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라 사람들은 어디로든 간다.
고향이 있든 고향으로 갈 수 없든 나처럼 휴일내내 집에서 죽치고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텔레비젼을 실컷 보았고,
등짝이 얼얼하고 허리가 휘어지도록 잠을 잤고,
거꾸로 뜬 눈이란 별명을 가진 아들 아이가 강아지처럼 쫄쫄 따라다녔고,
특기는 음식 만드는 것이고, 취미가 자식 음식 먹이기이신 친정 엄마도
내 옆을 휴일내내 지키신 파수꾼이시다.
이러하듯 혼자 있었던 건 아닌데
난 드문드문 외롭다는 가슴으로 아파트 창아래를 내려다봤고
저 숲속같은 아파트속 그 안에 꼬물거리고 사는 사람속에
왜 나만 혼자인지하는 청승이 밀려드는지......
몇 년전에도 그랬다.
사는 게 뻑뻑하고 결코 말랑말랑하지 않을 때"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노래를 불렀고,
믿었던 남자가 내 곁을 떠나거나 간혹 내가 남자를 버렸을 때"내 팔자다."했다.
쓸쓸해서 눈물이 찔끔나오거나 외로워서 아무나 만나고 싶을 때
나를 위로하던 시 한귀절을 소리나게 낭독하곤 했었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 몇 년전 서럽도록 비오던 날 책방을 찾았을 때
겉표지가 갈끔한 시집이 눈에 띄었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믿었던 사람이 나를 속일 때,
사랑했던 사람이 등을 돌릴 때,
이런 생각을 하라고 써 있었다.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작은 풍경이 그려져 있는 시집을 들었다가 다시 놓았다.
깊숙히 알려고 하는 것보다
눈감아 줄 땐 눈감아 주고
가만히 있고 싶어할 땐
가만히 놔 두고 보는 아량을 베풀고 싶어서다.
속속들이 내면을 알면 내가 울적한 것 같아서다.
그냥....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이 없다'로 날 달래며......
그러다가 오늘 이 시를 찾아서 다시 읽어 보았다.
김재진님의 시.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마음이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을 버리고 이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속내를 보여주는 친구나 내 아는 사람이 사랑하는 이의 배신감에 치를 떨며 나를 찾아 왔을 때
상대방의 무능력함과 무기력함에 고개를 떨굴때
권태기나 사는것이 재미없다고 복에 겨운 푸념을 늘어 놓은때
김재진 님의 싯귀절을 읽어준다.
-두번이나 세번 아니 그 이상......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래도 힘들면 떠나라!-
"떠날거야" 나부터고 주변사람들도 이리 쉽고 간편하게 말한다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미련없이 보내주거나
내 현실을 나몰라라하고 벗어나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난 그러나 실천했다.
미련을 두고 미련맞게 붙어 있어봤자 소용없는 짓이란 걸
몇달의 겨울을 보내고 나니 알게 되었다.
편하고 싶다해서 막고 있던 길목을 비켜 주었다.
놔 두라고 해서 잡았던 아무 쓸모없는 바지가랭이를 놔 주었다.
흘러가는 물처럼 흘러가게 버려두었다.
하늘의 구름마냥 떠 돌다 먼 산으로 넘어가게 바라만 보았다.
겨울동안 난 혼자인 나를 무던히도 많이 내려다 보았다.
창밖에 서서 외로움에 떨었고
말한마디 나눌 사람이 없어 유행가를 큰소리로 따라 불렀었다.
미치겠다란 말은 미친사람들이 쓰는 말이 아니였다.
내겐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걸어가도 뛰어가도 날아가도 세상에서 말하는 갖음이란 있음이란 나눔이란 그것들을 잡지 못한다.
고스란히 가게 내버려 두었다.
잡아도 소용없고 잡아도 이젠 너무 늦어버렸다.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사람은 나 자신을 위해 밤먹고 일하고 잠을 잔다.'
'사람은 내 자신이 고달프고 내 자신이 손해를 보면 상대방은 뒷전이다.'
'사람은 극히 이기적이고 충분히 개인주의 자다'
그러나...
사람은 혼자 살지 못한다.
갖음 있음 나눔도 다 나 자신을 위해 어떤 한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버리고 잊는다.
혼자라는 말은 어쩔 수 없을 때 쓰는 말이다.
다 떠나고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을 때.
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라고 떠들고 있는 것이다.
실은 혼자살 수 없는데 말이다.
실은 누구보다도 나약한 나라는 존재인데 말이다.
"사람은 혼자 살지 못하는 나약한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