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이짝 저짝으로 오래된 야그..
우리엄마가 들려준 야그임다^^
목포에서 친척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셨다가..있었던 얘기입니다.
이 야그는 사투리로 써야 제맛이기에 사투리를 마니 넣었습니다
혹시 잘 이해가 안가시는분들은 따로 연락 주셔요
내...통역해 드리리다 ㅎㅎ
결혼식장에서 조금멀리 떨어진곳에 아마 식당을 예약했었나 봐요
" 그랑께~~~미순이 갤혼식에 안갔드냐...
식이 끝나고..밥을 묵어야 쓰겄는디..으디가 식당인줄 알아야제
느그 당숙이 사진찍고하머는 오래되겄다고
식장 아페 다방으로 들어가 기다리라고 안하냐...
그래서 나랑, 느그큰엄이랑 작은엄들이랑 기태네..점방집...이렇게 여섯명이서
아자씨를 따라서 다방이란 곳에를 들어갔는디..
아자씨는 우들..델다주고 잠깐 나갔다온다하고 나가부리고
우덜끼리 앉아있었제..."
어두컴컴한 다방 안..담배연기 자욱
레지 아가씨가 와서 여섯잔의 엽차를 놓고 아무말없이 걍 가버리던라다.
" 낮이었는디..겁나게 어두침침 캄캄하드라
뭔놈에 담배는 또 그리 폈는지..연기도 자욱하고...
그란디 으뜬 아가씨가 오더니 미적지근한 물만 쪼르레 갖다주고 암말도 읍더라...".
나 : 주문도 안받고??
엄마 : 먼주문..
나 : 원래 그런디서는 물갖다주고 뭐 드시겄어요? 하고 물어보고 차를 마시는거여
엄마 : 그려 잉..우덜은 그런거 몰랐제..그 처자 가 암말도 안?응께롱
ㅎㅎ 시골..것두 문명하고는 조금 더 거리가 먼 섬에서 살던 분들이
다방이란곳 말만 들었지 실제로는 처음 들어가본 곳이라 뭐가뭔지 알수가 있었겠나
"긍께..물만 주고 걍 가붕께..서로 눈치만 봄시러 으치케 하는것인줄 알수가 있어야제.."
갖다준것잉께..그냥 마시자 하고 잔을 드니깐
좀 난다 하는 큰엄마 왈
<< 아따메 동숭에(동서보게) 고것은 걍 마스는것이 아니고 설탕을 타서 묵어야 되는것이여..
금메..설탕도 여그 안있는가....>>
하시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눈을 끔뻑거리시드래요.
그래 서로 눈치만 보고 있던 다른분들도
<<<맞어! 내가 테레비서 봉께 여그다 설탕을 넣고 쪼꾸만 수꾸락으로 저서서 묵드만...>>>
그려 그려...맞네..맞어..
하시며 너도나도 큰엄마의 말에 동조 하시드래요.
설탕, 프림이야 원래 탁자에 놓아두지만 찻스푼이 있을리 있겠어요!!!
그래 설탕병을 통재로 들고 조금씩 털듯이 부어서 잔을 흔드어 마시다가
나중엔 손가락 끝으로 저어서 마셨대요 ^^
물을 더 갖다 달라고 까지 해가면서요 ㅎㅎㅎ
그때..큰엄마 다시
<< 오메..인자 설탕이 읍네...
놈에거(남의것) 폴라고 (팔려고)놔둔것인디 우들이 다 묵어부러서 으짠당가..이거라도 놔두세..>>
하시는데
그때까지 첨에 무안당하신 우리엄마 내내 잠자코 계시다가
엄마가 보니..가루는 거의 없고 부어논지 오래되서 병바닥에 굳어있는것만 조금 남았드래요.
킥..우리엄마도 드셔야 되는거 아니겠어요 ㅎㅎ
구런데서 빠지면 절대 안되는 우리엄마...
하여................
"아따..! 이거 쪼깨 냄겨노면 무한다요.다 묵어 붑시다.."
히시곤..울엄마 이젠 아예..
물컵을 들어 그 설탕병에 부으시고는 덩어리가 되어 잘안녹으니
손가락으로 휘휘 저어가면서 아주 맛나게 드셨더란다
그런데...이 모든 과정을 다 거치는 동안에도
어찌된 일인지 그 다방 처자는 한번도 와보지도 주문이란것도 안받았다니..ㅎㅎㅎ
시골 노인네들 돈내고는 차 안마실줄 아마 잘 알았지 않았나 싶다
얼마후..당숙이 다시 오셔서 모시고 가면서
이 얘기를 다하니..울당숙어른..
목포시내 한복판에서...꺾어진 허리를 다시 펴는데...한참이 걸렸다나..우쨌다나...
이 얘기를 해주시면서 웃지도 않고
아주 담담하게..내가..배가 아프게 웃으니...
머시 그렇게 우습다냐..
하시던 울엄마가 아주 많이 생각나네요^^
블러그에 올렸던 글인데...
여기 첨으로 올려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