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중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09

지난 밤....


BY oz 2004-03-23

...생각지도 않았는데 새벽까지 놀게 된 사연.

어쩌다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아주 잘 부르는 분을 만났습니다.

글을 통해서 보았을 뿐 실제로 만나기는 처음인 분이에요.

'사이버상의 교류 후 만남'...그런 건 아니구요.

그분은 절 전혀 몰랐거든요.

지인으로부터 그분 노래 잘한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차여서

한 번 꼭 뵙고 싶은 마음이었죠.

 

노래...무척 잘 부르시더군요.

수수한 이미지와 소년처럼 잘 웃는 것도 좋았구요.

여러말 하지 않아도

음악 좋아한다는 것,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가 무엇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 같았어요.

 

전 사람들과 교류가 거의 없이 살았어요.

일도 그렇고 원래 사람 많이 모여있는 자리는 피해가는 편이에요.

사람 많이 모인 자리치고 따분하지 않은데가 없었다는 경험상...

그런데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니 정말 즐겁더라구요.

 

그분이 시간이 되면 좋은 곳을 소개하겠다는 제안을 하더군요.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따라나섰죠.

그런 기회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으니까요.

기회는 있을 때 잡아라...저의 생각.

 

그곳엔 저보다 나이가 한참 아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전 40대.)

주인과 손님이 모두 한마음으로  7,80년대의 가요며 '으샤으샤' 할 때 부르는 노래,

라틴 음악, 팝...들을 부르고 있었어요.

우리도 신나게 같이 부르고 수려한 그분의 기타소리에 모두 취하고 또 노래 부르고...

삼십대들도 예전 우리가 즐겼던 통기타 음악을 즐긴다는 걸 몰랐어요.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사람들 모두 나이, 성별 상관하지 않고 음악을 좋아하는 순순한 마음 하나만으로

뭉칠 수 있다는 것.

참 오랜만에 유쾌한 경험을 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탔는데 길가에 상점들이 불이 환해서 기사아저씨께

물어보았어요. 신당동 순대타운이래나...와! 그 시간에도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기사아자씨가 저에게 하는 말.

"지방에서 왔수?"

"왜요?"

"아니, 서울 사람이 저 유명한 곳을 모른단 말이우?"

"그러게요. ....."

참 내, 나름대로 알차고 바쁘게 열심히 일하고 애들 키우고 문화생활도 빠지지 않게 하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유명한 순대타운을 모르냐는 말에 문득 '여태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았나 ' 싶더라구요.

그런 곳 몰라도 여태 잘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남들처럼 순대도 먹으러 다니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속으로 '늦바람이 났나' 싶기도 하지만 사람들 곁으로 가까이 가겠다는 뜻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