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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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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이의 죽음을 보고,,


BY 도영 2004-02-06

그동안 다니던 학원도 3월초에 가기로 약속 해놓고

두어달 집에 들어 앉아 있어보니 이것 또한 장난이 아니였다.

처음 며칠은 여유도 있고

낮에 한가하게 컴에도 앉아 있고  낮잠도 씩씩 자보기도 하고..

마냥 좋을줄 알았는데 보름 지나고 한달 지나고 두달을 꽉 채우고 보니

내몰골이 희한 스러웠다.

때꼼한 눈에  활기라곤 찾아볼수가  없는 윤기 없는 피부에 ..

얼굴 근육은 굳어진 내모습이 목욕탕 백열등 거울앞에서 내가 나를 보고 서있었다.

큰아이 곧 군대 가고 작은 아이 타지  대학 기숙사에 들여 보내고 난후에..

그 공백을 어쩌나 ...아이들이 떠나버린 그 공백을 뭐로 메꿔야 하나..

집에서 놀다 보니 영양가 없는 복잡한 생각들로 머리속이 꽉 찬 느낌이였다.

그러다보니  보이는것은  집안 가재도구들이  내 시비의 대상으로

사정권 안에 들어 왔고 조만간 바꿀거라고 작전을 세웠다

왜냐믄 내 남편은 23년 공직생활이 몸에배어 보기에 멀쩡한 물건들은 썩어 문들어 질때까지 써야 버리는걸로 아는 남자이기에. ,치밀한 작전이 필수다

 

십오년전 남편이 쓰던 낡은 케비넷 같은 철째 책상을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내 임의대로 버렸는데  그 귀신 같은 철째책상 버린거에대해서

아직도 나를 비난 하는바...거기에 질린 나는 물건 하나 버릴때마다

신경이 바짝 쓰인다.

 

먼저 안방에 5년째 쳐진 시퍼런 버티칼을 걷어내고  망사로된 로만 쉐이드로

변화를 주고 싶고

속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날근날근한 쇼파도 바꿔치고 싶지만...

공무원인 남편의 검소함에 때를봐서 갈아치우리라..

디데이를 잡을라든 참에  컨디션이 안좋은가 싶더니 몸살이 덜컥 온거였다.

퇴근후 남편은 약을 지어와 멕이는걸 받아먹고

""히휴....이 오래된 아파트 변화가 있어야 집에 들어오고싶지..버티칼이며 낡은 쇼파며..확 바꿀참이다..분위기 바꿔서 기분 좋아지는것도 일종의 투자야 투자..내가 아파서 병원에 돈같다 주는거 보다 싸게 치지...도데체 현관 문열고 집에들어오면 기분이 싸악 나빠져..엥...""

약을 삼키며  결코 연출된 발언은 아니였지만 뱉어놓고 보니

연출된 발언 처럼 느껴졌는지  내의도를 알아챈 아들이 허허...웃는다.

남편은

 '"쓸데없는 소리...빵구가  나야 갈든가 하지 외국에는 한번사면 대도 물려 준다는데..아 거 뭐냐 현대 고..정주영 회장 그양반은 아직도 수십년된 가구 쓴다더라..택도 없데이..'"

나는 으악!!이불을 디집어 쓰고 줄욕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오늘  주유소 알바 한달째인 둘째 아들이 퇴근을 한후..

""엄마...우리 주유소 사모님 교통사고로 돌아가셧어..""

""사모님?사장님 부인??""

""응..어제 나 퇴근하고 십분후에 주유소 건너 볼일보러가다 무단횡단 하다가..돌아가셨어요..""

아...내가 본적은 없지만 남편 선배 부인이고

알바로 일하는 내아들 한달 가까히 점심 해먹주셨는데.. 인자한 분이라던데..

사람 사는게 아무것도 아니구나..

언제 죽을줄 모르는 인생 아둥바둥 살필요가 없지.

새 쇼파도 새 커텐도 무신 소용있누...그저 건강하고 별탈없이 사는게 최고지..

나는 작은 아이를 앞장 세우고  영안실로 향했다.

아이한테 문상하는법을 택시안에서 가르쳐주고. 영안실에 도착하니..

군대 갔다던 아들과 미혼인 딸이 나오는 울음을 눌러참으며 문상객들을 맞이한다.

남편의 선배는 아내를 허망히 잃고 공항상태에 빠진듯.

군대간 아들은 비보를 접하고  황급히 왔을테고..

어여쁜딸은 다정한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으로

뚝뚝 흐르는 장마비같은 굵은 눈물을 쏟으며 애통해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작은아이와 나는 흰국화 속을 헤치고  조금전에 어둡고 칙칙한 영안실을 나와

번쩍거리며  활기넘치는 거리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이승과 저승..

나는 남의 죽음 앞에  나를 돌아다보았다.

새집이 무슨 소용이누.  새가구가 문 소용이누..집안 무탈하고 ..더이상 사심도 욕심도 내지말자.

남의 죽음앞에  평범한 내 일상이 귀하게 여겨졌다.

남편의 전화""여보 나야,,,빈소 같다 왔어?당신 차조심해..그리고 쇼파  커텐 하고싶음 해.""

""싫어...그딴거 안해도돼..당신도  조심해 ..사람조심.. 차조심..""

 

 

가신님의의 명복을 빕니다..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