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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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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 좀 받아봤으면 좋겠다더니...


BY 모퉁이 2004-02-29

달리 계획이 없는 일요일.

 으례히 적당한 늦잠에 적당한 게으름에

 적당히 어질러진 채로 하루를 보낼 태세다.

 

햇살을 보아하니 봄기운이 완연해 뵌다.

아침을 챙겨먹고 부지런히 설겆이 마치고

계란 몇개 삶고 들썩 거리는 주전자를 비워

보온병에 담고 작은 베낭에 커피 믹서 챙겨넣고

'자~갑시다.'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은 일요일을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언제부턴가 비슷한 색깔과 디자인의 등산복으로

너 나 없이 챙겨입고 저마다의 걸음새로 한걸음 한걸음

목적지를 향해 걷는 사람들로 휴일 산 등성이는 인파들로 붐빈다.

 

말없이 걷는 사람,숨이 차서 쌕쌕거리면서도 쉼없이

옆사람과 중얼거리는 사람,옷 모양으로 보아 부부같음에도

멀찌기 띄어 걷는 사람,유난히 다정스레 보이는 사람,등등

여러군상들로 엉키고 뒤섞인 무리에 우리도 한 몫 끼어 들었다.

 

중간중간 쉬는 사람들 중에는 소풍 온 것 같이 펼쳐놓는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물만 홀짝 마시고 이내 일어서는 사람들도 있다.

 

그 중에 어떤 중년의 남녀가 쉬고 있었는데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어 힘들다고 응석을 부리고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토닥거리며 그 응석을 받아주고 있었다.

 

평소 무뚝뚝이로 통하는 이 여자는 쳐다만 봐도 닭살이 돋아서

아예 못 본 척 하고 일어서는데

같이 간 우리집 남자 하는 말이

"나도 저런 애교 좀 받아봤으면 좋겠네."한다.

"으흐흐흐...정말 그러고 싶은겨?"

 

일어서다 말고 쓰러지듯 남자의 어깨에 얼굴을 들이미니

그새...벌써...

"와 이라노~?"하는 눈치로 나를 받는게 아니라 밀어내는 손짓을 한다.

 

그러게,,애교는 아무나 부리는 것도 아니거니와

아무나 받아주는 것도 아닌 것이여.

 

우리 하는 말 있지요?

그냥 하던대로 하자구요.

안하던 짓(?)을 하면 아픈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