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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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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환상


BY 안지노 2003-12-24

이미 한잔 마신 술기운으로 그녀의 얼굴은 붉어지고있었다.

 

 여기저기 드럼통 탁자주변엔 술꾼들이 둘러앉아 씨글벅적하고,
연탄화덕에선 고기굽는 연기가 자욱히 피어올랐다.
그연기속에 묻힌 소주잔은 희미하게 형체를 잃어가고있었다.

 

 벌써 20년이 다되어가는구나.
창밖 강변도로위엔 달리는 차불빛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의외로 그 바삐움직이는 불빛들이 고즈녁하다고 생각했다.

 

  훼어글라스너머의 소음들이 차단된채 불빛들만이 시야에서 움직여
고요가 주는 고즈녁함에 젖어 그녀는 침묵속으로 빠져들고있었다.

 

 "xx 야, 이대로 헤어져야하니?"

"네,그래요 운명이라 생각하도록 해요, 거역할 수없는..."

"아무리 부모님이 반대를 한다해도 우리하기에 달린것 아니겠니?"

"안돼요, 불효는 할 수없어요..."

 

 그녀 앞에놓인 하얀포도주가담긴 크리스탈잔을 보며 참 투명하다고 생각했다.
그투명한 술잔에 비치는 그의 눈속의 눈물또한 투명하다고 생각했다.
투명해...우리의 헤어짐이라 정해진 길은 이제 투명해졌어,
가릴 수도, 숨길 수도, 되돌릴 수도없이...

 

 그녀는 연기가 걷히며 다시 나타난 소주잔 역시 투명하다고 생각했다.
그잔속에서 그녀는 그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또한 맑은 소주가 그의 눈물방울이려니 생각할때 갑자기 나는 소리에 놀라
그녀는 환상에서 깨어났다.

 

 " 이 돼지껍데기 좀 먹어봐, 맛있어~!"
남편은 지글지글익은 돼지껍데기 한점을 집어들고 웃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