼키는둘째딸-한고은- 그리고
억지로 인정하려들지 않고 엄마의 손목을 부여잡고 절규하는-김흥수-
아들, 언니가 불쌍하다고 울부짖던 시누이-박성미- 자신의 과오
때문에 괴로운 표정의 아버지-주현-
모든 연기자가 드라마의 본질을 이해한듯 했다.

사람이 자신의 일에 열중할 때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만큼 작가의 속내를 이해하고 연기를해준 연기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노희경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다른 가족은 못보게 되었고 둘째와 보게 되었는데,난 딸아이에게
말했다. 만약에 이담에 엄마에게 치매가 오거들랑 망서리지 말고
격리 하는 병원에 보내 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같이 보던 딸은 엄마는 그런일 절대로 없다고 말했다..
믿을 수 없기는 하지만,
혈압약을 먹는 사람은 치매가 안걸린다고 누군가 말해줬다.
그러나 혈압이 높은 사람이 얼마나 위험한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꽃피는이 아름다운 계절에 치매라든지 죽음이라는 무거운 생각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중년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아니라도 치매에 대한 불안은 모두가
가지고 있을것이다.
누구에게나 올 수있는 병이고, 예측하지 못하게 오는병이므로....

오래 살고 싶지는 않다고 늘상 말하지만, 내가 내몸처럼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며, 싫증을 내며, 나를 미워 할 수 밖에 없게
되어지는 그런 모습으로 죽고 싶지는 않다.
내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 그래, 괜찮은 삶이었어' 하고, 어느 누구나의 바램처럼,
조용히 아름답게 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