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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국밥...


BY 봄단장 2004-04-02

어제 저녁 슈퍼 가는 길에 아파트 화단을 보니

 

어느새 목련이 폈다 졌는지 칙칙한 색에 축 처진 모습이

 

과이 내 눈을 거슬린다.

 

분명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도도한 꽃망울로

 

오가는 아파트 사람들께 희망과 아름다움을 선사했을진데...

 

애써 못본채 하고 콩나물을 사 들고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아까 그 목련에서 본 칙칙하고 축 처진 모습이 거울 속에서

 

내 눈을 빤히 들여다 본다.

 

아유~ 왜 이리 창피하냐?

 

목련아~ 미안하다 누가 누굴보고 눈에 거슬리네 마네를 했는지 원...

 

오늘 아침 다른 날 같으면 티브나 켜 놓고 리모콘 쿡쿡 누르며

 

꾀재재한 모습으로 희희낙낙 하고 있을텐데..

 

어제받은 충격이 과히 큰지라

 

아침 일찍 세수하고 얼굴에 로션도 바르고 봄 단장을 좀 했다.

 

아 근디 이놈의 축 쳐진 얼굴이  로션에도 끄덕없다.

 

축 쳐진 얼굴에 로션 한번으로 물오른 버들강아지 처럼

 

팍팍 피어오르겠냐만은 그래도 글치 넘 했다.

 

에라 모르겠다 산천 초목도 봄 단장을 하는데 결혼생활 16년 만에 내 몸에

 

봄 단장 한 번 한다고 국세청에서 세무감사 나올 일도 없을테고

 

무조건 시내로 나갔다.(나 변두리 아줌씨)

 

젊은이  많이 가는 곳으로 가서 젊은이들의 유행감각과 기를 팍팍 받아 와야지?

 

근데 왜 이런 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백화점문에 쇠고랑이 턱 하니 쳐저 있다.

 

어머 ~ 경기가 어렵다고 하더니 젊은이들만 찾는 00백화점도 부도가 났나 벼?

 

딱지도 붙어 있네 . 딱지도 함 봐야지?(개장 11시 30분 폐장 24:00)

 

에공 또 한번 창피하네......난 왜 사는겨?(그때시간 11:00)

 

개장시간 기둘리기엔 쳐진 아줌마 모습이 넘 불쌍할것 같아

 

마트가서 세일하는 품목으로 햄,과자,과일을 사들고 집으로 올려는데

 

교통비 왕복 2600원이 왜이리 아까운 겨..

 

이왕 나온 김에 본전은 뽑아야제 ..

 

재래시장을 한바퀴 돌았지만 이미 봄 바람이 콧속에 들어와서

 

살만한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두바퀴째 도는데 시장입구 큰 고무통에 장어가 내 눈에 콕 박혔다...

 

장어를 본 순간 이쁜 내새끼 생각나고 미운 신랑 생각나 2키로 사서

 

비닐봉지에  쏙~담아 버스에 촐랑촐랑 올라 탔다..

 

흐미.....장어가 힘이 좋긴 좋나벼 들고만 있어도 힘이 나는것 보니..

 

지금 찜통 속에는 참기름 맛사지한 장어가 인삼이랑 끓고 있다.

 

난 분명 오늘 아침 내 몸 봄단장을 위해서 집을 나섰건만

 

돌아오는 길에는 가족들의 건강을 위한 장어가 검정 비닐봉지에

 

물과함께 들어 있었다....아침의 난 분명 이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