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이
강물처럼 느껴집니다.
강가에 우리는 서 있고
발 밑을 스쳐간 물줄기는 다시 거슬러 오지 않겠으나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한 순간도 뒷줄기가 앞선 흐름을 막아서지 않습니다.
이 강의 물 어느 한 방울도
소용없거나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조용히 생각하게 되는군요.
우리는 귀염받는 딸이었고,
잘 컸으며,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고 며느리가되고
이제 곧 시어머니가 되고 친정어머니가 되고
호호 할머니가 되겠지요.
우리가 삶의 장면 장면에서 만난 분들이 다 그랬습니다.
지금은
나의 시어머니이신
그분 역시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며느리로서
안간힘을 다해 살아오신 또 다른 나입니다.
지금은 다 늙은 우리 친정어머니도,
이제 곧 늙을 나도
누가 더 앞서거나 뒤에 있다고
말할 여지가 없이
그저
이 발밑을 흐르는 강물처럼만 느껴집니다.
몸을 뒤척이고
서로를 의지하여 엉클어져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이 강의 시작을 가늠해보고
그 끝을 짐작해봅니다.
산다는 것은
처음과 마지막을
시작과 끝을
먼저와 나중을
헤아리기 힘든
거대한 흐름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우리가 힘없고 작을지라도
비록 초라할지라도
이 큰 강물줄기의 한 흐름으로는
그 흐름에 기꺼이 몸을 맡긴
한 방울 물로서는
충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