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창업박람회 65세 이상 관람객 단독 입장 제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39

물밑세상


BY 화이트 2004-01-08

또다시 우울증이 시작이다.  답답해서 그냥 뭔가 쓰고 싶어 여기에 왔다.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22개월된 딸과 1달된 아들을 보고 있으면 철없는 저 아이들을 내가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해 진다. 내가 과연 엄마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겂도 없이 아이들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고..결혼은 왜 한건지 모르겠다.

가만히 누워 생각해 본다..나에게 물어본다.  나 행복해? 그동안 행복한줄 알고 살았다. 근데 가만히 내가 바라는삶을 들여다 보니 난 불행한것 같다. 어쩌면 남편덕에 먹고사는 걱정 없어서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내 내면의 내가 너무 크기에 난 자꾸만 내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이러다가 미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해 본다. 뭔가 쓰고 있을때..또 뭔가 그리고 있을때..또 갤러리 구경다닐때..인사동 현대갤러리에서 창밖으로 삼각산을 볼때..하늘이 검은색에서 푸른빛으로 바뀌는 새벽을 바라볼때..조용한 정적을 즐길때..난 행복했다.

또 반대로..많은 사람들과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술마시고 놀때..쓸데없는 농담으로 넘어가며 웃을때 행복했다.

요즘은 돈이 너무 벌고싶다. 애들도 어린데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화려하게 써보고 싶다. 맨날 참고 참으며 나의 욕구를 억누르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있다가 이렇게 서른을 보냈다. 서른한살이 되고보니..더 이상 늦추고 싶지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애들과 집에만 있다보니 왠지 억울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왜 하필 지금인가? 어서 내 욕심을 지워야 한다. 하지만 자꾸만 물밑에서 폭발할것 같은 욕구가 끓어오른다. 그래서 글을 쓰러 온 것이다. 이렇게라도 풀어버려야 하기에..

아이들이 조금 크면 글쓰는 일을 해야겠다. 증권공부를 해서 집에서 돈을 벌어 볼까 생각도 했다. 애들과 집에 같이 있으면서 돈 벌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즐거울것 같지가 않다. 나름대로 경제적인 지식을 쌓고 본격적인 뭔가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싶기도 하지만..그건 나를 기만하는 것 같다.  아마도 내 자신이 원하는건..글 쓰는것..그림 그리는것..날 표현하는 것일 것이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깊고도 넓은 내 마음속을 표현해 보고 싶다.

 

늘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죽음에 대한 화두..죽음은 아주 하얗고 행복하고 편할것이라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들었다. 탄생의 순간이 고통이듯이..아기가 태어날때 엄마의 열배는 힘들다고 하는데..둘째아이를 낳는 순간에..다시는 아이를 갖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너무 아팠기 때문에..근데 그 열배의 고통을 견디고 힘들게 태어난 아이..삶은 고통이다.. 죽음은 아마도 잠처럼 편하고 달콤하고 최고의 쾌락을 줄 것 같다. 스르르 잠이 들듯..편안하게..그래서 난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 하지만 자연사가 아닌..요즘의 갑작스런 죽음은 편치 않을것 같다. 물론 죽음의 순간만큼은 아프지 않을 것이다. 아주 편안하고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갑작스런 상황에 몰린 의식의 순간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그런게 무섭다.

 

난 내 집을 온통 하얀 갤러리 처럼 꾸며놓고 살고 싶다. 평생 그생각만 하며 살았다.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는 집..넓거나 화려하지 않고 마치 스님의 방처럼 정갈한..하지만 인생이 맘대로 되는건 아니라 늘 미루고 포기하고 살아왔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될것 같은데.. 워낙 인내심이 없는 내 성격으로 그동안 포기하고 미루고 참으며 이렇게 지내 왔는데 자꾸만 그렇게 하고 싶어진다. 이런저런 구질구질한 살림살이 들을 다 버리고 싶다. 왜 조그만 작은 물건 하나하나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지..내 생활은 정 반대로 물건속에 파뭍혀서 숨이 막힌다.

자유롭고 싶다. 그런 물건들을 놓아 버리고 싶다.

 

그래서 걱정이다.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하는데..이렇게 내 생각만 하는 내가 미워진다.

아빠가 공부하던 불문학 책이나 다 물려받아서 다시 문학 공부를 해볼까? 프랑스에도 가보고 화집들도 다시 보고싶다.

미술을 하지 않은게 후회가 된다. 난 미술을 했어야 했다. 아니면 문학을 했던가..

밥벌이가 시원치 않더라도 행복했을 것이다.

컴퓨터는 나와 맞지 않는다. 컴퓨터와 있으면 난 껍데기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불행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시 행복을 찾아야 겠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이렇게라도 내가 놓았던 내 마음속의 끈을 찾아서 한줄기 행복을 놓지 말아야 겠다. 행복하다. 이 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