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남편을 출근시키자마자 얼그레이차 한잔하고 어찌 몸이 좀 찌뿌둥한게 아들놈 잠자는 틈을 타서 간단한 샤워를 할려고 속옷이랑 샤워가운 챙기고선 욕실문을 여는순간...
웬걸... 내가 가장 역거워하는 담배연기냄새가 내얼굴을 확 덥치는게 얼굴이 이내 찡그려지고만다.
'내가 이 인간을 죽여 살려...정말 못살아...'거의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댔다. 당장이라도 핸드폰을 때려서 추궁이라고 하고 싶은 맴은 굴뚝같았지만...새해부터는 목소리를 줄이자고 다짐했던 차에 솟구치는 맴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날씨가 추운걸 감안하면 밖을 나가 아파트복도 한 귀퉁이에 서서 담배를 꼬라물고 있는 것도
어찌보면 안되어보이기도 하고해서 이번만은 그냥 참기로 했다.울집에선 배란다조차도 금연구역이니...
하기야 요즘은 어딜가나 애연가들신세가 말이 아닌게...흡연실이 따로 잘 마련되어있는것두 아니고.
남편은 저작년늦봄무렵에 금연을 하기로 맘먹었다.
'사내남자가 되어갖고 고놈의 담배하나 못 끊으면 어찌하노'라는 내말이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린건지..사실은 알고보면 남편의 건강을 우려하는 맘에서 비롯된 의도된 말이기도했다.
그리고 당시 한 원로개그맨의 폐암이라는 사망선고로 온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것도 한몫을 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남편의 금연은 작년 연말에 남편의 바지를 세탁기에 돌리려고 하던 찰나에 바닥에 툭하고 떨어진 담배와 라이트가 목격되면서 비로소 들통나고 말았다...
언제부터 다시 피웠냐는둥 추궁을 하자 남편은 몇달전에 별일아닌것가지고 나랑 다퉜던 그때부터라고 했다. 괜시리 맘한켠엔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다이어트와 금연에 성공한 사람이 젤 독한 사람이라는건 알고는 있지만..담배끊는게 뭐가 그렇게 힘든지...담배연기는 물론이고 담배냄새가 베인 물건조차도 소름끼칠정도록 싫어하는 나로선 그런 남편이 이해가 될듯 말듯 갸우뚱거리면서...
지난날 담배에 얽힌 내 첫경험이 문득 떠오른다...
영국에서 대학진학차 랭귀지스쿨을 다닐때였다..지금으로부터 십년전쯤..
그야말로 부모말이라면 하나님말씀마냥 네네하며 말 고분고분 잘듣던 모범생이 미지의 세상을 만나고나선 거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상의 일들이 새롭고 도전하고 싶어지고 흥미진진하기만 했다. 웬지 사고도 은근슬쩍 치고싶은 맴은 굴뚝같지만...원래 근성이 겁이많아서일까 선뜻 그렇게 하진 못하구..모범생기질은 어딜가나 티가 퍅퍅나는법인지...
랭귀지스쿨를 다니며 알게 된 몇안되는 한국사람중에 나와는 7살 차이나는 캐서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언니가 있었다. 한국에선 여성흡연자들이 카페나 레스토랑의 어두컴컴한 구석진자리를 잡아서 누가 볼까 숨어서 죄지은사람마냥 피우는것만 보다가 장소와 시간 불문하지않고 연신 피워대는 그 언니의 모습이 그당시 내눈엔 가끔씩 자유분방해보이면서도 멋스러워보이기도했다...
그이전엔 담배라는건 고등학교때 한가락간다는 좀 노는 아이들이 피거나 아니면 화류계에 있는 여성들만의 전유물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때 담배가 유독 내 호기심을 자극했던건...식사를 마치고나면 그 언니는 담배를 쥐고 있는 쪽의 팔꿈치를 식탁위에 괴고선 입맛을 쩍쩍 다시면서 담배를 한모금 쭉 빨아들이고 내쉬는데..내 생전에 담배를 그렇게 맛깔스럽게 피워대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마치 젓가락을 칼국수에 집어서 후루룩하며 단박에 입에 삼키듯이...담배를 피운다기보단 먹고있다는 표현이 맞을게다.. 담배냄새만 맡아보았고 담배라는걸 한번도 피워보지 못한 나로선 그 냄새가 비록 맘에 안들었지만 그 언니가 피우는 모습만을 보아도 그냥 구미가 마구마구 땡겼던것 같다...
그리고 기회를 봐서 언젠가 나두 시도를 해봐야지하면서 호기를 기다리던 차에...
학교가 일찍 파한 어느날...기다리는 친구들의 손짓을 말류하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터번을 두른 갸무잡잡한 인도아저씨가 하는 가게에 들려 말보로 담배한갑이랑 라이트하나를 도둑이 제발 저리는 심정으로 사방팔방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고선 뒤도 돌아보지않고 거의 줄행랑을 치듯 바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혹시 누가 날 볼까하는 맘도 컸지만 그 맛나게 보였던 담배를 얼렁 맛보고 싶다는 맘이 더 컸었기에 바쁜걸음을 재촉했다...
