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거 정말 맛있어요. 진짜 짱이야. 학원에 가기전 간식으로 튀겨준 냉동만두를 먹
으며 딸아이가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갑자기 만두에 얽힌 내 인생의 한부분이 생각났다.
철없던 22살 시절 그때는 지독한 사랑이라고 여겼던 남편과의 결혼을 위해 우린 임신이라는
대형사고를 쳤다. 같이 있기만 한다면 물 한모금 공기 한조각 없이도 살것 같았는데 막상 결
혼을 하고 보니 현실은 휴...................
난 6남매의 막내고 더군다나 아버지 나이 45살에 얻은 귀한 딸이었다. 고생 모르고 자란데
다 상고를 나와 취업도 흔히 말하는 대기업에 했었다. 그런 철부지가 덜컹 임신을 해서 결혼
시켜달라고 떼를 썼을때 부모님은 구급차에 실려 가셨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결혼생활
은 처음부터 나를 당황 시켰다. 남편은 군대를 면제 받기위해 방위 산업체에 다녔는데 한
달 월급이 43만원이었다. 적금 30만원을 넣고 한달치 토큰을 사서 매일 2개씩 주고나면 남
편 용돈은 고사하고 부식비도 없을 지경 이었다. 친정 부모님을 쓰러뜨리고 한 결혼이니 손
을 내밀수도 없었다. 오라지게 더운 여름날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세금을 내러 은행을 가던
나는 어디선가 고소하게 나는 튀김 만두 냄새를 맡고 몽유병 환자 마냥 나도 모르게 발검음
을 옮겼다. 분식집 앞에서서 방금 튀긴 만두를 보며 난 한참을 고민했다. 1인분에 이천원이
던 그 만두를 사자니 세금이 모자르고 그냥 가자니 그 만두 냄새가 나를 미치게 했다. 이러지
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체 나는 그 자리에서 삼십분을 서 있었다. 결국 난 만두를 먹지 못했
다.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나는 대성통곡을 했다. 어쩌다 내가 이천원짜리 만두 하나 사먹
지 못하나, 이게 혹시 부모님 쓰러뜨리고 결혼한 벌인가 하며........
어찌어찌 감정을 추스리고 퇴근하는 남편을 맞이하며 이건 혼자만 알고 있어야지 했다.
그때였다. 입맛 없는 저녁을 먹으며 보던 TV에서 한 아주머니의 사연이 소개 되었다.
나와 같이 뜨거운 연애 끝에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한 그분은 불행히도 남편을 불의의 사고로
잃고 뱃속에 아이 때문에 따라 죽지도 못했다. 그런 어느날 밤 입덧 때문인지 미치도록 만두
가 먹고 싶었는데 너무 늦어 사러 갈수도 없었고 냄새 때문에 해 먹을 엄두도 나지 않았
다. 이럴때 남편이 살아 있었다면 투정도 부리고 사오라고 떼도 썼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그때 부엌에서 왠 소리가 났다. 도둑이 들었나 싶어 잔뜩 겁에
질려 나가보니 아무도 없어 잘못 들었나 했는데 식탁에 하얀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뭔가 싶
어 보니 그건 냉동 만두 한 조각 이었다. 그 순간 아주머니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며 의자에
주저 앉아 버렸다. 그 냉동 만두 한조각을 끄내기 위해 죽을 힘을 다 했을(이미 돌아가셨지
만)남편의 영혼이, 죽어서도 자기를 사랑해주는 남편의 마음이 온 집안을 감싸주는것 같았
기 때문에... 아주머니는 의자에 앉아 그 차가운 만두를 한입 한입 베어 먹었다. 그리고 남편
의 사랑도 함께 먹었다. 지금은 뱃속의 아이가 어엿하게 자라 시집을 갔는데 세월이 빨리가
얼른 남편을 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 방송를 보며 혼자 담아 두려 했던 내 설움이 다시 치받
아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결국 밥을 먹다 말고 대성 통곡을 하는 나를 당황하며 바라보던
남편은 슬그머니 일어서더니 나가 버리고 말았다. 잡지도 못하고 울기만 하던 나는 얼마 후
에 들어오는 남편을 보고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 남편의 손에는 그 튀김 만두가 김이 모락모
락 한체 들려 있었다. 그것도 오인분이나.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남편은 만두를 사기 위해 토큰을 팔았다. 그리고 한달을 걸어 다녔
다. 이렇게 내 사연 많은 만두이야기는 끝이 났다. 지금은 만두 아니라 만두 할아버지라도
사먹을 돈이 있지만 그때 먹은 만두의 맛은 아니 사랑은 글쎄....... 다시 느낄수 있을까
참고로 만두 사건은 결혼 초 그러니까 십년전 이야기 였다. 참고 귀절이 왜 들어 갔는지 좀
된 아줌마라면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