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마가 와 계시니 조금은 편하다.
지난해에 계실때는 처음이라 신랑 눈치도보고 엄마눈치도 살피느냐
솔직하게 조금은 편칠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몇달 같이있었던것이 올해는 도움이 된다.
진밥을 좋아하는 엄마와 고실고실한 밥을 좋아하는 우리 식구들때문에
밥을할때, 한쪽은 쌀을 올려 물이 많이고이게해 엄마밥은 질척하게 나머지는 우리 입맛대로 먹게한다.
엄마는 노는일이 제일 힘들다며 방청소며 빨래는 손도못돼게하곤
딸이 시간이 있어도 설거지도 당신이 하신다.
어제는 저녁무렵 엄마와 바구니들고 나가 돌미나리 도려오고
고들빼기와 달래를 캐다 양념 조물조물 뭍이고 또 상추한줌뜯어 상을차리니
근사한 저녁상이된다.
큰 양푼에 골고루넣고 쓱쓱 비벼먹는 맛이란?
오랫만에 엄마와 마주앉아 봄나물을 하면서 엄마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예전엔 엄마가 안계시면 며칠이고 밥을 굶던 내가 이젠 이렇게 나몰라라 내 가정만
생각하고 살아온 세월을 어찌탓하겠냐만
엄마의 주름진 얼굴을 보면서 한평생 그렇게 남에게 베풀며 살아온엄마
지금은 온동네 분들이 이것저것 먹을것들을 해다준다며 딸을 안심시킨다.
우리도 살기 힘든데, 방물장사라도 지나갈라치면 불러다 엄마밥을 차려주시고
떡이며 두부를 해서 이젠 배부르게 맘것 먹겠다 싶으면 사람은 주는것이 있어야
오는것도 있다며 동네방네 다 돌리던 엄마가 미울때도 있었다.
받으면 배로 주어야 맘이 편한 분이라 지금도 엄마가 준것은 생각도않고
그저 누가 반찬조금 해온것이나 과일이라도 사들고 올라치면 그것이 고마워
벌써 엄마는 그사람 갈때 쥐어줄것을 찾기위해 고개가 좌 우로 움직인다.
그래도 흘러간 세월은 어쩔수 없는모양 이제 70을 눈앞에 두신 엄마는
큰 아들이 월급을 받아가면서 슈퍼로 들어가기에 우유라도 하나 사주려나
바라본 엄마를 아는지 모르는지 오빠는 자기가 피울 담배만 사서 나오더란 말씀에
얼마나 서운했으면 다른 자식 이야기는 절대 형제들에게 옮기지 않던 분인데 하는 생각이든다.
부모에 작은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것이 자식이란 이름이 아니겠는가?
언젠가 방송에서 무엇인가 선전을 하기에 그것한번 먹어봤으면 좋겠다하는 엄마말에
멋대가리없고 눈치없는 우리 오빠는 "엄마 저거 먹어봤는데, 아무맛도 없어요
선전만 그럴듯하지" 그러더라면서 오빠한테 서운했던 마음을 바람에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토해내신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엄마도 이젠 늙으셨구나! 하는생각에 목젖까지 뜨끈한 액체가 올라옴을 참아본다.
며느리들이 생일상 차려주면 애썼다며 봉투하나씩 안겨주고 딸들 생일엔 나몰라 하면서도 며느리들 생일엔 마음에 드는것 하나씩 사라며 거액은 아니더라도 늘 금일봉을 주시는 엄마
그러면서도 잘못하면 따끔하게 야단치고 잘하는것은 칭찬을 아끼지않던 엄마
같이사는 막내며느리가 살림은 못해도 동네 노인들이 놀러와도 싫은내색하지않고
커피를 타다 대접을 하고 엄마가 입맛없어하면 어떻게해서든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서라도 갔다준다면서 깜싸않는다.
그뿐이랴 막내며느리의 앙팡지지못한 살림살이를 내가 모를리 없것만
그보다 몇배 알뜰하게 살림을 하는 나에겐 조금의 헛점이라도 보이면
여자가 이렇게 살림해서 남편등골 빼먹는다며 일침을 가한다.
그럴때면 서운한맘이 앞서기도 하지만, 한잔씩 타드리는 로얄제리를 드시면서
힘들여한것 이렇게 먹어도 돼냐며 불편해하신다.
하루 한잔씩 딸기에 꿀을넣어 갈아드리니 딸집에왔다 돼지되어 가겠다며 좋아하신다.
이제 언제 우리곁을 떠나갈지 모를 엄마를 생각하면서 계실때 잘해야지 하지만,
내가 힘들면 그것도 뒷전이고보니, 역시 자식은 늙어죽어도 부모앞에서는 자식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