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땐 계절이 뭔지 잘 몰랐다.그런 걸 신경 쓸 만큼 성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십대에는 봄,가을을 무척 탔다.한 보름씩 행복에 겨운 계절앓이를 하고,
한편으론 꽃 옆에서 꽃보다 더 고운 내 젊음을 뽐내기에 바빴다.사랑을 하고
있던 나는 가슴 가득 계절을 품고 다녔다.
아이를 낳고 새로 맞는 봄에는 생명의 신비로움에 감탄했고,꽃과 같이 곱디
고운 우리 아가의 모습에 흠뻑 취했다.
둘째를 낳고 맞은 봄엔 연년생 엄마로 야간은 시들시들한 봄을 맞았고,분주한
생활에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2004년 봄,셋째를 낳고 맞는 봄이다.35살이 되는 이 봄,이렇게 화사하고 고운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살포시 싹을 내밀 때부터 가슴이 설레던게,오늘 길가에
소복히 핀 개나리를 보고는 가슴 한켠이 저릿한게 눈물이 날 지경이다.
올 봄엔 왠지 몸도 나이가 드는 느낌이고,육아에 지쳐 내 인생이 휙 지나쳐 가는
안타까움에 이 계절이 소중하면서도 붙잡지 못하니,애가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