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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밥그릇, 그리고 개미한마리


BY 이옥분 2004-03-25

나는 어려서부터 강아지를 참 좋아했었다. 고등학교 2학년 쯤이었던 걸로 기억되는 5월의 한낮이었다.

 앞마당에 강아지를 키웠었고 꽤 두께가 있는 오래된 양은주발을 강아지 밥그릇으로 사용하고 있엇다. 마루에서 공부하다 문득 내려다 보니 강아지 밥그릇위에 개미 한마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더니만  뱅뱅돌며 밥그릇위를 열심히 기어가기 시작했다.

'참 애쓴다. 거기 뭐하러 올라갔노..' 그렇게 생각하고는 공부를 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다.

한나절 동안 열심히 공부를 하다 쉬려고 무심히 마당을 내려다 보니 세상에 그때까지도 그 밥그릇위의 개미는 끝도없이 그 원을 맴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밥그릇위에서 한발만 아래로 내려서면 꽃밭도 있고 너른 세상이 있는데 왜 그러케 힘겹게 돌면서도 내려오지 못하는 것일까 하고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사는 모습, 그리고 세상사람들이 사는 모습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떤 힘든 일이 있을때 그것을 벗어나서 넓게 볼 수 없어 헤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는 모습도 또한 마찬가지 이겠구나 싶었다.

 세월이 지나 벌써 그 일은 27,8년 전의 일이 되었지만, 그 개미의 모습은 언제나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특히 어떤 힘든일이 닥치거나 해결되기 어려운 난관에 부딪쳤을때 스스로를 잠시 벗어나서 여유를 두고 넓고 깊게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에서도 어쩌면 아무 의미를 찾지 못하고 그저 하루를 끌려가며 반복하고 있는 모습들이 많은 듯 하다.

 바쁘기는 하되 무엇때문에 바쁘고, 열심히 뛰어다니되 무엇때문에 뛰어다니는지 궁극적인 자신의 모습을 잠시 여유를 두고 벗어나서 생각하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한 세상이다.

 오늘도 전철 속에서 잠시 졸기도 하고,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면, 각자 자신의 삶을 위해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의 일에는 섬세하되 가끔은 내가 왜 바쁜지 돌아보며 가야할 목표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좀더 넓고 다양한 세상을 보는 안목으로 세상을 보고, 다람쥐 체바퀴 돌듯 개미가 밥그릇위 를 돌듯 아무 생각없는 무의미한 하루를 보내지는 말아야겠다. 주어진 하루에 내가 주인이 되어 스스로 살아가는 의미와 함께 주변에 따스함과 행복을 함께 나누며 큰 발걸음으로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