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그래도 피어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조화속을 총총히 걸어나온 견뎌온 이의 결실이다.
그래야 맴이 편하겄다. 여기저기 들려온 꽃소식에 한껏 폼잡고 열어 둘 창도 없고, 시간또한 간들간들, 쪼그라드는 뽂음냄비에 금새 사라지고 말 물끼같아 좀처럼 여유부릴 건덕지 없고 남아있는 건 그저 마른 개울 실같이 졸졸 흘러내리는 푸념인지, 넋두리인지.
아침부터 왠 비람. 진작부터 창창한 하늘이 아니어서 마음쓰인 하늘이었는데 눈뜬 아침의 눅눅한 습기와 몸살끼마저 비릿한 내음처럼 훅끼쳐오는 걸 반기지못하겠다. 꽃이 피기위해서는 이 비가 얼마나 간절한 것이냐 내 모르는 거 아니지만 자꾸 심술이 난다. 이 심술이 어디서부터 기인된 것인 줄 알지만 애꿎은 비탓 안하면 너무 서글플것 같다. 그러나 딸아이의 아침 쪽지편지에 태양처럼 든든해지겠다 약속했으니 지금부터는 눅눅한 이불호청같은 심정은 후딱 걷어치울거다.그나마 비도 개었으니.
꽃잎 하나하나 세상을 열어
목련은 순식간에 찬란하다
기쁨은 이렇게 순식간에 터지나
그러나 내게로 걸어오기위하여 지켜낸
산같은 시간들은
또 얼마나 더디뎌냐
우리가 보는 것은
꽃같은 기쁨인걸
볼 수 없는 뒤안의 시간들은
산맥이 되었다
봄이 오고 계절이 와
꽃은 피고 지지만
한 계절 절정을 품고
겨울을 견디는 산맥의 꿋꿋한 양심은
꽃보다 더 든든하다
지난 밤은 꿈속에서 내내 헤멨다. 주차해 놓은 내 차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차를 찾아 온 밤을 헤메다녔다. 끝끝내 차를 찾지못하고 눈을 떴다. 아침이었다. 내가 찾지 못한건 차가 아니었다. 밤마다 나를 끄집고 다니는 꿈의 실랑이에서 언제쯤 나는 자유로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