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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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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멘스는 아무나 하나..


BY 토곡 2004-02-01

인터넷이란걸 처음 알던 날.

호기심 반으로 채팅이란걸 해봤다.

설레임..그때의 그 기분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몰래 먹는 떡이 더 맛있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정말 남편이 자는걸 확인하고..그것도 두어번 코를 골면

살짝 컴이 있는 방으로 나와서 불도 켜지 않은채 자판을

살짝살짝 두드렸다

그땐 심장 박동 소리와 자판 소리가 뒤섞어 들렸고

고정된 시선은 모니터가 아닌 문쪽이었다

금방이라도 남편이 문을 열것 같은 착각에 초조와 불안으로

그러나 스릴이란걸 만끽하면서..

문밖의 남성들은 모두가 젠틀했고..나를 공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난 섬나라 작은 성의 공주가 되어 이방 저방을 다니며

나만의 세계의 얼마간 푹~~ 빠져 있었다

그렇지만 현실이라는 벽은 나를 공주로 봐주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주부요...한 남자의 아내요..아이들의 엄마일 뿐

밥하고..빨래하고..청소하고..

가끔 새벽녁 거나하게 마시고 들어오는 남편을 향해

바가지를 퍼붓는 아줌마..

그렇지만 밤이면 섬나라 공주가 되어 환상의 세계로~~~

얼마후...마음이 통하는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정말 여자의..아줌마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가끔은 자작시도 메일을 통해 올려주고 예쁜 편지지에

음악과 함께 하루의 일상을 보내주곤 했다

아이가 둘..시와 산책을 좋아하는것도 일치....우와~~

어쩜 그렇게 나와 비슷하던지..

생각하는것..좋아하는것..

순간순간 대화를 하면서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일치하는게

너무 많았다

남편이 연말 망년회에 푹~~빠져 있을즈음..

문밖의 남자와 난 정신적인 로멘스에 빠져 있었다..

예전 같으면 와이셔츠에 묻은 루즈 자욱에 눈물짓고 싸구려

딱분 냄새에 가슴 아팠겠지만 그런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면...나를 이해해 주는 누군가가 있으니..

메일만 주고 받기를 몇달....서로가 궁금해졌고 ....

남들이 말하는 번개라는걸 하기로 했다

날짜가 다가오면서 불안은 극도에 달했고 ..

신문지상에 오르내릴 내 이름 석자를 생각하니 막막했다

죽일듯 달려드는 남편 얼굴이 파노라마 처럼 스쳤고

울부짓는 아이들과 .....친정 부모님....

도저히 나갈수가 없었다

하는수 없이 난 하루를 남겨두고 그에게 메일을 보냈다

'정말 죄송합니다....전 나갈수가 없어요"

답장도 듣지 않으채로 탈퇴를 했고 ..

잠깐이지만 사이버상에서..그리고 현실에서도 공주라는

환상에 빠지게 했던 문밖의 남자

가끔 회식이란 이름으로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때~엥~

울리고 몇번의 종이 더 울린 비오는 밤이면 ......그때.... 아무

생각없이 얼굴이라도 한번 볼걸 ~~하는 후회를 한답니다...

그렇지만 남자는 다~~아 똑같을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 사람도 문 안의 여자에겐 그렇게 젠틀하지도 ..시적이지도

않을 거라는....ㅎㅎ

누군가의 말이 기억에 남네요

아내는 가족이라고...

누가 가족과 뽀뽀를 하고 짜릿하고 설레이냐고...

치~~ 남편에게 아내가 여자가 아니듯...아내에게 남편도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는걸 왜 모르시나..

가끔......'너가 제일 예뻐.....'

'술집에 가봐라 너보다 예쁜 여자 있는줄 아냐?'

속으론 콧방귀를 뀌지만 그 거짓말에 헤~~헤~거리며 살고 있답니다.

그리고 나에게 그렇게도 젠틀함으로 남아 있던 사이버상 문밖의 남자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비슷한 멘트로 다가가겠지요......ㅎㅎㅎ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거겠죠..

정말 로멘스니 불륜이니 하는거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