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사이 해가 바뀌어 중순이 되었다.
연말 연시 여기 저기서 나의 안부를 묻는 문자 메세지와 직접 통화도 걸려오고
누구인가 잊혀진 여인이 제일 슬프다던데 아직은 그 부류에 속하지 않음에 저으기
다행스러운 날들이었다.
어제 퇴근후 작은 사고가 있었다.
원래 주오일 근무인데 바쁘게 처리할 업무가 있어 토요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퇴근길 걷다가 길에서 아차하는 순간 조금 경사진 곳에서
미끄러져 부상을 입게 되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당황스러워 몸을 추스려 일어나고 보니 팽하고 어지러우면서
팔이 아파 꼬옥 눌러보는데 두꺼운 털코트 위로 느낌이 척척하다
순간 손을 떼어보니 피가 붉게 베어 나는 것이다.손바닥은 다 피다.
빌딩안으로 들어가 외투를 벗고 살피려니 구멍이 난듯 팔꿈치에서 피가 줄줄 솟는다.
지혈하기에 그렇고 회사앞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토요일이라 응급실에 담당 인턴은 상태를 보더니 꿰메는게 좋겠단다.
마취를 안하고 참고 하겠냐 묻는다.
그러겠다 대답을 하고 간단히 혈압을 잰다음 응급 처지를 하게 되었다.
다친팔은 오른쪽인데 왼쪽 손으로 꼬옥 허벅지를 눌렀다.
악소리 한번 안하고 참는데 바늘이 들어오고 실이 살을 헤집어 지나갈때 아찔하였다.
아플터인데 잘도 참는단다.
눈물이 찔끔하였지만 그간에 인내심이 강도가 나도 몰래 커져 있었나?
마침 딸아이가 아르바이트를 회사 근처에서 하고 있기에 연락을 하였더니
이미 퇴근하여 친구랑 모임에 가려한단다.
걱정을 할것 같아 그래 잘놀다 오라 말한뒤 집으로 귀가를 서둘렀다.
집안에 들어와 이름 모를 서러움에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왜 그리 서러웠을까?
세상에 모든 슬픔 외로움 괴로움 다 짊어 진듯 눈물이 흐르고 흘렀다.
내가 지금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참 묘했다.
알수 없는 설움...
딸아이가 늦은 귀가를 하더니 약봉지를 보고 놀란다.
엄마 무슨일이야?
응 좀 다쳤어 몇바늘 꿰메었다.
딸아이 토끼눈을 하더니 엄마~ 그럼 나를 부르지~
딸아이는 이 엄마를 나무란다.
그리고 방에 이불을 깔더니 엄마 여기 누워요~~
수건을 적셔오더니 팔에 흘러 묻어있는 소독약을 닦아주며 마음 아파 죽겠단다.
그래 고맙다.
아침을 맞이하니 다친 팔이 퉁퉁 손가락까지 부기 올라 있었다.
손도 접기 힘들더니 점점 부기가 가라앉고 이제 좋아졌다.
조금전 딸아이가 전화가 왔다.
엄마 뭐 먹고 싶으세요?
집에 갈때 사가지고 갈께요~~
마치 역활 바꾸기 하는 것처럼 이 엄마를 아이처럼 살갑게 대한다.
에구구 그래~ 고맙다.
눈물 잘 떨구는 마음 여린 나이지만 내게 기쁨을 주는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음에
감사한다.
먼저 살던곳 경비를 보시던 친정 아버님 같은 아저씨의 안부 연락도 너무 반가웠고
성당에 꽃을 함께 꽂아왔던 아네스의 문자도 너무 고마웠고
이곳 아컴에 황인영 사장님의 안부 통화도 참으로 반가웠다.
바늘언니 언제나 건강하게 잘사셔야 한다고...
수많은 사람들~세상은 더불어 살아감이 행복이라고 나를 일깨워 주는 사람들이
있음에 그래도 눈물 뚝~
화알짝 웃어봐야 겠다.
아~~ 딸아이에게 뭐가 먹고 싶다고 연락을 해야하나?
폰하라고 했는데~
이없으면 잇몸이라던데 가끔 딸아이 눈빛에서 이 엄마를 바라봄이 어른 스럽게
느껴진다.
그래 내가 울어야 하는 이유도 있으나 내가 너무나 기뻐해야 할 그이유도
분명 있음이어라~~~~~~
웃자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