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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48

마음은 부자


BY rosekim2 2004-02-09

봄바람이 부는 저녁

산과 들바람 모두 모아

우리 집으로 몰고 들어왔다

교회가 가까운터라 우리집은

언제 부터인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수 없는 집이 되었다

 

언제나 주일이면 그랬듯이

교회에 가기 전에

커다란 들통에

물 하나 가득 넣고 무우 파 멸치 다시마를 넣고

조선간장 한 국자 넣고 푹 끓여 놓는다

 

오늘은 몇명이나 올까나

기다리는 설레임은 참 행복하다

 

오십이 된 나이에 집한칸 없지만

우린 누구 보다 행복하다고 자부한다

왜냐하면 국수 한그릇이라도

기쁜마음으로 대접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교회가 끝나자 마자

있는힘을 다해 파 한단 사 들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거실에 있는 짐들은 아이들 방에 몰아 넣고

문을 닫아버렸다

 

환하게 불을 켜고 가스불을 켰다

구수한 멸치 냄새가 온 집안 가득하다

좁은 아파트 계단에 웅성웅성 소리

몇명이나 올까

지난주엔 열두명

아니 오늘은 열아홉명

앉을 자리도 없어 식탁아래 쪼그리고 앉았다

 

국수를 삶아 물국수 열다섯 그릇

김치 송송 썰어 무쳐 깨 보송이 넣고 조물조물

하이얀 접시 가득 군침이 돈다

 

모두가 앉은 자리 옹색해도

입으로 들어가는 구수한 잔치국수에

깔깔대고 웃는다

 

남어지 네명은 비빔국수

초고추장에 오이 상추 깻잎 호박볶은것 넣고

조물조물 우리들만 먹으려니

물국수 먹은 사람 군침 돈다고  야단

 

맘 약하여 커다란 접시에

새콤달콤 국수에 깨소금 숭숭뿌려  상에 놓으니

모두가 한입씩 배가 불러도 꿀꺽꿀꺽...

 

나는 부엌에서 세번을 국수를  삶아 댄다

혹시나 더 먹고 싶어도 미안해 덜 먹는 사람이 있을까봐

삶아 놓으면 금방 없어지구 또 삶구

네번은 삶았나 보다

 

우리 남편은 좋아서 허허 웃는다

내가 왜 힘들어도 주일마다 국수를 해주고 싶냐면

혹시나

집이 없어 기죽어 할 남편이 불쌍해서

돈 못 벌어 내 앞에 미안해 할 남편이 불쌍해서

사람들앞에 왠지 풀이 죽어 있을것이 불쌍해서 ....

 

아니 원래 우리 부부는  나누어 먹기를 좋아한다

 

열 여덟평... 작은 전세 아파트..

하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부자인것을

열쌍 모인중에

아마도 우리가 세상적으로는 제일 가난하다

하지만 마음은 무지무지 부자인것을

오늘처럼  우리 남편이 껄껄대고 웃을수만 있다면

앞으로도 주일날이면 국수물을 올려놓고 가야지

 

설거지를 하며 내마음은  눈물과 웃음으로

범벅이 된다

날마다 더 많은 것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