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옷을 갈아입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이르면
잔잔하고 고요하던 마음의 수면은....
어느새 소리없이 일렁이다가 이내 출렁거리는 파동으로 돌변하면서
맘속 충분히 깊숙한 기저에 까지 헤집어 놓습니다...
계절에 무감하며 나름대로의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런 계절의 어김없는 돌고돔을 무심해하면서도...
그 바뀜의 덫에 어김없이 걸려들고 맙니다...
그리고 끝내 심한 내면의 몸살을 앓고 맙니다.
본연의 자태를 만발하는 봄의 문턱을 훨씬 지난 작금의 시기에
온몸에 전율이 나도록 휘감는 살랑거리는 바람의 미동에 함께 휩쓸려서
아무곳에나 닿고, 내달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맘의 요동을 잠재울려고 일부러 애써 몸부림을 칩니다..
무언가에 정신을 온통 주려고 골몰하기도 하나,
내가 주력하는 일에 넓게 접촉을하는 손아귀의 힘조차도
그 감각을 전혀 못느낍니다..
발바닥에 굳은 살이 베여 딱딱해지도록 이곳저것을 헤집어 다녀도 봅니다..
뉘엿뉘엿하는 해를 등지며
집으로 돌아가는 터벅터벅거리는 발걸음의 무게에 눌려서
착잡한 마음만을 더해갈뿐입니다..
지난날의 아른한 기억들을 고스란히 담아두었던
허연 가루처럼 살짝 내려앉은 사진첩의 얇은 먼지를 툭툭 털어서 꺼내어도 봅니다.
그날 그때의 기억속으로 잠시 풍덩거리며 마구 허우적대다가,
아쉬움에 겨운 미소를 머금으며 금새 빠져나오고 맙니다.
맘에 담아두었던 생각들을 머릿속에 조각조각 짜맞추어 글로 담아두려고
메모장을 열어보기도 합니다....
아직 정리되지않은 계절적 열병의 혼돈으로
그것조차 쉽지않은 작업인가 봅니다.
생각이라는 내면의 영역조차도 현실세계에서처럼
처절한 헤게모니싸움을 하려하는가봅니다...
내 발목을 잡아끄는 내부에서 스스로 알아서 만들어내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아량조차 허용하지 않는 현실의 두터운 장벽을
과감히 뿌리치지 못함에 애석해하면서도
스스로 인정하는 꼴에 쓰디쓴 웃음만 지을뿐입니다...
이렇게 꼬리를 무는 생각의 혼돈에 빠지다가,
졸리운 본능의 숨소리와 몸뚱이에 이끌려
조용히 불을 끄고 잠을 청하려 눕습니다..
갖은 그리움과 상념으로 정신은
여전히 잠을 청할줄 모르고 오로지 말짱하기만 합니다..
끝없는 과거의 그리움의 바다속으로 헤엄을 치기도 하고,
예전의 모습으로 거슬러올라가서,
아주 먼거리의 미지세계로의 여행을 잠시나마 떠나보기도 하며,
또 이내 현실의 호된 채찍질에 정신을 수습하며
가깝게는 내 가족과 가정의 존재를 잠깐 헤아려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깊은
숙면속으로...
빠져들겠지요...
어제처럼..오늘도 어김없이...
이러다가 그 고질병도 자취를 감추어가겠지요...
아주 서서히...서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