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9

만두


BY 프로이드 2003-12-11

엄마, 이거 정말 맛있어요. 진짜 짱이야.       학원에 가기전 간식으로 튀겨준 냉동만두를 먹

 

으며   딸아이가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갑자기  만두에 얽힌 내 인생의 한부분이 생각났다.

 

철없던 22살 시절 그때는 지독한 사랑이라고 여겼던 남편과의 결혼을 위해 우린 임신이라는

 

대형사고를 쳤다. 같이 있기만 한다면 물 한모금 공기 한조각 없이도 살것 같았는데 막상 결

 

혼을 하고 보니 현실은  휴...................

 

난 6남매의 막내고 더군다나 아버지 나이 45살에 얻은 귀한 딸이었다.  고생 모르고 자란데

 

다 상고를 나와 취업도 흔히 말하는 대기업에 했었다. 그런 철부지가 덜컹 임신을 해서 결혼

 

시켜달라고 떼를  썼을때  부모님은 구급차에 실려 가셨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결혼생활

 

은 처음부터 나를 당황 시켰다.  남편은  군대를 면제 받기위해 방위 산업체에 다녔는데 한

 

달  월급이 43만원이었다. 적금 30만원을 넣고 한달치 토큰을 사서 매일 2개씩 주고나면 남

 

편 용돈은 고사하고 부식비도 없을 지경 이었다. 친정 부모님을 쓰러뜨리고 한 결혼이니 손

 

을 내밀수도 없었다.  오라지게 더운 여름날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세금을 내러 은행을 가던

 

나는 어디선가 고소하게 나는 튀김 만두 냄새를  맡고 몽유병 환자 마냥 나도 모르게 발검음

 

을 옮겼다. 분식집 앞에서서  방금 튀긴 만두를 보며 난 한참을 고민했다. 1인분에 이천원이

 

던 그 만두를 사자니 세금이 모자르고 그냥 가자니 그 만두 냄새가 나를 미치게 했다. 이러지

 

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체 나는 그 자리에서 삼십분을 서 있었다. 결국 난 만두를 먹지 못했

 

다.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나는 대성통곡을 했다.  어쩌다 내가  이천원짜리 만두 하나 사먹

 

지 못하나, 이게 혹시 부모님 쓰러뜨리고 결혼한 벌인가 하며........

 

 

어찌어찌 감정을 추스리고 퇴근하는 남편을 맞이하며 이건 혼자만 알고 있어야지 했다.

 

 

그때였다.  입맛 없는 저녁을 먹으며 보던 TV에서 한 아주머니의 사연이 소개 되었다.

 

 

나와 같이 뜨거운 연애 끝에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한 그분은 불행히도 남편을 불의의 사고로

 

잃고 뱃속에 아이 때문에 따라 죽지도 못했다. 그런 어느날 밤 입덧 때문인지 미치도록 만두

 

가 먹고 싶었는데 너무 늦어 사러 갈수도 없었고 냄새 때문에 해 먹을 엄두도 나지 않았

 

다.  이럴때 남편이 살아 있었다면 투정도 부리고 사오라고 떼도 썼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그때 부엌에서 왠 소리가 났다.  도둑이 들었나 싶어 잔뜩 겁에

 

질려 나가보니 아무도 없어 잘못 들었나 했는데 식탁에 하얀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뭔가 싶

 

어 보니 그건 냉동 만두 한 조각 이었다. 그 순간 아주머니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며 의자에

 

주저 앉아 버렸다. 그 냉동 만두 한조각을 끄내기 위해 죽을 힘을 다 했을(이미 돌아가셨지

 

만)남편의 영혼이,  죽어서도 자기를 사랑해주는  남편의 마음이  온 집안을 감싸주는것 같았

 

기 때문에...  아주머니는 의자에 앉아 그 차가운 만두를 한입 한입 베어 먹었다. 그리고 남편

 

의 사랑도 함께 먹었다.  지금은 뱃속의 아이가 어엿하게 자라 시집을 갔는데 세월이 빨리가

 

얼른 남편을 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 방송를 보며 혼자 담아 두려 했던 내 설움이 다시 치받

 

아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결국 밥을 먹다 말고 대성 통곡을 하는 나를 당황하며 바라보던

 

남편은 슬그머니 일어서더니 나가 버리고 말았다.  잡지도 못하고 울기만 하던 나는  얼마 후

 

에 들어오는 남편을 보고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  남편의 손에는 그 튀김 만두가 김이 모락모

 

락 한체 들려 있었다. 그것도 오인분이나.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남편은 만두를 사기 위해 토큰을 팔았다.  그리고 한달을 걸어 다녔

 

다.   이렇게 내 사연 많은 만두이야기는 끝이 났다.  지금은 만두 아니라 만두 할아버지라도

 

사먹을 돈이 있지만  그때 먹은 만두의 맛은 아니 사랑은 글쎄....... 다시 느낄수 있을까

 

 참고로 만두 사건은 결혼 초 그러니까 십년전 이야기 였다.  참고 귀절이 왜 들어 갔는지 좀

 

된 아줌마라면 아시겠죠!