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방문을 꼭꼭 걸어잠근채 쿵쾅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가방안에서 담배와 라이트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꺼내서 담배의 비닐겉포장지를 벗기고 한가치를 일단 꺼냈다..
그때의 솔직한 맘은 사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본다는 흥분보단 부모의 간섭과 손을 벗어나 낯선세상에서 그다지 도덕적이지 못한 일탈을 저지르는게 어찌보면 열심히 학구열에 불타고 있을 거라고 굳게 나를 믿고 여기로 보내준 부모님을 배신하는 행위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오히려 더 했다..그러나 이런 맘을 억지로 진정시키고 밑전봐야 담배값과 라이트값만 날리지하는 심정으로 도전아닌 도전을 했다.
마침내 담배를 입에 꼬라물었다.그 와중에도 영화에서 주윤발이 멋지게 담배피던 모습을떠올리면서 혼자 있는 개폼, 없는 똥폼 다 취하면서..그리고 불을 댕겼다...라이트를 켜는것도 어찌그리도 서툴고 불안해뵈는지..하마터면 손을 데일뻔했다. 불이 끄질세라 얼렁 담배끄트머리에 붙이자 생각했던것보다 빠른 속도로 담배에 불이 타들어가기시작하자 담배를 쭉 빨아들일생각을 하지 않고 그 피어나는 연기를 그대로 들이마시고선 꽥꽥거리며 눈물콧물 다
짜내는 가관을 연출했다. 그래 처음이니깐 이 정도쯤이야 하며 스스로 달래며 다시 시도했다..처음보다 불댕기는건 다소 노련해지고 이젠 잘 빨아들이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며 기도로 연기가 넘어가지 않도록 깊게 심호흡을 하듯 양볼딱구니가 쑤욱 들어갈정도록 아주 깊숙이 쭉우욱 빨아들였다.그리고 화악 길게 내뿜었다..그래 나두 드디어 해냈다.생각만큼 달콤하지도 맛나지도 않은 담배를 단지 성공했다는 기쁨만으로 또 한가치를 꺼내서 피웠다.그리고 꽁초만 남았을때 또 한가치를 꺼내 피웠다. 그리고 피우고 또 피웠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진정한 담배의 맛이 무엇인지 알려는 생각인지 담배가 바닥난줄 모르고 마구 피워댔다.
그리고 마지막 한가치만 남았을때 난 침대위에 털썩 몸을 냅다던지며 내몸은 거의 넉다운이 되고말았다. 머리는 대들보에 얻어맞은듯 온통 묵직하고 깝깝하고 어질어질한게..마치 롤러코스터를 넘 많이 타서 멀미한것처럼..속은 마치 오장육부 모두가 뒤틀리듯이 학교에서 먹었던 점심식사거리가 죄다 나올것만 같아서 그 몸을 한채 거의 엉금엉금 기다시피 화장실로 가선 무릎꿇은 자세로 변기를 부여잡고 욱욱 꽥꽥을 반복하며 내용물을 다 토해내고말았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눕고 그러다 또 구역질이 날라치며 또 엉금엉금 기어서 화장실의 변기를 잡고 꽥꽥거리고 거의 여러번을 반복했었다.아마도 울아들가졌을때 했던 입덧과도 비견할만 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난 담배의 '담'자도 꺼내지 않았고 담배연기는 물론이고 담배피고 있는 사람을 볼라치면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거의 도망가거나 피하다시피했다...지금까지도...
내가 그때 왜 그렇게 미련스럽게 담배를 무턱대고 피워댔는지 굳이 내 스스로에게 묻는다면...한가지일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지못하는 별난 내 편집증때문이라고.이런 대답을 하고나면 내 우둔함과 미련함이 위로를 좀 받지않을까싶다.
하루는 담배를 좀처럼 끊지못하는 남편에게 이런 내 첫경험담을 털어놓았더니...남편은 가소롭다는듯이 비웃으면서 마치 흡연개론을 강의하듯 목소리를 잔뜻 깔며 말했다
'담배는 말이야...그렇게 배우면 안되쥐...나처럼 말이야...학교다닐때 배워둬야지.. 학교화장실이나 담벼락밑에 넘들이 피우다가 만 꽁초를 주워피면서 말이야...'
'됐다! 됐어!, 곰돌이아저씨(남편별명) 당신 잘났고 담배 잘 핀다...엄청 오래 살겄다...근데 그거 아나?... 내처럼 담배를 배워야 다시는 고놈의 백해무익한 담배 안 피재...당신도 내처럼 고렇게 배워었야 됐는데..'
낯선세상속에서 저지른 일탈치고는 그 후유증이 좀 억울하기는 했지만...그래두 전화위복인게...담배를 아마도 아주 잘 배웠으면 지금쯤 난 남편과 함께 둘이서 얼굴마주하고선 누구하나 나서서 담배끊으라고 종용조차 하지않고 맞담배를 피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러분주위에 담배에 막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이 있다면 제 경험담이 혹시 도움이 될런지요...안되면 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