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바람에도..
성난 입에 거품을 잔뜩 머금으며 무섭게 밀려드는 파도에도 ..
미동도 아니하고 무리지어 있는 갈매기들이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다..
거친 파도에 저리 초연하게 대처할수 있는 모습에...
물이 밀려들면 잠시 날개를 퍼덕이다 다시 원 위치로 내려앉는 갈매기의 모습에서
또 하나의 생을 배운다.
누가 나의 생을 대신하겠는가...
끊어질듯 이어지는 반복되는 전쟁터에서 누가 살아 남고 누가 죽는단 말인가.
승자와 패자...
우린 똑같이 패잔병일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병법을 알고 대처한다 해도 가해지는 상처들..
치유할 생각은 못하고 어루만지다 덧내고만 마는 상처들을 수습해야 할텐데...
연약함과 결단력 부족으로 유야무야 흐지부지 되고마는 이 전쟁에 환멸을 느낀다.
그래...
이번엔 정말 끝이야...
절대 용서할수 없어...이러기를 수십번.....
결코 놓아주지 않을 그에게 소송도, 병원행도 모두가 크나큰 상처만 남을거란 생각에
백기를 들었다고 볼 남편에게 그만 스르르 무너지려고만 한다.
일년 전 올렸던 글중에서...
많이 변해 도시락까지 싸다 준다는 남편을 글감으로 삼은적이 있었다..
휴화산이라 생각하면서 활화산이 되리라는 예감은 했지만 글 올리기가 무섭게 다시 시작된
그의 횡포는 그사이 몇번을 반복했던가..
그이후 잠깐의 행복일지라도 글쓰기가 겁이 났다 솔직히..
습관적으로 워드판을 두드리던 내게 찰나의 행복조차 신은 용납해주지 않았나보다.
무슨 죄가 있기에....
고모부의 삼오제가 끝나면서 다시금 시작되었던 전쟁..
십여일동안 가게문은 굳게 닫혀져 있었고, 빈 집에서 나는 남편이 정상으로 되돌아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아니 피신해 있다고 봐야겠지..
계속되는 폭음에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병원으로 걸어 들어가는 남편을...
이번 기회에 내치리라는 나의 결정에 혼돈이 인다.
내가 감싸주지 않으면 폐인될거라는 생각에...
가정의 울타리는 절대로 무너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지켜왔던 내 가정...
추락해져가는 아니 이미 추락해 간신히 호흡하고 있는 한 남자를 짓누르고 나혼자 살자고
뛰쳐 나감이 옳은 것인지 ...
아무리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어도 고쳐지지 않는 폭음을 참고 참아내며
가정을 지켜야 옳은것인지....정답을 알수가 없다.
당시의 힘듬을 이겨내면서 번복되는 일상으로만 치부해 버리면서 상처또한 커져가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심약한 나....
항상 다급해 구원요청했던 친정식구들에게 얼굴을 들수가 없다.
이젠 정말 마지막이야 라며 도장까지 찍어 남편에게 내밀었던 이혼서류는
휴지로 변해버릴 것인지 아니면 병원에서 돌아와 맘굳게 먹고 합의를 해 줄것인지 의문이다
물론 절대 합의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너무 힘들다...
사는것도...
이혼도...
이혼이 힘들어 다시 산다는 말도 있지만 남들은 쉬이도 헤어지건만 난 도데체 쉬운것이
하나도 없다...
하소연을 받아주던 친구와 너덧시간의 동행이 커다란 위안이 되는 오늘..
동해바다 거친 파도에 그간 상처받은 마음 씻으려,
정답없는 해답을 얻으려 웃었다 울었다 미친듯이 지껄여 봤지만
사는 것에 정답은 없다는 결론만 내리고 돌아와 또하나의 위안이 될 끄적거림으로
에세이방을 노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