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젠 나이를 많이 먹었다.
새해의 첫 주간에 나보다 월등히 세상을 잘 바라보며 남의 모범이 되어
사는 어른에게, 살아 가는 가르침을 들었다.
"오십이되면, 뺄셈을 하는 나이라고.......그동안 누린 많은것들을 이젠
남을 위해 베풀고 다른이에게 빼서 주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 나이
이고, 남은 날들을 나보다 못 누리고 사는 이들을 돌아보며, 도움을
주며 살아야한다" 는.....
새해가 된지도 한주간이 지났다. 그말이 가슴에 남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난 정말모든면에서 많이 누리고 살아왔다.
40을 불혹의 나이라고 하고 50을 지천명의 나이라고 한다.
40이 되었을때, 그땐 어땠었나? 둘째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을 했을나이
니까 막내는 아직 초등학생일때다.
세아이 모두 도시락을 쌀 때였으니 나름대로 그때도 열심히 살았던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나의 지금은.......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난 조금도 변하지않고 자잘한 욕심에
안달을 하고, 더 부자가 되지못해 초조해 하는 전혀 어른답지 못한
세속적인 여자로 살고 있다.
나 자신과, 내가족 내가 속해져 있는 것에만 너무 집착하다보니 나의
시야는 조그만 동그란 원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앞으로 뺄셈을 하는나이라는 그어른의 가르침에 충실하게 살 수
있을까?
솔직하게 자신은 없다. 전형적인 막내인 성격에다 남편조차 늘 감싸주는
생활이다보니 사실 나이를 잊고 사는편이다.
어제, 생일이 가깝다는 이유로 애인이라는별명을 가진 조인숙을 만났다.
그앤 해마다 꼼꼼하게 내 생일을 챙겨주곤하는데,
"올해도 생일 해야지 " 하는 전화를 받았다. 난 음력12월의 생일이기
때문에 늘 새해 1월에 생일을 맞는다.
"생일은 무슨.... 나이 먹는게 뭘 좋은일이라고....."
가뜩이나 뺄셈이라는말이 머리에 맴도는터인데..... 그래도 불려나가
영화 '러브 엑츄얼리' 보고 금귀걸이 선물받고 점심먹고-국수먹어야
오래산다고 국수먹었다- 종일 같이붙어 다녔다.
이웃사촌으로 만났지만 늘 안부를 묻고 지내는 유리안나가 스위스에
간대서 슬기엄마까지 불러내어 넷이서 저녁까지 먹게 되었다.
식구들 저녁은 어떻하냐는 나의 말은, 그나이에도 집에 매여 산다고
핀잔을 주는 바람에, 난 머쓱해서 그냥 꼬리를 내려버리고....
내나이 정도 되면 무서운것도 없어지고 식구들에 매여 못놀고 그러면
않되는거란다. 조인숙이랑 난, 그렇지가 못한터라, 고민을 했지만,
조박사는 당직이라서 병원에서 잔대서 친구는 잘넘어가고, 난결국
일찍 들어온 그에게 우물쭈물 변명하며 양해를 구하는 전화를 하게
되었다. 그는 선선히 놀다 들어오라는 답을 해줬다.
휴~ 하고 노래방까지 갔다가 9시 30분이 되어서야 집에오는 차에 탔다
버스에서 내리니 아침보다 바람이 매서웠다.
그에게 전화했다.
"아빠! 너무 추워서 집에 못가, 따뜻한거 사줘!"
"그래! 기다려 금방갈께"
아들과 얼굴이 빨개져서 달려온 우리집 남자 둘과 난 또 허리싸이즈
늘리는 짓을했다.
에고,에고,
진짜 심각하게 뺄셈을 하는 나이가 되었다고 나자신을 돌아보는 여자
는 어디로 가버리고, 어리광만 남은 덜큰 어른으로 돌아왔단 말인가!
난 언제나 내나이에 맞는 어른이 되어진다는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